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각·합작시 정부 승인 필요
MBK파트너스 엑시트 전략 ‘흐릿’
“고려아연 핵심기술 유출 없을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고려아연의 전구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선정됐다.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하 MBK·영풍 연합) 간 경영권 분쟁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 제조 및 공정 기술’을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첨단기술로 선정했다. 고려아연이 지난 9월 해당 기술의 양 부문 선정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조치로 고려아연과 핵심 기술은 정부의 엄격한 관리를 받게 됐다. 대표적으로, 향후 대규모 외국인 투자 진행 시에는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한다. 대규모 투자 기준은 △외국인 투자자가 회사 지분의 50% 이상을 가지거나 △지분 최다소유자가 돼 경영권을 확보하는 투자 등이다. 사실상 고려아연의 해외 인수합병, 합작투자 등에 제재가 생긴 셈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경영권 분쟁의 판세가 고려아연 측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MBK파트너스의 엑시트(자금회수) 전략이 흐릿해지면서다.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다. 대개 사모펀드는 기업 지분을 저렴하게 사서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비싸게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게 목표다.
고려아연의 현재 시가총액이 약 21조 원임을 고려하면, MBK가 국내 시장보단 해외 시장 엑시트를 고려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려왔다. 다만 이번 조치로 해외 시장 엑시트는 버리는 카드가 됐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 측은 해외시장 엑시트 길이 막힌 만큼, MBK파트너스가 자산 매각 등 우회적인 방안을 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가 고려아연의 해외 우량 자산을 먼저 구조조정해 수익화를 도모하고 분할 매각 등을 활용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배경엔 회색지대 ‘표심’ 잡기가 꼽힌다. 현재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은 우호지분 포함 고려아연 측의 지분 보다 소폭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현재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국민연금, 기관 투자자 등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 줄 수 있는 명분을 쌓아야만, 임시주총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MBK파트너스·영풍은 달라질 건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해외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만큼, 변수가 새로 생긴 건 아니라는 의미다.
MBK 등은 지난 18일 관련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를 신속히 개선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강화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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