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586 운동권 맏형보다 내가 경쟁력 있어”
시민들 “인물은 김영춘, 정당 생각하면 서병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부산=김병묵 기자 조서영 기자]
부산은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라 할만하다. 늘 정치권을 향해 가장 먼저 심판의 포문을 열어왔다. 군정이 지속되자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앞세워 문민정부를 열었고, 보수 우세 중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탄핵당한 뒤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싹쓸이 승리를 안기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4·15 선거에서도 부산엔 전국의 눈길이 쏠린다. <시사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격전지를 찾아 취재진을 파견했다. 일명 '부산마블' 여정의 첫 번째는 부산진갑이다.
부산진갑은 전국이 주목하는 격전지다. 더불어민주당 내 PK 최다선이자, 문재인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중진 김영춘 의원의 지역이다. 미래통합당은 이에 맞서기 위해 4선 의원을 지내고 부산시장을 역임했던 서병수 전 의원을 내세웠다. 나름 탄탄한 지역기반을 가졌다는 무소속 정근 후보도 강력한 변수다.
새벽기차로 부산역에 도착해 택시를 탔다. '정치 얘기는 머리가 아프다'라고 손사래를 치던 기사는 '그래도 들리는 말은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부산진갑이 빅매치지예. 김영춘은 장관을 했고, 서병수는 시장을 했고. 근데, 서병수가 시장하면서 욕을 진짜 많이 들었습니데이. 그런데 사실 욕 안먹은 시장은 없거든예. 오거돈이도 버스 전용차선 공약해놓고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서 지금 욕 엄청 듣고 있다 아닙니까. 그래서 서병수가 워낙 얼굴이 알려져 있다 보이, 아마 눈 딱 감고 2번 찍는 사람들 엄청 많을 낍니더."
"김영춘은 당이 문젭니더. 부산에서 정부여당이 지금 (이미지가) 매우 안좋다 아입니꺼. 근데 김영춘이 장관은 또 잘했어예. 해수부 장관 하면서 부산에 이것저것 마이 가져왔다고. 자기 지역구는 모르겠는데 부산은 마이 신경썼다고 말들이 나오니까. 지역구에선 또 뭐 했냐 하기도 하고."
부산진갑의 진구청 인근, 어린이 대공원 등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거의 반반에 가까웠다. 여당의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보통 인물론을, 야당인 서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보통 정당론을 앞세우는 경향을 보였다.
"김영춘이 그래도 부산 민주당에서 제일 이름이 난 사람입니다. 대권 얘기도 할 정도로 힘이 좀 있는 편이라 안합니까. 대구에 김부겸이면 부산에 김영춘이. 이렇게 있는거죠." - 진구청 앞에서 만난 시민
5일 대권과 관련해 김영춘 후보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대권 선언이라고까지 하면 좀 거창하고, 정치인으로서 그런 꿈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저번에 질문을 했을 때, '통일선진국가를 만들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대통령도 하고 싶고, 모든 걸 다 희생해서라도 해보고 싶다'고 답했었다."
"서병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 일을 바지런히(부지런하게) 했던 사람이라예. 지금 여당 하는 꼴 보이소. 이건 야당을 밀어줄 땝니더." -어린이 대공원에서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던 한 시민
같은날 정권 심판론에 대해 서병수 후보에게 물었다.
"경제가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소득주도성장 등을 밀어붙여서 힘들었던 것이, 코로나19로 표면화됐다. 정말 엄중한 상황이다. 지금을 놓치면 살릴 수가 없기 때문에 투표로 심판하는 수 밖에 없다."
또한 특별한 점으로, 여당인 민주당에 여론이 매우 불리했다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며 경합이 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한 시민들이 많았다.
"부산진구만 아니라 부산 전체가 다 디비졌다(뒤집어졌다). 다들 길거리에서도 문재앙이라고 하고 그런다. 요새는 그래도 쪼매 돌아오는 분위기더라." -윤모 씨(여,50대,부암동)
"요새 코로나 대처를 잘한다고 여당이 오르는 분위기다. 서병수가 김영춘이랑 비슷하다는 말을 듣고 (김영춘에게)투표하러 갈 생각이다." -조모 씨(남,50대,당감동)
다음은 김영춘 후보, 서병수 후보를 각각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엮은 가상대담이다.
-부산진갑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는.
김영춘 : "부산의 정 중앙, 한복판이라는 지리적인 위치도 있고, 내가 현재 부산의 민주당 최다선 의원이면서 부산지역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상대인 서병수 전 시장도 부산에서 가장 지명도가 있는 인물이다 보니 부산에서 가장 상징적인 선거구라고 하는 것 같다.
