<야권, 지방선거 단일화 가능한가>
‘한명숙 바람’, 9회말 투아웃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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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지방선거 단일화 가능한가>
‘한명숙 바람’, 9회말 투아웃 역전!?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5.04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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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한명숙 천암함에 밀려 시들...‘고 노대통령 1주기' 바람 관심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난 4월21일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 지방선거 판세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전 총리가 지난달 9일 뇌물수수 의혹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여당 우위 구도의 서울시장 판세를 흔들 유일한 후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한 전 총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을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사람특별시로 선포한다”며 “이명박, 오세훈 시장 8년 동안 겉만 바꾸고 속은 병들어갔던 전시행정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사람이 시정의 시작이고, 시정의 끝이 되는 서울을 만들겠다”며 “이것이 제가 출마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람 중심의 휴먼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는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 즉 주권재민의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는 핵심 공약으로 “2014년까지 일자리·복지·교육·문화 등 사람 관련 예산을 현재 가용예산의 39%(6조5000억 원)에서 절반(1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히고 초중등 무상의무급식 시행, 영유아 무상보육 비율 80%까지 확대, 방과 후 교육 확대 등 ‘3대 의무복지 공약’을 제시, 한나라당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무죄선고를 받은 한 전 총리가 지방선거 깃발을 올리자 민주당과 친노진영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사기 충전, 한명숙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을 확신하고 있다.
 

천안함 조문 정국, 한명숙 바람 제동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 선고 이후 단번에 지지율 역전 현상을 기대했던 민주당 등의 예상과는 달리 아직까지는 오세훈 시장이 다소 우세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무죄판결 후 한 전 총리 지지율 추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대목에 대해선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반면 그 강도, 즉 바람몰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에 나오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법원 1심서 무죄선고를 받은 직후 지지율 고공행진을 장담하던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여전히 오세훈 후보를 추월하지는 못하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 지난 4월 12일 한국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세훈 시장은 52.9%를 차지, 32.0%에 그친 한 전 총리를 크게 앞질렀다.

또 같은 날 중앙일보 자체 조사연구팀이 서울시민 75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세훈 시장은 50.0%를 기록했고, 한 전 총리는 31.3%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여권은 긴장하고, 야당은 기대했던 한명숙 무죄 변수가 자칫 ‘찻잔 속 미풍’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전 총리의 지지율 정체현상의 1차적 원인은 바로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한 조문 정국.
천안함 사건 이후 여야 정치권은 경선 등 각종 이벤트성 행사, 후보공약 발표 자제 등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추모 열기 속에 여야는 겉으로는 신중모드, 속내는 책임론 공방을 벌일 태세다. 결국 천안함 침몰 사고는 정치권의 양날의 검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초대형 악재임을 인정, 북한 관련 여부 등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면 크게 불리할 게 없다는 분석을, 민주당은 이번 사태가 극도의 민심이반을 초래, 정부여당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감사원의 천안함 직무감사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이번 감사원 직무감사 조사 결과에 따라 군 고위급의 문책 등 후폭풍이 예상, 지방선거전이 단번에 ‘이명박 정권 심판론’으로 반전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는 풍문이다.

또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감사원 직무감사가 허술하게 진행될 경우에 대비,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대여 공세를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을 고리로 지난 민주당 정권 10년의 ‘안보실정’을 부각시키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4월 16일 원음방송 <시사1번지>와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에서 10년 동안 북한에 4조원 퍼부었다”며 “결국 그것이 어뢰로 돌아와서 우리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 10년의 대북 정책이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이라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안보실정 부각은 천안함 사고의 진상규명 여하에 따라 대북 안보이슈가 떠올라 이른바 ‘북풍’(北風)이 가시화되면, 보수결집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같은 여야의 책임 공방은 천안함 조문 정국이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제로섬 게임이 아닌 논제로섬 게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운명의 5월 23일, 노풍(盧風) 도미노?

 
“5월 23일, 그날만 기다리고 있다.”
천안함 조문 정국으로 인해 좀처럼 지지율 반등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등 친노진영, 반MB성향의 유권자들이 요즘 흔히 하는 말이다. 이유인즉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인 5월 23일을 전후로 영남에서 ‘노풍’을, 호남에서 ‘DJ정서’를 탄 바람을 북상시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것.

