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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화상⑤] ‘젊어서 고생 늙어서도 한다’…일터로 나가는 황혼
2018년 10월 15일 07:00:47 장대한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 은퇴 세대들 중에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농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 픽사베이

"오히려 일을 안 하면 몸이 아프다." 젊어서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가정을 꾸려서는 자식들을 부양하기 위해 평생을 일만 해온 우리네 부모님들이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다. 하지만 이러한 말 속에는 그만큼 먹고 살기조차 퍽퍽해진 우리 사회의 불안한 단면과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부모의 내리사랑이 중첩되며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고령화 사회 속 노인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의 복지 정책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여전히 은퇴 세대들은 또 다시 일터로 향한다. 특히 부모 봉양이라는 말은 기대조차 어려워진 지금, 누군가의 아버지는 일용직 소일거리라도 찾아 나서고, 누군가의 어머니는 식당일이나 장성한 자식이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게 돕고자 오히려 손주 육아를 떠맡기도 한다. 이에 〈시사오늘〉은 늙어서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이들의 속 깊은 얘기를 들어봤다.

나이는 들고 모아둔 돈 없어 택한 '귀농'…"최대한 안쓰며 살 수 밖에"

줄곧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던 정우남(경기,69)씨는 5년 전 서울 생활을 어렵사리 정리했다. 나이가 많아 더 이상 노동일을 하기 어려워진데다 자식들 모두 출가하면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겠냐'는 심정으로 귀농을 택한 것이다.

다만 농사일을 처음부터 할 줄 알고 도전한 귀농은 아니었기에 초반 시행착오와 어려움은 물론 시골 사람들의 텃세까지 종종 겪었다. 그나마 시간이 약이라는 말대로 귀농 5년차에 접어든 정 씨는 지금의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정 씨는 "없이 사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서울에서 살기보다 한적한 시골에서 생활하는 게 나겠다 싶었다"며 "무엇보다 평생 남의 일을 해오다 내 일을 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다만 기력이 떨어져 농사일이 조금씩 힘에 부치는 것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노령 기초연금이 매달 20만 원 나오고 있지만, 직접 재배한 고추와 땅콩, 고구마 등을 팔아 생긴 수입이 아니면 생활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는 "자식들이 간간이 부쳐주는 용돈과 집에 들를 때마다 장을 봐주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며 "풍족하지는 않지만 김치는 담가두었던 것을 먹으면 되고, 밭에서 기른 작물들로 반찬을 해먹으며 최대한 안 쓰고 산다"고 설명했다.

정 씨의 바람은 앞서 말한대로 최대한 아끼면서 살고,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자식들에게 해준 것이 많지 않아 항상 미안한 마음이고, 손주들을 잘 키우고 잘 사는 것만 해도 큰 행복"이라며 "노후 준비도 제대로 못했지만 자식들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기력이 닿는 데까지 농사를 지으면서 건강하게 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30년 직장 생활에 남은 건 집 한 채…노인 일자리 프로그램으로 생활비 충당  

30년 넘게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는 김동명 씨(서울, 64)도 노후 대비와 관련해 큰 고민을 안고 있다. 퇴직하기 직전 기존에 살던 반지하방을 처분하고 빌라로 이사하면서 생긴 대출 빚 때문이다.

김 씨는 자녀들이 모두 결혼함에 따라 마음의 짐을 덜었다는 생각에 노후를 대비해 지금의 빌라 집을 구매한 것인데, 정년퇴직 후 별다른 소득이 없게 되자 막상 이자를 갚아나가기도 빠듯해졌다. 연금으로 매달 나오는 금액마저 대출 빚을 제하면 얼마 남지 않는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나마 김 씨는 퇴직 직후 4개월 정도의 휴식기를 가졌다. 30년 버스 운전기사 생활을 정리하면서 생긴 공허함 탓에 김 씨는 정부 지원을 받아 학원도 다니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제 2의 인생을 꾸리기 위한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생활은 막상 대출 빚 상환이라는 현실로 인해 반년을 넘기지 못했고, 다시 고된 일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씨는 60세를 넘었다는 이유로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고, 지금은 구청에서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을 통해 근린공원의 풀을 깎고 환경 미화를 담당하는 계약직 업무를 보고 있다.

김 씨는 "평생 일을 하는라 제대로 쉬어보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어서조차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일용직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며 "빚도 자산이라지만 괜히 집을 샀나 싶기도 하다. 자식들에게는 손을 벌리고 싶지 않지만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 집안일에 육아까지 돕는 '슈퍼맨' 할머니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 픽사베이

집안일에 육아까지 돕는 '슈퍼맨' 할머니들…"심신 지쳐도 손주들 보면 흐뭇"

은퇴 세대의 일하는 삶은 여성 또한 매한가지다. 전업주부인 김숙자(서울, 62)씨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가사와 육아 노동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회사를 퇴직한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아 병간호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외손주 2명의 육아까지 맡아주고 있는 것.

아침에는 손주들 아침밥을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 이따금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교를 도와주기도 한다. 이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던 딸 부부가 지난해부터 김 씨의 집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되면서 바뀐 일상이다. 물론 그 전에도 나홀로 육아를 해 오던 딸이 가여워 거의 딸 부부네를 매일 들르다시피 해 일손을 도왔기에 크게 변한 것은 아니다.

손주들의 등교가 끝나면 김 씨는 설겆이와 빨래 등 집안일을 돌본다. 딸이 함께 집안일을 돌보지만 6인 대가족의 살림은 치워도 치워도 티가 안난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나마 손주들이 어느 정도 컸다는 점은 위안이다. 김 씨는 "자기 나이대에 이제 막 갓난 손주들을 돌봐야 하는 주변의 할머니을 생각하면, 자신처럼  한살이라도 젊고 기운이 있을 때 손주들을 돌봐줄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씨는 지금의 힘든 삶을 후회하고 있을까. 김 씨는 "할머니의 황혼 육아 노고를 알아주기라도 하듯 엄마에게 못지않은 애정을 표현해 주는 손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뿌듯한 마음이 크다"며 "자식 내외와 같이 살면서 육아까지 도우니 힘든 부분이 분명 있지만 보람이 더 크다. 대가를 바라는 게 아닌 자식들이 잘되기를, 손주들이 잘 크길 바라는 마음에 기꺼이 돕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김 씨의 사례처럼 조부모에게 육아 도움을 받는 가정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맞벌이 가구의 경우에는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기는 비율이 2012년 50% 수준에서 2016년 63.8%로 치솟으며 할머니들에 대한 육아 의존도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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