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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논란]"애매모호한 조항, 문화계 근간 흔들려"
원종원, "홍보업무 마비→수익구조 악화→투자위축심리…연쇄적 시장 위축 악순환"
2016년 11월 14일 (월) 김인수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 애매모호한 김영란법 조항으로, 문화계 근간이 뿌리채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문종 국회 대중문화미디어연구회 대표의원(왼쪽)이 토론회 주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오늘

문화예술계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대한 법률’(김영란법)이 홍보관련 업무의 마비에 따른 연쇄반응으로 순수 예술 분야의 근간을 뿌리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프레스티켓의 제한으로 언론이나 전문매체들이 자유로운 논의나 비평, 평론의 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는 14일 국회 대중문화&미디어연구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화예술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원종원 교수는 “김영란법은 공연계에서 홍보관련 업무의 마비, 이에 따른 수익구조의 악화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관계기관 혹은 금융권의 투자위축심리로 이어지며 연쇄적인 시장위축의 악순환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막을 올리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해지던 연말 공연가에서 이미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록키’의 공연을 하루 앞두고 투자 유치와 홍보수단의 급격한 어려움으로 인해 공연 취소를 선언했다.

결국 급작스런 공연 스케줄의 취소는 공연장 간의 연쇄 이동으로 이어지며 점차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 교수는 “문화산업은 다양한 시도와 실험으로 해당 콘텐츠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이 모색돼야 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김영란법으로 인한 시장위축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면에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프레스티켓 제공, 기자는 “YES” vs. 평론·비평가는 “NO”

원종원 교수는 또 프레스티켓의 제한으로 인한 평론·비평문화의 위축도 우려했다.

이른바 3·5·10 법칙에 따른 프레스티켓의 위법성에 대한 논란은 지난 10월28일 국민권익위원회 TF 제1차 회의를 통해 취재목적으로 제공된 경우 금액에 관계없이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이끌어 냈다.

문제는 기자 외의 비평이나 평론 등 전문가들에게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운용된다는 것이다.

원 교수는 “이는 특정 직업의 종사자만이 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형평성의 시각에서도 문제를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유로운 논이나 비평, 평론의 장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점이 문화예술 콘텐츠의 완성도를 고양시킬 수 있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방해한다는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영란법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적 측면에서의 규제와 어느 정도의 자율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배려 될 필요가 있다”며 “프레스티켓의 제공은 제작사나 홍보사가 판단해 제공하되, 1인 1매에 한해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원 교수는 “외국의 경우에도 프레스티켓의 운용은 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연티켓 제공은 경제활동이나 교류 활성화에 기여

이와함께 김영란법이 공연초대권의 제한으로 문화마케팅 시장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원종원 교수는 “공연티켓의 김영란법 포함은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고가로 인식돼 부정청탁 등의 제공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라면서도 “하지만 문화산업 육성과 건강한 문화소비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 등 해외의 일반적인 사례와는 상반된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의 기업들이 타 지역의 비즈니스 파트너나 바이어들에게 뮤지컬 티켓을 제공하거나 스포츠 입장권을 마련해주는 것은 해당 도시의 이미지나 국가 브랜드, 도시 브랜드를 형성하고 향후 이를 통한 경제활동이나 교류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건강한 사례로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이를 장려하고 권장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며 “문화와 예술, 스포츠를 통한 브랜드 마케팅의 위력을 극대화하고 적절히 활용하기 위한 목적의 반영이다”고 덧붙였다.

또 “한류의 확산 등을 통해 향후 발전가능성을 검증받은 문화예술 분야가 오히려 위축되거나 제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결과라 할 수 없다”면서 “부정이나 부패는 효과적으로 방지하되 문화산업의 특성과 장점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탄력적인 법의 적용이 깊이있게 고민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원종원 교수는 문화예술계의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 후원 유치에 관한 탄력적인 법 운용도 당부했다.

원 교수는 “김영란법 발효 이후 순수 예술 분야는 현격한 시장의 위축을 경험하고 있으며, 공연이 취소되거나 지역 투어가 불가능해지는 어려움도 목격되고 있다”면서 “기업의 후원 유치에 대한 법 적용에 있어 보다 탄력적인 운용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대현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교수(공연 연출가)는 “비교적 제작비와 티켓 가갹이 높지 않은 연극계에서도 김영란법은 난제라고 공감하는 입장”이라면서 “기업이 공영제작 지원을 망설이고, 제작사는 리스크가 커지면서 소극적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에 법적 차원에서 공연계의 광범위한 업무에 적용할 세세하고 명확한 매뉴얼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업, 법 핑계 삼아 문화예술 산업 지원 회피 구실 악용 우려

전종우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공연단체에게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할 경우 제작비의 일정부분을 지원하고 입장권을 대가로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며 “하지만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인해 이러한 지원이 문제의 소지를 담고 있어 기업의 지원이 축소될 소지가 크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입장에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을 핑계삼아 문화예술 산업에 대한 지원을 회피하는 구실로도 악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이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법을 시행하는 입장에서나 법에 의한 규제 대상의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동진 예술의 전당 기획전략부 부장은 “최근엔 소극장 연극도 입장권 가격이 낮지 않아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공연의 완성도와 예술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증가를 무작적으로 막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윤 부장은 “하지만 우호적인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사·제작사는 비용이 적게 드는 제작방식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면서 “협찬에 대한 대가로 기업에게 제공되는 입장권 이외에 더욱 다양한 부가가치와 혜택을 창출하는 문제에 대해서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체부, 공연관람권과 선물 가액 탄력성 조정 요청

문화예술계의 우려에 대해 정상원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 과장은 “공연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공연 담당공무원 등 공직자, 기자 외 방송 스태프, 교수를 겸직하는 평론가 및 모니터링 요원 등에게도 공연관람권 제공 허용 등을 청탁금지법 해석 지원 TF에 유권해석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청탁금지법 상의 선물가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등 탄력성 있는 조정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홍문종 국회대중문화미디어연구회 대표의원은 “김영란법의 입법취지에는 매우 공감하지만, 애매모호한 법 조항과 소비위축 등 경제적 측면에서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문화예술계도 공연전시 프레스티켓 배부 및 기업 협찬 등이 자취를 감추게 되면서, 홍보위축은 물론 문화예술시장 자체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 의원은 “법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보호장치가 확정되지 않는 이상 어떤 형태로든 문화예술시장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와 관계기관은 법 시행에 따른 쟁점을 신속히 파악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등의 뚜렷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기업의 후원이나 협찬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연이나 전시의 경우, 법 시행 이후 투자유치는 물론이고 각종 초대권 및 리셉션이 자취를 감춰 마케팅과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라면서 “보다 세밀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김영란법으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이 사실이다. 문체부는 이같은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이드북 제작 등과 함께 문화소비 활성화 캠페인 등을 통해 국민과 기업의 문화소비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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