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2조 원 규모 FLNG 수주…“연 1~2기 수주 유지할 것”
고부가가치 설비…LNG운반선 대비 1기당 수주금액 5배 이상
2015년 전후해 시장 둔화…에너지 가격 오르며 수요 회복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국내 대형 조선3사가 해양플랜트 부문에 다시 힘을 주는 모습이다. 해양플랜트는 해저에 매장된 석유, 가스 등을 끌어올리는 설비다. 그간 부진했던 시장 수요가 회복기에 든데다, 고부가 산업이란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기업 다이나맥 홀딩스(Dyna-Mac)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선다.
이번 투자는 올해 상반기 양사가 진행한 회사 지분 확보전의 연장선이다. 양사는 지난 5월까지 1158억 원을 투자해 해당 회사 지분 25.4%를 확보한 바 있다. 양사는 이번 추가 매수 작업에 지분 100% 확보를 목표로 약 6000억 원을 투입할 전망이다.
한화는 다이나맥 홀딩스 인수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및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등 해양플랜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플랜트 사업 확장을 노리는 건 한화오션만이 아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해양 부문 사업 집중을 위한 인프라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3월 정관 내 사업목적에 신재생에너지 개발·중개·매매·공급 등을 추가했고, 4월엔 HD현대중공업의 기존 통합 조직을 조선과 해양에너지사업본부로 나눴다. 해상풍력, 해양플랜트 등에 힘을 실은 조처라는 평이다.
관련 수주전에 적극 참여하는 업계 행보도 눈에 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캐나다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FLNG) 확보 사업 ‘시더’(Cedar)에 입찰해, FLNG 1기를 수주했다. 직전 수주는 2022년 12월 아시아지역 선주와 체결한 계약이었다. 1년 이상의 공백기를 극복한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계약을 시작으로 연 1, 2기의 FLNG 수주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이다. 기본설계(FEED) 단계에 참여 중이거나 개발 단계에 있는 입찰 건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부문에 주목하는 배경으로는 고부가가치 시장의 이점이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대표 제품인 FLNG 1기 가격은 2조~4조 원 수준이다. 클락슨리서치 기준, 현재 LNG운반선 신조가가 2억 6200만 달러(약 3500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높다.
시장 전망도 그간의 부진을 벗어나는 모습이다. 해양플랜트 시장은 지난 2010년 대 중반을 전후해 수요가 큰 폭 하락했으나 최근 유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시적인 상승세도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해상석유 및 가스는 2023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16%를 차지했으나 오는 2030년이면 18%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지난 2015년을 전후한 시장 불황기가 국내 조선업계에 큰 상처를 남겼던 만큼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국내 조선업계는 시추 설비 등을 발주했던 글로벌 정유사가 저유가 시기 잇달아 등을 돌리면서 적자를 기록했었다. 다만 최근엔 업체들이 여러 변수를 고려하며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고, LNG를 다루는 설비가 수주 중심에 있는 만큼 그 우려가 줄고 있다. 급격한 가격변동과 수주 공백 등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문제가 발생했던 설비는 원유를 생산하는 드릴십이었다. 그런데 지금 국내 조선업계가 주력하는 건 LNG 관련 설비다. LNG는 계속 친환경 이슈가 부각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어, 성격이 다르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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