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의 썰] 미궁(迷宮)에 빠진 조국(曺國)과 조국(祖國)
스크롤 이동 상태바
[신용한의 썰] 미궁(迷宮)에 빠진 조국(曺國)과 조국(祖國)
  • 신용한 서원대학교 교수
  • 승인 2019.09.25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신용한 서원대학교 교수)

어떤 일이 좀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때 ‘미궁(迷宮)에 빠지다’라고 표현하고, 미궁에 빠질 정도로 어려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아리아드네의 실’이라고 한다.

연인 ‘테세우스’가 괴물과 싸우기 위해 미궁속으로 들어갔을 때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의 몸에 실을 묶고 미궁 밖에서 실타래를 풀어 탈출시켰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도 얽힌 일들을 풀어내는 첫 단추를 ‘실마리’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동서양의 진리는 언제나 통하는 모양이다.

직접 이 미궁을 만들었던 그리스 신화 속 건축가인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도 미궁을 탈출한 바 있다.

이들은 새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만든 후 미궁을 탈출했는데 아버지는 탈출 전에 아들에게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에 깃이 타버리게 되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젖어 날 수 없으므로 꼭 하늘과 바다의 중간으로 날아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그러나 미궁을 탈출한 기쁨과 하늘을 나는 기분에 아버지의 충고도 무시한 채 아들 이카로스는 태양에 점점 더 가깝게 날아가게 됐고, 마침내 날개를 접착했던 밀랍이 녹아 추락사하고 말았다.

천재적인 재능을 활용해 미궁을 만들었고, 또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갇혔던 미궁을 탈출하기까지 했지만 결국 자만심으로 아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으니 비극 중의 비극이라고 할만하다.

조국 사태!

현직 법무부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에 이르렀으니 가히 ‘사태’라 불러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호사가들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흥미로운 대결로 몰아가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3040 세대와 다른 세대, 공정성 회복과 검찰개혁, 교수들, 의사들 등 이념간, 세대간, 직종 내 갈등으로 갈가리 찢어지는 아픔의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다.

조적조!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말처럼 과거에 스스로 남긴 1만5000건에 달하는 SNS상의 흔적들과 전쟁을 치르는 사이, 러시아 특권층인 ‘노멘클라투라’가 돼버린 386, ‘불로장생 386’ 등의 비판과 함께 극심한 취업난과 ‘공정성’의 가치에 혼란을 겪는 현재의 20대들과 비교하는 기획 기사들.

‘대학 내 시위에 전체 학생의 1%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폄하에 소수라도 왜 분노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라는 비판 등이 뒤얽혀 생채기 나고 찢겨진 국민 가슴의 멍은 점점 깊은 피멍으로 곪아만 간다.

속칭 ‘오지랖’ 넓기로 유명한 공지영 작가가 무차별 난사를 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노선을 지향했던 진중권 교수를 향해 ‘머리가 나쁜지 박사도 못 땄다’는 식의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고, 소위 ‘데스 노트’에 조국 장관을 올리지 않음으로써 임명에 묵시적 동조를 해왔던 정의당도 당 지지율 하락을 목도하고 나서야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데스 노트를 다시 거론하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민주당 당원들조차 홈페이지에 조국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글이 늘어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아군과 적군조차 구별되지 않는 ‘미궁 속의 미궁’으로 점점 더 빠져드는 느낌이다.

이런 혼란하고 혼탁한 미궁에서 온 국민을 탈출시킬 수 있는 아리아드네의 실은 과연 무엇일까?

‘사퇴’라는 실마리를 맘속으로 모두 알고 있다. 굳이 법적 결말을 본 후에 실마리를 풀어야만 직성이 풀린단 말인가.

벌써 여기저기서 조국 장관이 사퇴한 후 총선에 출마해 명예를 회복하려 한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간신히 미궁을 탈출하긴 했지만 결국 자만심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이카로스를 보면서 자만과 욕망, 비극의 끝이 어디인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대개의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자만하거나 속이면, 특히 신을 속이는 경우 그 끝이 좋지 않음은 초등생들도 다 안다.

지금 신화속 ‘신’보다 더 무서운 ‘국민’이 미궁 속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용한 서원대학교 교수

신용한 서원대학교 교수

- 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장관급)

- 前 우암홀딩스(극동유화그룹 회장실) 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