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체로 번진 '정부 주도 구조조정'…득과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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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전체로 번진 '정부 주도 구조조정'…득과 실은?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5.11.11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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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땜질식 처방·탁상행적식 셈법" VS "좀비기업·출혈경쟁 막기 위해 필요"
기업간 구조조정은 각 사의 자율 판단에 맡기되 최소한의 정부 개입은 불가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과 관련해 산업계 전방위에서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 뉴시스

최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산업계 전방위에서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대한 득과 실을 따지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10월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철강산업 사업재편 기본방향 보고서'를 작성,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얘기마저 나온 바 있어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업계는 정부가 나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그 효과와 파생될 문제점들에 대한 설전을 이어가느라 혼란스러움만 가중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관계기관들이 참여하는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를 구성, 부실 기업을 추려내는 이른바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특히 이 협의체는 국내 해운업계의 쌍두마차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적자가 심화돼 내년 만기하는 회사채 상환마저 어렵다고 판단, 두 회사간의 합병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을 고려치 않은 당장의 땜질식 처방이자 업계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식 셈법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장기적 계획은 세우지 못하면서 단순히 두 회사를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달 전 이슈가 됐던 철강업계 구조조정안 역시 각 사의 형편을 고려치 않은 독단적인 대안들로 불만이 쏟아졌다.

포스코는 철강 사업 외에는 전부 정리하도록 했고, 현대제철에는 자동차강판 중심의 사업 재편을 요구했다. 더불어 동국제강에는 후판 사업을 접고 고부가가치 후판 생산에 나설 것을 강요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산업부는 철강산업 사업재편 기본방향 보고서는 근거없는 얘기라고 일축했지만 업계와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설이 나왔다는 것 자체에 대해 서로의 불신만 키운 꼴이 됐다.

이번 해운사간의 정부 주도 합병설에도 업계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사업구조 모두 컨테이너선에 집중돼 있는데다 운영 노선 역시 미주와 유렵 등으로 겹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간의 합병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되면 수많은 하청 중소기업까지 위기에 처해 산업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본 잠식이 심각한 기업들이 속절없이 좀비기업으로 전락하느니 정부 주도의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기다리다가는 부채만 늘어나고 동일 업종 간의 출혈경쟁이 반복돼 오히려 산업 경쟁력이 후퇴할 것이란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경우에도 성동조선해양을 떠맡는 식의 부담만 주는 위탁경영이 이뤄질 뻔 했으나 경영협력협약을 통해 서로 경쟁력을 공유하는 방식의 모델로 거듭났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최소화할수록 좋지만 정부 차원의 중소형 조선사들을 부양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의 역할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범정부협의체에서는 구조조정의 큰 틀만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과 기업 스스로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며 산업 전반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역할만 담당할 것을 강조했다.

때문에 향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서 업계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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