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이 ‘인물난’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울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 겨우 반년밖에 안 된 초선 의원들까지 하마평에 오를 정도입니다.
이러다 보니 국민의힘 내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이름이 진지하게 거론됩니다. 국민의당과의 연합을 통해 안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울 수 있다면 ‘후보가 없다’는 고민이 해결됨은 물론,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자연스럽게 반문(反文) 연대를 구축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까닭입니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현재 안 대표의 상황에서 ‘야권 단일 대선 후보’가 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에서입니다.
민주당 쪽에서 정치를 시작하긴 했지만, 지금의 안 대표는 명실상부한 ‘중도보수’의 대표주자입니다. 제21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무공천을 통해 미래통합당(現 국민의힘)과 사실상 단일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때문에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보수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문제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 당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알려진 대로, 안 대표는 ‘통 큰 양보’를 통해 군소 후보였던 박원순 변호사를 서울시장에 올려놓은 주인공입니다. 제18대 대선 때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정서적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죠.
게다가 안 대표는 여전히 국민의당 대표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제21대 총선을 통해 당내 최대 계파를 만들어내고, 대권 출사표를 던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세력을 확장하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바삐 움직이고 있는 동안 안 대표는 국민의힘 밖에서 독자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대선 경선이 결국 ‘세력 싸움’이라고 보면, ‘당 밖의 인물’인 안 대표는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도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대선에 ‘보수 대표’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후보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은 서울시장을 거치는 ‘우회로’도 고려해볼 만한 카드니까요. 안 대표가 보수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경우 ‘안철수’라는 이름은 자연스럽게 보수 진영에 스며들게 될 것이고, 서울시장직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다시 한 번 유력 대권주자로 우뚝 설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58세에 불과한 안 대표가 고민해 볼 만한 선택지죠.
물론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유력 대권 후보가 5년 후를 기약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8년 전, 안 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대권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직접 체험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춘추전국시대’를 기회삼아 대권 경쟁에 뛰어들지, 아니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지지층 다지기’에 들어갈지 안 대표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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