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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의 하루②]화려한 백화점 뒤 청소노동자의 ‘그늘’
쿠션 의자와 넓직한 고객 쉼터 vs. 청소도구함 옆에 놓여진 노동자들의 작은 의자
2017년 07월 29일 (토) 변상이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백화점의 화려함 속에 묻혀버린 이들이 있다. 바로 청소노동자들이다. 청소노동자들에게는 휴식도 편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눈치’가 보여서다. 이들의 휴식공간은 화장실 옆에 놓인 자그마한 의자가 전부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에게 있어서 휴식공간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이 존재한다. 바로 고용불안이다. 용역업체가 바뀌면 고용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실태 문제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시사오늘>은 청소노동자들의 일터를 직접 찾아가 이들의 노동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실태 문제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시사오늘>은 청소노동자들의 일터를 직접 찾아가 이들의 노동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 뉴시스

청소노동자 이야기

백화점은 화려하다. 화장실마저 일반 건물에 비해 쾌적함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인다. 고객들이 쇼핑 도중 쉬어 갈 수 있는 쉼터 공간이 화장실 입구에 마련될 정도다. 내부 역시 여성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쿠션 의자와 함께 넓직한 공간이 마련됐다. 용변을 보는 장소임에도 많은 고객들이 거리낌 없이 드나들며 잠시나마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쾌적한 공간의 이면에는 청소노동자의 그늘도 함께 존재했다. 넓은 공간 한 구석에는 화장실 청소에 필요한 물품이 보관돼 있다. 일반 화장실 한 켠 보다 작은 공간 안에는 휴지와 걸레, 고무장갑을 비롯한 청소도구들이 빼곡했다. 그리고 등받이 없는 작은 의자도 하나 놓여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의자와 쉴 수 있는 공간이 갖춰 있음에도 청소노동자는 10~15분 간격으로 내부를 점검한 뒤 도구함으로 향했다. 그는 사람 한명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장소에서 부채질로 더위를 달랬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마친 청소노동자들이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공간은 이곳에 놓여진 작은 의자가 전부였다.

기자가 조심스레 다가가 백화점 내부에 휴식공간이 없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어요. 아마 층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곳에서 쉬어요”라는 답변뿐이었다. 위 글은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현실’이었다.

휴식도 눈치 보여 화장실 한켠에서 쉰다

   
▲  청소노동자들이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공간은 이곳에 놓여진 작은 의자가 전부였다. ⓒ 시사오늘

내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올해보다 16.4% 증가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그들의 일자리 환경이 함께 개선되는 건 아니라는 우려도 따라왔다.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실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었다. 기업·병원·학교 등 청소 용역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간접고용’의 경우 근무 환경은 더욱 열악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정부가 원청인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비율은 2012년 6만 2493명에서 2016년에 8만188명으로 늘었다.

산업 안전 보건법 제29조 제9항에 따르면 ‘사업을 타인에게 도급하는 자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수급인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위생시설에 관한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수급인에게 위생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거나, 자신의 위생시설을 수급인의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절한 협조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조항이 있음에도 정당한 휴식공간이 제대로 마련되고 있지 않았다. 보통 기업이 직접 고용하는 회사의 경우 사내에 쉼터가 존재하지만 용역업체를 통해 일하는 근로자의 휴게시설은 비좁은 공간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그 공간마저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해진 시간에 교대로 쉬게 되지만 그곳에서 식사와 휴식을 동시에 해결하기에는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청소근로자는 “여러명이 모여 있으면 눈치 보여 편안하게 쉴 수도 없다. 그냥 여기서(화장실 한켠) 쉬는 게 마음 편하다”며 “출근해서 옷 갈아입고 잠시 눈을 부치는 것 외에는 갈 일이 없다”고 터놨다.

용역 바뀌면 일자리도 ‘위협’…휴게시설보다 더 심각한 ‘고용불안’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다. 보통 용역업체는 1~2년마다 직원들과 재계약을 하게 된다. 원청과 용역업체가 재계약을 하게되면 큰 문제는 없지만 용역업체가 바뀌어버리면 직원 역시 교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기업의 청소노동자는 “공공부문의 청소노동자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5년까지 일하고 있지만, 1~2년 주기로 하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업체가 바뀔 때마다 근로조건도 변경돼 혼란스럽지만 원청인 기업은 이같은 현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간접고용으로 인해 용역업체와 근로자간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서울 주요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고려대·연세대 등 대학교와 대학병원 등 17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조합인 서경지부는 노동자 임금 인상 문제를 두고 농성을 벌였다.

서경지부와 연세대에 따르면 서경지부 소속 연대 청소·경비·주차 노동자들은 “다른 대학에서도 원청인 학교가 나섰기에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될 수 있었다”며 “연세대도 ‘용역회사와 교섭하라’는 태도로 일관하지 말고 문제 해결해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연세대분회 소속 노동자는 350여명으로 그중 200여명이 현재 농성에 참여해 교내 청소·주차 업무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학교 측은 용역업체가 월급을 주는 방식이니 학교를 향한 시위는 중지해달라는 입장만 전했다.

일각에선 기업이나 대학이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회사들이 직접고용 하는 방식이 오히려 인건비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용역업체가 가져가는 중간 마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광주광역시에서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 770여 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결과, 임금은 인상된 반면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용역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업체 이윤 등이 절감됐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간접고용으로 인해 위탁업체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 정책기조와 대학 내 고용안정 부분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직접고용을 단계적으로 발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직접 고용하는 것이 해결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보통 회사가 직접고용을 채택할 경우, 처음에는 계약직으로 선발해 2년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되면 기본급 형태에서 호봉제나 변형 직무급 형태로 임금체계가 바뀌고, 소속에 따라 최고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고용불안 문제도 줄어든다. 

물론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돼도 근무환경이 개선될 지는 미지수다. 임금이 오르고 고용형태가 안정적으로 전환될지라도 상대적으로 고된 일을 하는 이들에게 정당한 복지시설이 보장될 수 있냐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한 중견기업의 관계자는 “건물 고층에 청소근로자들을 위한 공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간이 협소하다는 의견이 있어도 또 다른 공간을 더 확대할 여력이 없는 건 사실이다”고 전했다.

한편 간접고용은 원청과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 속해 일하는 노동자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실제론 원청에서 일하며 원청의 관리자의 업무지시를 받지만 정작 소속은 하청업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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