게다가 부산선거는 대체로 국회의 1당과 2당의 갈림길이 됐다. 지난 제20대 국회에서도 그동안 부산경남(PK)에서 거의 의석을 못 내던 민주당이 10석을 내면서 원내 1당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마 오는 제21대 국회도 다수당이 되는 싸움의 최종 결과는 PK가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
서병수 : "사실 부산진이라고 하는 도시가 역사적으로 부산의 발전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발전의 틀을 닦은 도시다. 제일제당, 삼성, 신진자동차 등, 현재 대기업들의 모태가 된 곳이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김영춘 의원이 민주당에선 가장 선수가 많고,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분이다. 역사적, 정치적 의미로도 중심인 곳이기 때문에, 보수로서는 이곳을 탈환하느냐 하는 것에 중대한 의미가 있다. 이 선거는 부산 전체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해양수산부 장관/부산시장 시절 부산을 위해 한 일을 꼽는다면.
김영춘 : "해양산업진흥공사라는 국가 공사를 설립했다. 자본금만 3조 1000억 원 되는 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한 정권 내내 공사 하나 설립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공사설립하고, 본사를 부산으로 가져왔다. 부산시 전체의 숙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산업자원부를 설득해 북항 일대와 영도 북쪽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포함시켰다. 이는 부산의 숙원 중 하나인 원도심의 재개조, 항만기능을 상실해가는 북항 일대의 통합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부산 미래의 새 비전을 여는 밑그림이 될 것이라 본다."
서병수 : "부산 18개 지역구에 모두 많은 일을 했다. 시장을 하려면 부산을 나눠서 보면 안 된다.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뭘 하려고 하면, 부산시가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산시장을 하려면 부산 전지역에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고, 구석구석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부산 어느 곳을 가도 연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부산진갑 출마도 주저 없이 나선 이유다.
부산진구만 말해보면 시민공원에 국제아트센터를 유치했다. 당시 나성린 국회의원이 제안하고 내가 그걸 예산을 편성해서 해 냈다. 초연 근린공원도 만들면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켜봤다. 부산진구를 가로막는 동서고가도로 철거도 내가 시장 때 세워서 확정한 계획이고,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김영춘 : "서병수 후보가 갑자기 낙하산 투입되는 바람에 오히려 선거 구조가 단순 명쾌해졌다고 생각한다. 서 후보는 과거 25년 쇠락의 부산을 책임져온 부산 주류의 핵심이었다. 난 타지 서울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하다가, 추락하는 고향 부산을 두고 볼 수 없어서 가족 모두와 내려온 사람이다. 여기서 경쟁의 정치를 만들고, 새로운 부산 발전 에너지를 새로 만들고자 하는 차원에서 노력하는 정치인이다. 부산 미래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과거와 미래의 대결이나 다름없다.
최근의 일만 봐도 그렇다. 서 후보는 항상 정권심판론만 이야기한다. 정권이 못하는 점에 대해선 따끔하게 지적하는 것이 맞지만, 정부가 그래도 괜찮게 하는 부분까지도 '0점'이라고 몰아간다.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는 부분까지도 무작정 비난하는 건 맹목적인 반대다. 반대만 일삼는 정쟁 세력과, 코로나19을 비롯해 어려운 민생을 겪고 있는 시민의 삶을 끌어안고 해결하려는 대결이나 다름없다."
서병수 : "나는 항상 일하는 사람이다. 그것 만큼은 자신 있다. 4선 국회의원을 했고 부산시장을 했다. 그 역할들을 복기해볼 때, 그만큼 많은 것을 해왔다. 김영춘 후보같은 경우는 지역에서 4년 동안 한 일이 없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그리고 586 운동권 정치인의 맏형 격 아닌가. 운동권 정치인들은 인생을 살아오며 자기 손으로 돈을 벌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돈도 벌어본 사람들이 벌어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일해본 경험을 다해 지역구 발전에 쏟는다면,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어떤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나.
김영춘 : "나는 꿈꾸는 정치인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내게 사명감으로 무장한 '비장한 정치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건 내가 늘 최선의 정치가 뭘까를 생각하는 꿈꾸는 정치인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권력에 취하지 않고, 나라를 위한 걸 고민한다. 그래서 계속 도전하고 가끔 깨지기도 한다."
서병수 : "나는 과거 정치보다는 행정에 치중을 해 왔다. 세간에서 내게 행정가 스타일이라고 했던 것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 그래서 국회의원 3선까지만 하려 했지만, 뜻하지 않게 4선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부산시장을 하게 됐다. 그런데 오히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요즘엔 행정가 스타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정치인 스타일로 치열하게 살려고 한다. 정치가 무엇인지,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한 번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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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리라 믿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