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장, 정치형 필요한 까닭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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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서실장, 정치형 필요한 까닭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4.05.10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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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박관용·김대중-김중권·박근혜-허태열, 의회 경험 有
노무현-문희상·문재인-임종석, 민주화 운동 인사 정치인
이명박 정부, 학자 출신 류우익…尹 대통령, 관료 김대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을 소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을 소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4·10 총선 참패 이후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은 변화 일환으로 비서실장·정무수석 등 참모와 내각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그렇게 지난 4월 22일 5선의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합을 맞춘 김대기·이관섭 전 실장은 모두 관료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부재했다. 반면 정 비서실장은 기자 생활 15년, 청와대 정무 수석과 국회부의장,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한 중진 중 중진이다.

‘정치인’을 내세운 비서실장 인선을 두고 정무 기능을 강화하고 불통 이미지를 탈피하고 언론과 소통 면을 넓히겠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다수였다.

대통령실 ‘인선’ 하나를 두고도 여러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데,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실 초대 비서실장을 살펴보면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 인사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영삼 정부-박관용, 김대중 정부-김중권, 노무현 정부-문희상, 박근혜 정부-허태열, 문재인 정부-임종석 등이다. 예외인 것은 이명박·윤석열 정부 경우다. 

박찬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2002년 12월 발표한 ‘한국 대통령 연구의 심화 작업 : 함성득 저, <대통령 비서실장론>’에서 비서실장 유형을 정치형과 행정형으로 나눠 설명했다. 

해당 논문에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모두 정치형이면 민의 향배를 중시하고 종종 인기주의 정책이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행정형 대통령과 비서실장 결합은 능률지상주의를 앞세우고 관료주의 등 인권이나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소지가 생길 수 있다.” “정치형 대통령과 행정형 비서실장이 만날 경우 대중적 인기와 개혁성을 추구하는 대통령을 비서실장이 행정적 전문성으로서 보좌할 수 있지만, 비서실장 역할과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행정형 대통령과 정치형 비서실장이 동반하면 비서실장 역할이 커져 대통령이 비서실장 정치적 행보에 크게 의지하게 된다.” 등 내용이 담겼다.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 초대 비서실장은 행정형, 그 외 경우는 정치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문민정부의 박관용은 비서실장 기용 당시 이미 4선 중진이었다. 동아대 정치학과를 나와 1960년 4·19 당시 부산 지역 학생대책위원장을 맡았으며, 1967년 이기택 당시 의원 비서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뒤 부산 동래에서 11~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4대 대선 당시 김영삼(YS)을 도와 민자당 홍보대책위원장으로서 선거 승리에 기여했다. 

김대중(DJ)은 판사 출신에 민주정의당에서 3선 의원, 노태우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중권 비서실장을 기용했다. 경북 울진 출생의 김중권은 DJ와 접점은 없었으나, 입법·행정·사법기관을 두루 경험했다는 점과 지역감정 극복 차원에서 기용됐다. 박관용과 김중권은 각각 약 22개월, 21개월 재임했다. 

참여정부의 문희상, 문재인 정부 임종석은 모두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었다. 문희상은 1970년대 학생운동에 투신한 뒤, DJ 밑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고, 임종석은 한양대 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강성 운동권이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허태열 비서실장은 관료 출신, 3선 의원을 지낸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이었다. 임명 당시 ‘친정 체제’ 구축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윤창중 사건으로 책임을 지고 161일 만에 사퇴했다. 

이명박(MB) 정부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류우익은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를 지낸 학자 출신이었다. MB가 기획한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의 입안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옆에서 조용히 보좌하는 데 힘썼다고 평가받는데, 취임 4개월 만에 광우병 사태와 맞물려 직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첫 비서실장으로 ‘관료’ 김대기를 선택했다. 김대기 전 비서실장은 참여정부·이명박 정부를 모두 거친 경력을 인정받았으나, 정무적 판단에선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진석 비서실장 임명은 낮은 대통령 국정 지지율, 4·10 총선 참패와 맞물려 관료 아닌 ‘정무형’ 인사를 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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