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기사 보도해 줄게, 술 사라˝… 기자가 사람잡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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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기사 보도해 줄게, 술 사라˝… 기자가 사람잡네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2.06.01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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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취재원 간 ´보도 사기´ 시끌시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흔히 기자와 취재원과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새에 비유한다. 기자는 취재원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고 취재원은 기자를 통해 자신의 뜻을 세상에 알린다. 기자와 취재원은 악어와 악어새의 위치를 수시로 바꿔가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런데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에서 악어가 된 쪽이 상대를 해칠 수도 있을까? 현재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는 ‘기자에게 돈을 뜯겼다’는 내용의 고소 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두 명의 기자가 취재원의 관련 사건에 대해 기사를 써주겠다며 접대를 요구, 접대를 받은 후 입을 싹 닦았다고. 해당 기자들은 각각 경제일간지와 인터넷매체에서 현직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 한 취재원이 두 명의 기자에게 기사 보도를 전제로 3600만 원을 뜯겨 억울하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뉴시스

취재원 A씨는 지난 3월 9일부터 24일까지 두 명의 기자들에게 3600만 원을 뜯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특정 기사의 보도를 위해 두 명의 기자에게 2주간 접대비로 사용한 금액은 모두 3600만원. 하루 평균 250만 원 가량의 돈을 쓴 격이다. 기자들이 속한 매체를 통해 모두 10회 보도를 대가로 이뤄진 것이고, 관련 사건이 큰 사안인 만큼 A씨에게 이정도의 접대비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문제가 됐다. 약속된 기사는 보도되지 않았고 2주간 사용한 신용카드와 현금서비스 영수증만 고스란히 남았다. 해당 기간 동안 A씨가 주장하는 이들의 만남은 모두 6번,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돈을 썼기에 3600만 원이란 금액이 나왔을까.

A씨가 증거자료로 제출한 카드 영수증은 그들의 행로를 말해준다. 그들은 파주 일대의 룸살롱과 식당 등을 오가며 수천만 원의 돈을 썼다. 룸살롱에서 한 차례 술을 마실 때 마다 계산된 비용은 224만 원, 322만 원 등 금액이 어마어마했다. 그야말로 최고급 위스키만 골라 마시며 유흥을 즐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기자들이 룸살롱에서 젊은 아가씨를 불러 술을 마시고 그들과 외박을 했다며 비용 1300만 원이 현금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의 나이에 따라 이른바 ‘몸값’이 다르다며 젊은 여성의 경우 100만 원 가량의 금액을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자들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알려진 바로 기자들은 A씨에게 접대를 받은 것은 세번  뿐이며, 그조차도 취재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신 것일 뿐 ‘접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A씨가 주장하는 접대비용도 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매매춘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해당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이와 관련 대화를 피할뿐이었다.

지난달 4월 서대문경찰서에 접수됐던 사건은 경찰 조사를 거쳐 현재 의정부지검으로 송치된 상태다. 취재원과 기자들 사이 진실은 검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자와 취재원 사이 ‘목적’을 가지고 접대를 받거나 또는 접대를 하는 관행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면 악어와 악어새가 건강하게 ‘공생’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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