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의 정계 입문과 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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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의 정계 입문과 기득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3.1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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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개나 소나’ 정치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기다리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에 입당한 조훈현 9단 ⓒ 뉴시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며, 복잡다단한 제도를 지닌 현대 국가에서는 현실적으로 직접민주주의 실현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국민은 대표자에게 권력을 위임하고, 대표자는 국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게 됩니다. 대의민주주의의 첫 번째 원칙은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단순한 명제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못합니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정 직업군이 국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큰 원인입니다. 19대 국회만 봐도 기업가, 법조인, 교수, 언론인, 의사 등 이른바 ‘기득권층’에 해당하는 직업 출신이 60%를 넘습니다. 노동자를 기업가가 대변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0일, 프로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이 새누리당에 입당했습니다. 그는 “스포츠, 문화 분야에서 바둑계를 위해 마지막으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에 입당한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조 9단의 정계 입문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심지어 ‘개나 소나 정치하겠다고 나선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들립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비난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국회의원은 가능한 한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믿는 까닭입니다. 국회에는 20대도 70대 이상도 있어야 하고, 소득이 없는 사람도,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직업이 없는 사람도, 아르바이트생도, 회사원도, 법조인도 있어야 합니다. 이 땅에서 대대손손 살아온 사람도, 귀화인이라는 이유로 설움을 받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개나 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땅에 사는 모든 지역, 모든 연령, 모든 직업의 사람들을 모아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많은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빠짐없이 반영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다수가 ‘똑똑한 사람’으로 이뤄진 국회보다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모여서 자신이 대표하는 사람들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믿습니다.

기득권층이 정치를 하면 기득권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 9단의 ‘바둑계를 위해 입당했다’는 말이 참 반가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학부모를 위해, 취업준비생을 위해, 저소득자를 위해 정치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지는, ‘진짜 민주주의’가 꽃피는 그 날을 기다려 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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