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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스피치는 자전거 타기와 같은 것”
이혜정 압구정스피치 대표원장
2016년 05월 29일 (일)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소통의 시대다. 더 이상 불언(不言)은 미덕이 아니고, 침묵은 금(金)이 아니다. 대형 서점 한편을 빼곡히 채운 ‘말의 기술’에 관한 책들은 시대의 흐름을 대변한다.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소통 능력을 갈구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러나 ‘말의 세계’는 책 한 권, 조언 한두 마디로 해결될 만큼 단순하지 않다. 지난 25일 홍익대학교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혜정 압구정스피치 대표원장은 간호사와 쇼호스트, 스피치 강사라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고민을 덜어주는 인물이다. 

   
▲ 이혜정 압구정스피치 대표원장 ⓒ 시사오늘

아이 엄마라는 게 쇼호스트로서 강점 돼

간호사 출신 쇼호스트, 스피치 강사라는 이력이 특이한데요.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결혼하기 전까지 대학병원에서 7년 정도 근무했어요. 결혼해 아이를 낳고 잠시 일을 쉬던 차에, 아는 분의 소개로 홈쇼핑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 쇼호스트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원래 홈쇼핑을 잘 보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대본 없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진행하고 하는 모습을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왜 나는 이런 세계를 몰랐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생기더라고요. 이후에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친구·언니들과 대화를 하다가, 쇼호스트 아카데미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왠지 관심이 가서 전화도 해보고 상담도 했어요. 그게 시작이었던 거죠.”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 상황에서 그런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때 제 나이가 스물아홉 살이었어요. 적지 않은 나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경쟁력이 있기도 했습니다. 주부고, 아이를 키워본 경험도 있었으니까요. 쇼호스트 아카데미에서도 오히려 저 같은 사람을 선호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고요(웃음). 그래서 아카데미에 가서 카메라테스트와 대본 리딩을 해봤는데,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 용기가 생겼죠. 남편을 졸라서 아카데미에 등록했어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워낙 말을 못했고 울렁증도 있었거든요. 꼭 쇼호스트가 되지 못하더라도 말 잘 하는 스킬만 배워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죠.”

“한 달쯤 지났을 땐가, 아카데미 프레젠테이션 대회가 있었어요. 1등을 하면 오디션 기회를 주는 대회였는데, 우리 반에서 아무도 안 나가더라고요. 속으로 생각했죠. ‘우리 반에서 아무도 안 나가는 건 좀 창피하다, 나이 많은 언니로서 나라도 나가야겠다’고요. 거기서 1등을 하고, 오디션에 나가서 또 1등을 하면서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던 거죠.”

겨우 한 달 만에 오디션 1위를 했던 비결이 뭔가요?

“저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했어요. 안에 초미니스커트와 오픈숄더 드레스를 입고, 그 위에 펑퍼짐한 치마와 티셔츠를 입었죠. 그렇게 심사위원 앞에 나가서 ‘저는 이러한 펑퍼짐한 치마와 티셔츠가 어울리는 아기 엄마입니다’라고 말씀드린 뒤 치마와 티셔츠를 벗으면서 ‘그러나 저는 20대 못지않은 자기관리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했죠. 그 다음부터 20대 초중반 여성들이 갖고 있지 않은 주부로서의 감성과 경험, 공감대를 어필했어요. 아카데미에 등록한지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라 스킬이나 말솜씨는 뛰어난 편이 아니었는데, 독특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씩씩하게 면접에 임했던 걸 잘 봐주셨던 것 같아요.”

쇼호스트에서 강사로 변신하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요.

“제가 면접에서 워낙 당당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기대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방송은 또 다르더라고요. 카메라 울렁증이 워낙 심해서 한동안 굉장히 헤맸어요. 첫 방송 때는 말을 거의 못하고, 겨우 한두 마디 한 것도 다 틀려서 선배 쇼호스트가 다 정정해주고 그럴 정도였거든요. 지금은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까 많이 편안해졌는데, 당시만 해도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싶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제의가 들어와서 아카데미에 강의를 나가게 됐어요. 그때 강의의 매력을 느꼈어요. 사람을 만나서 눈을 맞추고 말하는 게 훨씬 편하고 즐거웠거든요. 방송보다 반응도 더 좋았고요. ‘내가 해야 하는 건 이거구나’ 느껴서 그때부터 방송을 쉬고 1년 동안 공부를 했죠. 책도 많이 읽고, 강의도 많이 들으러 다니고요. 그렇게 여기저기서 강의를 하다 보니까 반응도 좋고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고 해서 아카데미를 열게 된 거죠. 경험이 쌓이니까 쇼호스트로서도 일할 기회도 더 많아졌고요.”

스피치의 핵심은 ‘빠져들게’ 만드는 것

   
▲ 이혜정 압구정스피치 대표원장 ⓒ 시사오늘

스피치를 잘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있을까요.

“저는 늘 스피치가 자전거 타기와 같다고 강조해요. 많은 사람들이 스피치를 영어나 컴퓨터처럼 머리로 배우는 교육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스피치는 운동에 가깝거든요. 말을 할 때 어떤 근육이 움직이고 어디에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를 몸으로 느껴야 합니다. 우리가 자전거를 배울 때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균형이 잡히는 경험을 하게 되듯이, 스피치도 소리를 내고 말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무대 울렁증’을 호소하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제가 2~3년 동안 카메라 울렁증을 겪어본 장본인이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경험이 제일 좋은 건 맞지만, 적응될 때까지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하죠. 제 경험에 비춰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호흡법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발성 호흡법이 있어요. ‘떨리고 있구나’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호흡을 조절하는 방법을 매일 연습하다 보면 안정적인 호흡이 가능합니다. 울렁증 때문에 저희 학원을 찾는 분들도 많은데, 처음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호흡의 포인트를 찾아드리고, 계속 연습을 시켜드리다 보면 한 달 안에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시더라고요.”

강의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었나요.

“한 번은 노조 지부장을 뽑는 선거에 나가신다고 찾아온 분이 계셨어요. 여러 가지로 불리한 게 많아서 도움을 받고 싶다고, 1년 전부터 찾아오셨어요. 이야기를 나눠봤더니, 목소리가 굉장히 허스키하시더라고요. 연설을 하려면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던 거죠. 그래서 여름까지는 발성 연습 같은 걸 하다가,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원고도 작성하고, 연설 연습도 수백 수천 번 했죠. 연설 콘셉트도 좀 다르게 했어요. 경쟁자가 목소리도 크고 연설도 잘 하는 분이라, 오히려 이 분에게는 잠시 침묵(pause)하는 시간을 두라고 했어요. 기선제압을 하고 몇 초 쉬었다가 시선을 집중시킨 다음에 몰아치라고요. 선거 이틀 뒤에 통화를 했더니, 완전히 쉰 목소리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위원장 경험도 있고 세력도 훨씬 큰 경쟁자를 이기고 당선되셨다고. 요즘도 가끔 연락이 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스피치에도 여러 분야가 있어요. 가령 아나운서 출신 강사는 논리적이고 정갈한 느낌을 원하고, 쇼호스트 출신은 표현력을 중시하는 식이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또박또박 안 끊기게 말을 하면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오히려 말을 절제하고 내용을 마음에 담기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봐요. ‘대화에 빠져든다’는 표현처럼, 언제 시간이 갔는지, 어떤 스킬을 썼는지 모르게 내용이 마음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풍부하고 재미있는 표현력을 지닌 사람으로 만드는 데는 자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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