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의 의학이야기>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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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의 의학이야기> 감기
  • 이창민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2.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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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창민 자유기고가)

눈썹 같은 초승달이 교회 빨간색 십자가에 걸려 있는 유난히 추운 겨울 밤. 일을 마치고 다급히 집 문을 열어 젖히며 방에 도달한 한 남자. 미처 외투를 벗을 겨를도 없이 황급히 앉아 한껏 달아올라 발그레한 어린 아이의 이마에 손을 대본다.

그 손을 덮고 있는 옷소매 자락에 걸려 있던 술 냄새, 담배 냄새, 숯불에 탄 고기 냄새가 겨울철 칼바람 냄새에 뭉뚱그려진 채 방안에 퍼진다. 감기 기운에 비몽사몽하는 어린아이는 이 냄새를 통해 이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이맛살을 찌푸릴 법도 한 냄새이지만 감기에 걸려 누워 있는 어린 아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포근한 향으로 다가왔고, 이내 어린 아들은 아버지의 푸근한 기운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잠시나마 평안하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세상에 감기만큼 흔하고 만만해 보이는 질병이 또 있을까. 상황에 따라 감기에 걸린 사람들의 반응은 다르겠지만 간혹 우리는 감기에 걸린 덕분에 아이처럼 투정도 부려 볼 수도 있고, 평상시 옷깃만 스쳐도 짜증을 내던 권태기의 부부라도 감기에 걸린 시기만큼은 서로의 이마라도 만져보게 되니 가히 감기는 사랑이 부족할 때 생기는 병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겠다.

감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기침이다.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기침을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기침은 바로 폐 속에 쌓여 있는 가래 등의 노폐물을 외부로 배출시키기 위한 작업 과정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감기에 걸린 후 발생하는 기침을 병적인 증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러한 견해는 필자의 견해일 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의 견해이다. 하지만 기침의 증상이 지나치게 심하게 되면 환자는 괴롭게 된다. 따라서 WHO에서는 괴로움을 덜기 위해서 기침을 완화시키는 약을 복용할 수는 있으나 기침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기침을 조금 덜 하게 하는 수준까지만 약물을 투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감기는 정말 너무나도 흔한 질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아직까지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따라서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처방 받는 모든 약들은 감기로 인한 증상만을 완화시켜서 조금은 더 편하게 감기를 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할 뿐, 근본 치료제는 되지 못한다.

감기에 대해 처방되는 대표적인 약물은 바로 해열소염진통제이다. 이는 발열, 오한 및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해열소염진통제는 어쩌다 몇 번 복용하는 경우는 큰 문제가 없겠으나 많은 약을 복용할 경우는 부작용으로 간과 위장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복용은 피하는 것이 좋고 특히 만성적으로 음주를 즐겨하는 분들은 간과 위장의 손상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으므로 이들 약물 복용에 특히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시중에서 흔히 판매되는 복합진통제의 많은 경우에는 카페인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커피나 콜라, 녹차 등의 카페인 함유 음식을 피하라는 것이 한국식품의약품안정청의 권고 사항이다.

또한, 콧물이나 재채기 증상 등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복용하는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으로 중추신경을 억제시켜서 졸음을 유발시키는 효과가 있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이러한 부작용이 적다.)

따라서 콧물약인 항히스타민제, 특히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할 경우는 섬세한 작업을 하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술은 중추억제작용의 부작용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으니 약 복용 기간 만큼은 음주를 자제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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