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적 성장과 별개로 국민은 불행…정치로 문제 풀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진영 갈등, 총격 사건을 비롯한 연이은 정치인 테러 사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등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의 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을까.
<시사오늘>은 정답을 찾기 위해 11월 5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와 시민의회’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학영 국회부의장의 강연을 들어봤다.
특강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부의장은 최근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언급하며 우리가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가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최근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지, 내 힘으로 막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의 힘으로는 안 됩니다. 공동체의 힘으로 해내야 합니다.
이럴 때 정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에 우리 군 파병 여부를 두고 논쟁이 있다면 국회에서 의견을 취합해 다수의 의견으로 결정됩니다. 정치는 내 삶 가까운 곳에서 매사에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어 그는 또 다른 예시를 들며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오성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기다리는데 30~40명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줄을 서면 손해였습니다. 택시가 안 오니깐 빨리 타는 사람이 승자였습니다. 열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부 힘으로 밀치고 힘센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땐 좌석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좌석표가 지정돼 있기에 빨리 뛸 필요가 없습니다. 차이가 뭘까요. 제도입니다. 그리고 어떤 제도를 만들지 결정하는 건 국민입니다. 그 뜻에 따라서 국회나 정부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K-문화를 비롯해 GNI(1인당 국민총소득) 3만3000달러 돌파, 국방력 6위 등의 수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회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전했다.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입니다. 하루 40명이 목숨을 끊습니다. 특히 노인과 20대의 자살률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노인빈곤율과 노동시간도 세계 1위이며 출생률은 최하위입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진 것입니다. 상위 10%가 대한민국 자산의 절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절반은 자산이 거의 없습니다. 또 시골 사는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올라와 도시는 밀집되고 있으며, 미세 플라스틱과 같은 환경 문제를 비롯해 집값 문제도 심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겉으로는 성장하지만, 실제로는 너무 우울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부의장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정치라고 강조했다. 모든 사회 문제는 결국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대안은 있습니다. 쓸만한 법이 통과되면 됩니다. 그러나 쓸만한 법은 모두 폐기되고 크게 영향 미치지 않는 법만 통과됩니다.
국민연금·의료개혁·산재문제 등은 서로 의견이 달라서 정체돼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미국도 민주당과 공화당 뜻이 달라 매번 싸우고 있습니다. 유럽 역시도 최근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포퓰리즘이 인기를 끌지만 실현성이 없습니다. 정당정치와 국제 민주주의 제도가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끝으로 이 부의장은 해결책으로 시민의회 제도를 언급했다. 아울러 실제로 이행된 몇 가지 사례를 덧붙이며 강연을 마쳤다.
“시민의회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세법을 만든다면, 주택 문제 신청자 중에서 직업과 나이를 고려한 통계 수치에 맞게 적절한 수를 뽑아 그들이 직접 문제를 논의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강의도 받고 9~10개월 한 주제를 숙의시켜 토론을 통해 안을 확정합니다.
프랑스는 135만 명 중 1만 명을 무작위로 뽑아 노숙자 문제 등 도시 정원 권고안을 법률로 통과시켰습니다. 벨기에 외펜 시민의원은 30명을 추첨해 권고안을 만들어서 다양한 논의를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 가동과 관련한 공동화 위원회를 만들어 중지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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