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대선전]충청대망론, 현실로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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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대선전]충청대망론, 현실로 다가올까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12.14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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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대권주자 분포도②충청·호남>
충청 : 반기문 안희정 이인제
호남 : 정동영 천정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그래픽=김승종

왕좌의 게임이 시작됐다. 탄핵안 가결로 조기대선이 가시화된 가운데, 대권주자들의 ‘정치적 고향'도 이목을 끈다. 탄핵정국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곳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였다. 지역주의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옅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적 고향’을 무시하긴 힘들다. 다음 대선은 여전히 절대강자가 부재한 가운데 전국적으로 치열한 거병(擧兵)이 예상된다.

▲ 지역적으로 충청권은 한 차례도 정치의 중심에 서진 못했다. 마치 숙원처럼 되어버린 대통령 배출의 열망은 ‘충청대망론’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충청대망론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안희정 현 충남지사다. ⓒ뉴시스

대망론은 누가 이룰까 – 충청 : 반기문 안희정 이인제

충청도는 한국의 정치 지형도에서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선거의 향방을 결정하는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다. 영남과 호남의 대립구도 속에서 충청이 손을 들면 이긴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는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맞잡은 DJP연합의 승리로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충청권은 한 차례도 정치 중심에 서진 못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 배출이 마치 지역 숙원 사업처럼 여겨지며  ‘충청대망론’이라는 이름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충청대망론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게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안희정 현 충남지사다.

반 총장이 대선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반 총장은 갑작스레 차기 대권후보 리스트에 등장했다. 이후 반 총장은 직접적인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지지율 상위권을 유지했다.

반 총장이 대선후보로 지목되고 또 지지기반을 얻은 데엔 UN 사무총장이라는 커리어가 결정적이었지만, 충청대망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총장을 충청권 최대의 사조직 충청포럼이 지지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퍼졌다. 또 팬클럽 ‘반딧불이’는 충청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조직을 정비중이다. 지난 4.13총선에선 ‘친(親)반기문’을 자처하며 출범한 정당만 ‘친반통일당’, ‘친반국민대통합’, ‘친반평화통일당’, ‘친반연대’ 등 네 곳이나 된다.

여권이 대권주자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반 총장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리얼미터>가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 총장은 18.8%로 2위를 지켰다. 당초 친박계가 미는 후보로 알려진 반 총장으로서는 이번 탄핵 정국이 결코 유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는 지난 5~9일 성인 남녀 251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포인트다.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권 정계의 한 소식통은 12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반 총장 만한 인물이 어디 있나”라면서 “경력 면으로나, 지역적인 면으로나 차기 대권의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야권에서 떠오르는 대망론 후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좌희정 우광재’라고 불렸을 만큼 친노의 장자(長子) 안 지사는 충청권에서 점점 세를 확장 중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선 대전과 충남 등에서 ‘안희정의 사람들’이 당선되며 입지를 드러내는가 하면,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선 대의원들에게 문재인 전 대표보다 더욱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1965년생)라는 점도 안 지사가 시선을 모으는 이유다. 지난 9월 <시사오늘>의 추석민심 탐방에선 충청권의 젊은 정치인으로서 안 지사의 위상이 확인되기도 했다. 반 총장을 지지한다는 이들조차 “반기문 다음엔 안희정이 나오면 좋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도 다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빼고 다 해본 남자’라는 별칭처럼,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백전노장이다. 이 전 대표는 JP이후 충청 출신 중 가장 중량감 있는 인사 중 한 사람으로 꼽혀 왔다.

지난 총선에서 안 지사의 측근 민주당 김종민 의원에게 일격을 당하며 잠깐 정비에 들어갔던 이 전 대표는, 최근 혼란에 빠진 새누리당에서 친박계 구당(救黨)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으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권도전을 천명하며 마지막 한 수를 준비 중이다.

▲ DJ의 그림자가 워낙에 컸기 때문일까. 좀처럼 ‘대권주자급’으로 불릴만한 호남출신 정치인이 성장하지 못했다. 그나마 한 차례 대선에 나섰던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과, 이번에 6선 고지에 오른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가 그 맥을 잇고 있다.  ⓒ뉴시스

당은 있고 사람은 없다 - 호남 : 정동영 천정배

야권의 고향, 한국 민주화의 선봉 호남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치열한 구애전을 펼치고 있어서 정당과 세력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DJ의 그림자가 워낙에 컸기 때문일까. 좀처럼 ‘대권주자급’으로 불릴만한 호남출신 정치인이 성장하지 못했다. 그나마 한 차례 대선에 나섰던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과, 이번에 6선 고지에 오른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가 그 맥을 잇고 있다. 정 의원은 전북을, 천 전 대표는 광주·전남을 대표한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대권후보로 꼽혔지만 입법부의 수장으로 선회했다.

언론인 출신의 정 의원은 4선 의원이지만 동시에 낙선도 네 차례나 한 파란만장한 정치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총선서도 신승(辛勝)하며 부활에 성공, 이젠 당의 원로급 인사로 활동 중이다. 제 17대 대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후보로 나섰지만 낙선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지난 12일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배는 물이 들어와야 뜰 수 있다. 사막에서 배를 띄울 수는 없다”며 “지금은 어떤 나라를 만들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모든 정치인에게 (대선의) 길은 열려있다”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북 정가의 한 관계자는 1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전북은 오랫동안 정치·경제적 소외를 받는다는 인식이 있다”며 “그 열망을 풀어줄 인물에 대한 갈증이 있다. 정동영 의원이나 정세균 국회의장 같은 사람이 대선에 나오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광주를 지역구로 하는 천 전 대표는 15대 총선부터 꾸준히 호남을 대표해온 정치인이다. ‘목포 천재’라는 타이틀과 함께 높은 인지도, 화려한 정치경력을 가지고 있으나 대권주자 반열에는 좀처럼 오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천 전 대표는 항상 ‘복병’으로 거론된다. 수도권 중심으로 정치를 해오다가 광주로 지역구를 옮긴 뒤 재선하며 정치적 고향으로 호남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호감도도 더욱 올랐다고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너무 늦게 왔다’는 평도 나온다.

광주 정가의 한 소식통은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천 전 대표는)정치적으로 더 클 수 있었던 사람”이라며 “광주 내려와서 오히려 더 인기가 올랐다. 하지만 좀 늦게 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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