노풍이 천안함 침몰에 대한 군 당국의 지휘보고체계의 문제점이 맞물려 일어날 경우, 이번 지방선거는 단숨에 MB정권 심판론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등 야당이 승리했던 지난해 4·29 재보선과 10·28재보선 결과에서 보듯, 현재 수도권 민심은 현 정부에 대한 비토층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총리가 제2의 노풍을 몰고 온다면, 수도권 판세가 단번에 바뀔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에서 한명숙 열풍이 불면, 그 다음 유시민·이광재·안희정·김두관으로 이어지는 ‘노풍 도미노’가 확산, 반MB 정서가 몰아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반론도 존재한다. 그 반론의 주인공은 친노 아이콘 유시민.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지난 3월 13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란 존재는 이제 많은 국민들 가슴 속에서 정리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바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금 이대로는 아닌 것 같다’라는 번민, 고민, 성찰 등이 종합적으로 표출되지 않을까싶다”면서 “그게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서 노풍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런 건 비단 노 전 대통령 하나만으로 일으킬 수 있는 건 아니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재해석,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재평가 등이 다 함께 진행되면서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후보자는 “‘수백만으로 부활하라’는 칼럼도 봤지만, 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행사를 앞두고 있는 노무현 재단은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등과 함께 5월 5일부터 한 달여 동안 노 전 대통령 묘역 완공식, 서울에서 열리는 다양한 학술 문화행사 및 전시회, 주요 5대 도시 추모콘서트 등 추모행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대적인 추모행사는 6·2 지방선거의 판세를 바꾸기 위한 전략, 즉 친노진영도 노풍이 선거판도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임을 자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또 20~30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는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크다. 젊은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한 전 총리나 친노세력들에게는 그들의 지지가 투표율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한 변수다.
 
지난 2002년 대선 투표 때도 오전에는 노년층의 투표율이 높다가 오후 들어 청장년층이 투표율이 급격히 증가되면서 당시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과의 단일화가 파기됐음에도 불구, 극적으로 당선됐다.

결국 5월 23일이 6·2 지방선거 자체 판도를 바꾸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진영에게는 승리의 터닝포인트, 한나라당에겐 패배의 터닝포인트.
 

한명숙, 검찰에 총공격 태세  


2010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생즉필사, 사즉필생’으로 맞서고 있던 지난 2009년 12월 4일. 검찰은 언론을 통해 한 전 총리의 실명으로 거론했다.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한국남동발전 사장 인사 청탁 자금으로 5만 달러를 수수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

공판과정서 곽영욱 사장이 진술을 번복, 검찰의 공소장 변경 등이 이어지면서 법원은 한 전 총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무죄 선고를 받은 직후 한 전 총리는 검찰수사와 관련, “너무나 사악하고 치졸한 권력”이라며 “다시는 나처럼 억울하게 정치공작을 당하는 일이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선고 이후 탄력 받은 친노진영은 ‘과거 권력에 대한 보복성 수사’, ‘정권의 시녀’라는 표현을 써가며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특히 선고공판 하루 전 한 전 총리가 2~3개 기업으로부터 9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 수사를 별건수사로 규정, 총공세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20일 부산의 건설업자 정모씨가 20여 년 동안 검사들에게 성접대 를 했다는 리스트, 이른바 ‘스폰서 검사’를 폭로하자 범야권은 일제히 검찰을 맹비난,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검찰과 이명박 정부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민주당 검찰개혁 및 사법제도 발전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23일 검찰개혁 중점 추진 방안을 발표,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이 방안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인사위원회 및 감찰위원회 강화·검경 수사권 조정·법무부의 탈검찰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구속피고인 소환조사 억제, 압수수색 요건 강화, 인신구속 남용 방지 등 인권보장을 위한 총22개의 검찰개혁 방안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개혁과 관련, “검찰청이 외청으로 되어 있음에도 인사·조직·예산이 법무부 관장사항으로 돼 있어 법무부와 완전히 독립돼 있지 않다”며 “결국 정치권력이 법무장관의 권한을 통해 쉽게 검찰조직 내부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그 대안으로 “검찰조직과 법무조직의 이원화를 통해 각 업무 간 차이를 인정하고 동시에 양자 간 상호견제 장치를 마련, 일종의 권력분립을 이뤄내야 한다”며 검찰과 법무부의 이원구조 정립을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검찰의 수사가 선거에 정치적으로 미쳐서는 안 된다’라는 여론 압박에 밀려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 유보를 시사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4월 21일 전국 공안부장회의에서 “검찰의 수사와 결정에 있어 정치적 고려를 해서는 안 되며, 그 결과가 정치적 영향을 주어서도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라”고 말했다.

이밖에 공직선거법 11조 2항도 검찰이 한 전 총리와의 2라운드를 유보한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동 조항에서는 ‘후보자가 징역 5년 이상인 범죄를 저지르거나 현행범이 아니라면 선거법 위반 외의 이유로 체포·구속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한 전 총리가 공식적으로 서울시장 후보자 등록을 마치면 법적으로도 한 전 총리의 체포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수뇌부의 결정에 따라 수사팀은 당분간 한 전 총리와 한 전 총리 측근에 대한 직접적인 소환조사를 당분간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풍과 검풍이 불더라도 한 전 총리에게 또 하나의 산이 기다리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한 전 총리가 오세훈 시장과의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일 경우, 대중적 인지도를 기반으로 고정표를 가지고 있는 노회찬 대표의 5%~10%의 지지율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노 대표는 야권후보단일화는 이명박 정부의 대안 세력으로서 가치와 비전을 모색하는 정치연합을 주장, 세력통합 식 정치연대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측은 물밑 작업을 통한 단일화 협상을 계속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한 전 총리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가 열린우리당의 실패, 18대 총선 낙선 등을 딛고 서울시정의 새로운 수장이 될 수 있을까. 그는 반MB라는 정치적 수사를 통한 반사이익만을 고집했던 지난날의 민주당에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이제 시민들에게 한 전 총리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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