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백 대신 박스카 레이·SUV 캐스퍼에 수요 집중…‘세대교체’ 수순
올해 연식변경으로 반등 재도전…‘터보 없는 GT 라인’ 볼멘소리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데이터로 자동차시장 보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민 경차로 불렸던 기아 모닝이 거듭된 판매 부진으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경차 후배 모델 레이의 절반에 그쳤을 정도다. 당장 올해는 연 2만 대 판매를 넘기기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전동화에 발맞춘 대대적 변신을 이루지 못한 채, 옵션 및 디자인 강화로 버티는 데 한계가 찾아왔다는 평가다. 기아 레이와 현대차 캐스퍼로 수요가 집중됨에 따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수순을 밟게 됐다.
12일 현대차·기아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기아 모닝의 올해 1~5월 판매량은 6098대로, 전년 동기간 대비 42.8% 급감했다. 지난해에도 연 2만587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쳐 11.9% 낙폭을 기록한 바 있는데, 올해는 부진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모닝 판매량은 레이의 절반, 올해는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앞서 모닝은 지난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경차 시장 판매 1위 모델로 꼽혀왔다. 당시 연간 판매량은 4만 대에 육박할 정도로 나름 견고했다. 레이보다 1만 대 이상을 더 팔았을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및 고객 니즈가 급변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바뀌었다. 경형 해치백보다 공간 효율이 높은 박스카 또는 SUV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레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과 혜성처럼 등장한 캐스퍼의 인기 증가로 이어졌다.
2022년부턴 경차 시장 내 모닝의 존재감이 더욱 희미해졌다. 레이와 캐스퍼 중심의 경차 시장 2강 구도가 본격화돼서다. 캐스퍼는 2022년 신차효과를 앞세워 경차 판매 1위에 해당하는 4만8000대 판매고를 올렸다. 레이 역시 페이스리프트 효과에 전동화 모델 레이EV 투입을 더해 2023년 5만1000대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기아 모닝이 고전하는 사이, 두 모델이 사이좋게 경차 1위 자리를 주고받았이다.
물론 모닝에게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신차급 디자인 변화를 이룬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호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객들의 관심은 모닝에 돌아오지 않았다. 우수한 연비와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지만 허사였다. 완전변경이 아닌 2번째 페이스리프트 출시로 신선함을 주지 못했던 게 패착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같은 하반기 출시된 경형 시장 첫 전기차 레이EV에 시장 관심을 온통 뺏기는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지난해 모닝 판매량은 2만5879대로, 레이가 기록한 5만930대 실적의 절반에 그쳤다. 그 사이 캐스퍼도 4만5451대를 판매하며 레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모닝은 갖은 어려움에도 올해 반등 재도전에 나선다. 2024년형 연식변경 모델을 앞세워서다. 가장 큰 변화점은 GT 라인 트림 추가다. 새로운 디자인 패키지로, GT 라인 전용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효율성 및 경제성을 강조한 본연의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스포티한 감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1.0 터보 모델 투입 없이 디자인 패키지만 내놨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반응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터보없는 GT 라인인은 의미가 없다'는 반응부터 '디자인 패키지로 가격만 올린다'는 등의 부정적 의견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에 대해 기아 측은 "연식 변경 모델임에도 큰 변화를 줬다. 새로운 디자인 패키지와 한층 높아진 편의성으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모닝 연식변경 모델 출시에 이어 올 하반기 나오는 캐스퍼 일렉트릭 등이 경차 시장 성장세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신형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에 시선이 집중될 수 밖에 없게된 만큼, 모닝의 유의미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도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단종 얘기가 나오는 모델보다 당연히 신차 및 전기차가 나오는 모델이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며 "현대차 기아 입장에서도 새로운 경차 볼륨 모델들을 육성했기에 모닝의 부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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