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고스트버스터즈>, 진정한 리부트의 사전적 의미를 고함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칼럼]<고스트버스터즈>, 진정한 리부트의 사전적 의미를 고함
  • 김기범 영화평론가
  • 승인 2016.08.22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범의 시네 리플릿>깔끔하게 오리지널을 잇는 영악한 방법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기범 영화평론가) 

▲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포스터 ⓒUPI 코리아

대개 속편이나 리부트된 영화들의 대부분은 레전드가 된 전작의 위세에 얹혀 가려는 의도성을 숨기기 어렵다. 

아니, 굳이 숨기기는커녕 프랜차이즈의 명성을 등에 업기 위해서라도 그 후속작들은 앞선 작품들의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를 계속 차용하는 것은 물론, 이전 영화에서 전설을 만든 주조연을 또다시 등장시켜 명작의 혈통을 계승했다는 정통성을 관객들에게 피력한다. 

하다못해 전혀 다른 서사 구조임에도 OST 나 명장면과 같은 전작의 주요 코드들을 그대로 이식하여 보는 이들의 추억을 환기시키는 방식은 전가의 보도를 지나 매우 촌스럽고 상투적인 공식이 된지 오래다. 

원작에 업혀 가려는, 어찌 보면 지극히 안이한 이 발상은 그만큼 후속작들에겐 창의력 결여에 대한 냉혹한 대가를 수반하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개봉하여 흥행 참패의 쓴맛을 보고 있는 우리 영화 <국가대표 2> 가 그 전형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기에 으레 영화에는 전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얘기가 나돈다. 

형보다 더 나은 아우의 반열에 오른 속편을 고르라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무법자> 시리즈나 <에일리언 2>, 그리고 <터미네이터 2> 처럼 손꼽히며 국한되는 이유이다. 

이번에 새로이 개봉하는 <고스트버스터즈> 2016년 버전을 만든 폴 페이그는 이전 연출작 <스파이> 에서 합을 맞춘 자신의 페르소나 멜리사 맥카시를 새로운 팀의 리더로 발탁하며, 상술한 구시대적 전형성에서 최대한 탈피하고자 한 듯하다. 

물론 기성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증폭시키는 기존 OST 를 영화 전편에 포진시키거나, 신화를 일구었던 전작의 주연 배우들을 장면마다 카메오로 출연시켜 순간적으로 이를 알아내는 묘미를 선사하는 영악함은 굳이 저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위에서 기술한 주제가나 전작 배우들의 카메오 공식은 오리지널과 이번 리부트를 연결시키는 기초적 가교 역할로 작용했을 뿐, 30년 전의 분위기와 그 연관성은 최소화하려는 기획력이 참신하다.  

▲ 고스트버스터즈의 이 영원한 로고는 영화 브랜드 창출의 신기원중 하나이다. ⓒUPI 코리아

그 참신한 기획력의 중심에는 귀신을 잡는 주역들을 모두 여성 캐릭터로 재창조했다는 사실이 자리한다. 

기존의 코믹한 설정과 뉘앙스는 그대로 이어 가지만, 이미 두 편의 영화 시리즈와 애니메이션으로 고착화된 <고스트버스터즈> 의 남성 캐릭터들은 여성으로 다시 재창조되고 치환함으로써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출발을 알림과 동시에 구시대와의 단절을 은연중에 선포한다. 

여기에 오리지널에서 다소 비추어진 공포 코드와 과감히 절연하고 아예 순도 높은 코미디 오락 영화로 자리매김한 것은 단순한 장르 비틀기가 아닌, 차라리 기본 플랫폼을 공고화함으로써 어설픈 키치로부터 영화를 구분한 효과를 자아낸다. 

하긴 <고스트버스터즈> 의 원작 또한 드라마나 공포적 요소는 양념처럼 작용했을 뿐, 그 기본적 뿌리는 지극히 가벼운 미국식 유머와 위트로 점철된 전형적인 아메리칸 냉소주의에 불과하다. 

오히려 군더더기로 치부될 수 있는 어설픈 진지함이 첨언되어야 할 필요가 더더욱 없다는 이야기이다. 

2016년 버전의 <고스트버스터즈> 는 분명 오리지널의 그 위대한 명성을 뛰어 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의 추억은 공유한 채 새로운 재창조를 통해 기존 작품들의 리메이크나 리부트의 정형화된 틀을 최대한도로 벗어나려 노력한 시도는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이젠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예전의 주연들이 이번 영화에서도 비중 있게 배치되어 후속 세대에게 바통 터치하는 식상한 방식을 선택하지 않은 것만 해도 오히려 리부트를 세련되게 돋보이게 한다. 

80년대 초의 M-TV 를 거친 비디오 세대들에게는 귀에 익은 주제가와 귀여운 마시멜로 맨의 재등장이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80년대를 훨씬 지난 후에 태어나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세대들에게도 이번 <고스트버스터즈> 의 코미디와 여성 액션은 분명히 호소될 수 있다. 

적어도 같이 관람하는 가족 간에 반가운 카메오를 인지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세대 간 연결 고리 역할의 그 가치와 소임을 충분히 증명한다. 

오히려 세상을 구하려 귀신들을 부숴버리는 팀의 새로운 주역이 여자들이고, (크리스 햄스워스의 여성 팬들은 가슴 저리겠지만) 꽃미남이 멍청한 비서 역할을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쓸데없는 시각은 안티 페미니즘적 구상유취와 경도된 피해의식에 불과하다. 

물론 영화에서 세상을 구하는 주인공들이 여성이라고 해서 시대와 세대의 변천에 따라 성역할이 확연히 바뀌었고, 그만큼 세상이 진일보했다는 섣부른 생각 자체도 선이 그어져야 할 것이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늘 남자인 것에 익숙해져 있거나, 영화의 캐릭터 설정에 대해 무의미한 성 담론을 정치사회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고루한 고정관념은 한 편의 코미디를 부담 없이 즐기는데 소모적인 장애가 될 뿐이다.

(하긴 이러한 기우조차도 일종의 성차별적 관념에서 기인할 수도 있겠다.) 

원작에서 이곤 스팽글러 박사로 분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천재 코미디 작가 해롤드 래미스는 재작년에 유명을 달리 하여, 이번 <고스트버스터즈> 는 생전에 각본으로만 이름을 올리고 원년 멤버로서의 카메오를 대신한 유작이 되었다. 

그의 명복을 빈다. 

8월 25일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뱀의 발 : 유달리 기나긴 엔드 크레디트 때문에 없을 거라 지레 짐작하고 객석을 떠난다면 속편을 암시하는 쿠키 동영상을 놓칠 수 있다. 

★★★☆

·영화 저널리스트
·한양대학교 연구원 및 연구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서원대학교 등 강사 역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