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식품과 해태제과 그리고 '장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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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식품과 해태제과 그리고 '장물' 논란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3.23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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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태제과 상호를 둘러싼 新 vs 舊 논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해태제과식품=해태제과? 맞을까 아닐까.

“주인(해태제과 주주)이 매도하지 않은 것을 매수했다면 ‘장물’이 아닌가?” 송인웅 해태제과 주주의 주장이다.

상장을 눈앞에 둔 해태제과식품이 해태제과 주주들과 때 아닌 상호논란을 벌이고 있어 그 내막이 궁금하다. 해태제과는 1945년에 순수민족자본으로 설립돼 ‘해태 브라보콘’, ‘고향만두’ 등으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승승장구하던 해태제과는 1997년 유동성 위기로 부도를 맞아 2000년 법정관리로 들어간다. 이후 해태제과는 2001년 UBS컨소시엄에 제과사업부문을 매각했다. 매각 후 해태식품제조로 상호가 변경 된 다음 같은해 해태제과식품으로 이름을 바꿨다. 해태제과식품은 2005년 크라운제과가 UBS컨소시엄으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해 크라운제과로 넘어갔다.

이번 상호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1월22일 해태제과식품이 한국거래소에 해태제과식품 단독상장을 신청하면서다.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자 해태제과 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해태제과식품과 해태제과는 같은 회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해태제과식품 측은 2001년 새로 태어난 전혀 다른 회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해태제과식품의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 2001년 새로 태어났다면 브랜드는 둘째치고라도 연혁은 2001년부터로 해야 한다. 그런데 해태제과식품은 연혁을 해태제과가 탄생한 1945년부터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UBS와 계약한 영업양수도계약서에도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의 역사와 연혁 등 브랜드를 양수도 했다는 내용이 없다. 이는 회사의 근간이기에 양수도 되지 않은 것이다.

해태제과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1999년 출자전환으로 발행한 주식이다. 해태제과의 제과사업부분 양수도 당시인 2001년에도 존재했다. 해태제과 상장폐지는 2001년 11월 10일이다.

그런데 해태제과 상장폐지와 해태제과식품 탄생 시기에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해태제과는 상장폐지 후 같은해 12월에 하이콘테크로 사명이 변경된다. 하이콘테크는 그 해 9월에 만들어졌고, 해태제과식품은 앞서 같은해 7월에 설립됐다. 이 말은 상장폐지 되기도 전에 해태제과를 클린컴퍼니인 해태제과식품에 제과부문을 양도했고, 배드컴퍼니인 하이콘테크에는 건설과 부채 그리고 기존 해태제과 주식을 넣었다. 가능한 일일까.

게다가 해태제과 회사정리 계획인가가 2001년 8월 29일 결정됐는데, 한 달 뒤인 2001년 9월 21일 회사정리절차 폐지 결정됐다. 여전히 회사정리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석연치 않은 해태제과 양도 속에 해태제과 주주들이 요구하는 것은 주주 권익 인정이다. 해태제과식품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송인웅 해태제과 소액주주 대표는 지난 9일 금융감독원에 해태제과식품의 재무제표적정성 조사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크게 5가지다.

첫째, 왜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의 역사와 연혁을 사용했나? 둘째,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의 역사와 연혁은 무형자산으로 당시 6000억~8000억 원 평가받았는데 회계원칙(자산=자본+부채)상 현재의 해태제과식품 재무제표에 무엇으로 어떻게 표시돼 있는가?

셋째, 2001년 UBS캐피탈과 계약당시 영업양수도계약서에는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의 역사와 연혁을 매도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는데, 언제 누구로부터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의 역사와 연혁을 매수해 사용했나?

넷째, 주인(해태제과 주주)이 매도하지 않은 것을 매수했다면 ‘장물’이 아닌가? 다섯째, 장물을 취득하고 사용한 불법행위는 법에 맡긴다 해도 장물을 사용해 영업하고 경영 활동해 취득한 부당이득은 반환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해태제과식품 측은 이같은 주주들의 주장에 해태제과식품과 해태제과는 같은 회사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근거로 해태제과 주주들이 제기한 ‘주주지위확인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태제과 주주들은 지난 2004년 손해배상청구소송과 2010년 주주지위확인소송에서 잇따라 패했다. 문제는 법의 잣대와 국민의 정서가 상이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해태제과식품을 해태제과의 후신으로 보고 있다. 새롭게 탄생한 회사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두 차례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저작권과 상표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나라로 치부될 수 있다. 해태제과에 ‘식품’ 한 단어를 붙였기 때문에 상표권이 인정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해태제과식품 뒤에 ‘XX’만 붙여 ‘해태제과식품XX’와 같은 상호를 사용해도 무방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해태제과식품은 올해 상반기 내에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22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해태제과식품 예비 상장심사는 상장심사 간소화 대상에 포함돼 지난달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었지만 아직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해태제과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한국거래소 측도 고심이 많은 모양이다.

해태제과식품과 해태제과 주주들의 싸움에 금융감독원으로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판단에 따라 이번 해태제과식품의 해태제과 주주들을 배제한 단독 상장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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