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후 CJ ENM 부사장대우, 경영 보폭 넓히며 존재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이재현 CJ 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장녀 이경후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최근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까지 회사에 불러들이며 본격 남매경영 시험에 나선 모양새다. 다만 경영 능력을 어느 정도 입증한 이 부사장과 마약 파문에 휘말린 이 부장 간 희비는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장은 지난 18일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발령받아 업무에 복귀했다. 2019년 9월 대마초 밀반입 혐의로 구속 기소돼 업무에서 물러난 지 1년4개월 만이다. 그는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CJ그룹 측은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은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이전 보직인 식품기획전략1담당과 같은 부장급 자리”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장의 업무 복귀로 그동안 정체됐던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CJ는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만큼, 향후 이 부장이 그룹 전반을 이끌고 이 부사장은 조력자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특히 이재현 회장과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처럼 이 부장과 이 부사장이 향후 남매 경영 체제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2013년 이 회장이 구속되자 손경식 CJ 회장과 함께 경영전면에 나서 총수 공백을 메웠다. 또한 식품사업이 중심이었던 CJ를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부회장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창립한 영화사 드림웍스와 협상을 주도해 이 회장과 약 3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지분과 아시아 배급권을 따냈으며, 지난해에는 영화 ‘기생충’ 투자·배급을 진두지휘하며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의 숨은 주역으로 조명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CJ ENM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이 부사장이 이 부회장의 역할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지난 연말 임원인사에서 이 부사장은 상무에서 부사장 대우로 승진한 바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는 CJ ENM은 현재 CJ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계열사로 꼽힌다. 이 부사장은 그동안 CJ ENM 브랜드전략실을 이끌었고, 한류 드라마와 영화·공연 분야 콘텐츠 성공에 기여하는 등 경영능력을 입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반면, CJ의 유력 후계자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이 부장은 마약 투약·밀반입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이 난 실정이다. 그는 23세인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재직했으며, 이후 식품전략기회1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9년 4월에는 계열사 간 주식교환을 통해 이 부장이 CJ 지주사 지분을 처음으로 확보하며 후계자로서 본격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마약 파문으로 경영수업·지분상속 등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복귀설이 흘러나왔던 지난해 연말 정기 인사 당시에도 자숙 기간이 짧은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장의 복귀로 CJ그룹 상속 구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이 부장이 지난해 H&B 스토어 CJ올리브영 지분(지분율 17.97%)을 매각하면서 마련한 총알을 CJ(2.75%) 등 지주사 지배력을 높이는 등 상속 재원에 활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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