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인수전…가격이냐 명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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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인수전…가격이냐 명분이냐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11.06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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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KB금융, 명분은 증권사가 유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대우증권 인수를 놓고 자금력과 명분을 제시하는 싸움이 시작됐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인수전에는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4곳이 참여했다. 모두 대우증권 인수에 따른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가격이다.

인수 예상가 2조6000억 원~3조 원…KB금융 가장 유리

예비입찰을 마감한 지난 2일 대우증권의 주가는 종가기준 1만950원,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43%를 모두 매입하면 1조5382억 원을 내야한다. 여기에 패키지로 묶인 산은자산운용 장부가 634억 원을 더하면 총 1조6016억 원이 된다.

업계에서는 지분 인수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을 약 1조 원 선으로 평가하고 있어 대우증권의 최종 매각 예상 가격은 2조6000억 원 대로 전망된다.
 
자금력에서 가장 유리한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1조475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가장 여유롭다. 또 6월 말 기준 자기자본대비 자회사 출자총액(이중레버리지)이 105.1%로 낮기 때문에 최대 5조 원까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유상증자에 성공해 9561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기존 자기자본인 2조4476억 원과 합하면 3조4000억 원대의 자기자본이 만들어진다.

미래에셋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과 기존 자기자본 일부를 현금화하면 대우증권 인수는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M&A 리스크때문에 무턱대고 높은 가격을 써 낼수는 없어 2조 원 중반에서 3조 원 이내의 금액을 써 냈을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뛰어든 한국투자금융은 3조3000억 원의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금융은 주력계열사 투자자산·대여금 회수, 투자 펀드 청산 등을 통해 1조3000억~1조5000억 원을 조달할 수 있다.

특히 당기순이익과 주력 계열사의 배당금을 포함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모자란 부분은 회사채 발행과 시중은행 등의 인수금융 차입금 등으로 메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제출한 가격도 3조 원 초반으로 추정된다.

한국투자금융은 KB금융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자금 확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사주조합은 2조 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사주조합 대출 3000억 원을 받아 대우금융지주를 설립한 뒤 국민주 공모를 실시해 1조2000억 원을 준비하기로 했다.

나머지 5000억 원은 지분 43%중 경영권 지분 30%를 제외한 나머지 13%로 재무적투자자를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 대우증권 인수를 놓고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이 겨루게 됐다. ⓒ뉴시스

가격 비슷하다면 다른 요인들도 검토…미래에셋·한국투자금융 유리

가격으로 놓고 본다면 사실상 3파전으로 확정된다. 그런데 인수전에서 중요한 건 돈뿐만이 아니다. 인수 명분이나 시너지 효과 등 비계량적인 요소들도 크게 작용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가격이지만 최종 결정은 전체 시너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비계량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KB금융이 LIG손해보험 입찰에 참여했을 당시 가격은  경쟁사보다 낮게 써 냈지만 경영안정화 등의 요소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명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금융 등 증권사가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3조 원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자기자본이 20조 원을 넘나드는 글로벌 금융사들과 겨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미래에셋이나 한국투자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자기자본이 7조 원을 넘게돼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IB들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미래에셋은 이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도 포기했다. 다만 미래에셋은 자산관리에, 대우증권은 소매와 기업금융 분야에 강점이 있어 주력사업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문제가 숙제로 남는다.

한국투자금융은 이번 인수로 글로벌 IB와의 경쟁도 있지만 10년만에 1위로 등극하는 역사를 쓰게 된다.

반면 한국투자금융과 대우증권의 사업영역이 비슷해 구조조정이 필연적이라는 반발도 있다. 이 때문에 대우증권노조와 한국투자증권 노조는 연대 투쟁 결의를 하기도 했다.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로 은행계열에 치우친 균형을 맞추고 KB투자금융과 합병해 소매금융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윤 회장은 비은행계열을 챙길 수장으로 2년이나 비어있던 사장자리에 김옥찬 서울보증보험 사장을 앉혔다.

KB금융은 지난 2013년에도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결국 NH농협금융에 뺏긴 바 있다.

그래서인지 KB금융은 대우증권 입찰에서 가장 먼저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인수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은 조직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점, 인수 후 잡음이 적다는 점 등이 명분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입찰가 제시에서 가장 열위에 있어 우선협상대상자로 꼽히기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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