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쓰나미②]원희룡·남경필 불러낼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정병국쓰나미②]원희룡·남경필 불러낼까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7.29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원 출격 시나리오 완성의 조건 세 가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새누리당의 현재 고민은 비교적 명확하다. 다음 대선에 내보낼 뚜렷한 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뿌리 깊은 부잣집 새누리의 곳간이 그렇게 쉽게 바닥날 리 없다. 여전히 여권의 인재 풀엔 남은 카드가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현재 원외에서 지자체장을 맡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다. 일각에는 이들이 야권으로 많이 기운 2017년 대권 판세를, 비등하게 가져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원이 다음 대권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나가지 말아야 할 이유도, 내보내지 않으려는 아군들도 많아서다.

여전히 당내의 주류 세력이 친박계인 지금, 원조 소장파인 이들이 후보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고 험하다. 또한 남 지사가 1965년, 원 지사가 1964년생으로 아직 젊은 정치인 축에 속하는 바, 굳이 이번 대선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까닭이 없다.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에서 대망을 노리는 잠룡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라도 소장파의 출진이 반갑지 않다.

그럼에도 정가의 수면 아래서 자꾸만 남·원의 이름이 거론된다. 쉽지 않지만 이들의 등판 시나리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시나리오의 첫 단추는, 8월9일 전당대회다.

▲ 고민하는 표정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뉴시스

 등판 조건 1. 대권주자 실종사태

지난 4·13 총선은 새누리당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선거에 참패, 의석을 대거 내주며 여소야대 정국이 시작됐고, 오랜 지지기반 영남에 균열이 간 것도 무척 아프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상처는 바로 대권주자들의 쇠락이다. 총선에서‘옥새파동’을 일으킨 김무성 전 대표는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리더십에도 타격을 받으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가 추락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각각 정세균·김부겸 의원에게 패하며 덜미를 잡혔다. 유승민 의원은 생환했지만 측근들이 대부분 고배를 마시며 입지가 축소됐다.

게다가 총선을 거치며 당내 주류인 친박계는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야권의 비난은 둘째 치더라도, 친박계는 당내에서조차 총선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되며 여론으로부터 공적(公敵) 취급을 받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가 대선 후보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진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바람을 타긴 어렵다. 이미 여권 내엔 반 총장이 검증을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대한 불안감이 번졌다.

여권 정가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난 2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반 총장은 불안요소가 너무 많다"며 "원내경험도, 지자체장 경험도 없는 순수한 외교관에 가깝지 않느냐"고 평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의 보좌관 A씨는 지난 20일 “다음 대권은 거의 가망이 없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며 “내놓을 패가 없다”고 토로했다.

등판조건 2. 흔들리는 문재인 대세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 시점에서 가장 옥좌에 가까운 인물로 분석된다. 꾸준히 여론조사 상위권을 유지하며 조용히 대세론을 형성 중이다. 지난달 2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21.1%의 지지율을 기록, 반 총장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3위이자 야권 내 2위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 상임대표(9.8%)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대세론이 대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는 두 차례나 대선에서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결국 대권을 잡지 못하고 물러섰다. 1997년엔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2002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무너졌다. 여기서 눈길이 가는 것은 2002년의 대선이다. 국민의정부 말기 DJ의 레임덕 현상은 가시화됐다. 대표적인 증거로, 2002년 6월 13일 치러진 제 3회 지방선거에서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은 야당인 한나라당에 참패하며 체면을 구긴다. 반대로 이회창 대세론은 더욱 힘을 받았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온 노풍(盧風)에 이 전 총재는 쓰러졌다. 노무현은 민주당 경선 출발 당시 지지율 10%미만이었으며 전국적 조직도 상대적으로 미약한 상태였으나,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와 결국 극적인 당선을 이뤘다. 이와 관련, 2017년 대선의 그림을 이와 비춰보는 이들도 있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지난 28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들려줬다.

“다음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길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신선함이라고 생각한다. 인지도가 지나치게 없어도 곤란하지만, 이미 식상한 인물은 안 된다. 이미 이 시대의 악(惡)처럼 규정된 친박계가 내세워도 안 된다. 국민의당이 잠식했던 중도표도 다시 그러모아야 한다. 그렇다면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충분하면서 보수와 중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여기에 부합하는 사람이 바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다.”

원 지사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제주도정에 집중해 (임기를) 끝까지 마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도 "(당의)차출에 가까운 요청이 있다면 미래를 속단할 수는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 새누리당에 마지막 남은 대권 카드로 평가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두 사람은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과 함께 과거 소장파 ´남·원·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뉴시스

등판조건 3. 새누리당 전당대회

오는 8월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당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다음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허망한 패배를 당할지, 아니면 역전을 노리며 대 접전으로 끌고 갈지가 결정될지도 모른다. 이번 전대가 중요한 이유다.

일부 언론과 정계 일각에선 이번 전대를 ‘마이너리그’라고 부르며 흥행실패를 지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전대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29석 거대 정당의 당 대표 자리가 결코 가벼울 리 없다. 남·원의 차기 대선 등판 가능성 역시 여기에 걸려있다. 지금까지 김용태,이정현,이주영,정병국,주호영,한선교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컷오프는 없지만, 단일화 가능성은 충분하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난 25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이번 전대 결과는 다음 대선의 후보군을 정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차기 당 대표에 따라, 차기 대권후보군에 현 지자체장을 포함한 다소 의외의 인물들이 등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