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48.56%의 득표율(1639만4815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24만7077표 차로 앞서면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윤 당선인은 정치 입문 254일 만에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윤 당선인 못지않게 이 후보도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권 교체론이 50%를 훌쩍 넘는 상황에서도 윤 당선인과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얻은 1614만7738표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획득한 1469만2632표를 훌쩍 넘는, 역대 대선 낙선자 중 가장 많은 득표수다.
정권 교체론이 정권 유지론을 크게 앞서는 불리한 구도에서도 이 후보가 선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성공적인 캠페인에 있었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처럼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정책을 잠시 뒤로 미뤄놓고 국민의힘 측 캠페인의 빈틈을 노리는 ‘반응형 전략’을 택했다. 선거전을 앞장서 이끌기보다는 상대의 실수를 노려 차근차근 득점하겠다는 의도였다.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 친문 지지자들에게 ‘문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외치고, 윤 당선인 측이 2030 남성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면 2030 여성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는 식이었다. 선거 막판에는 ‘정치 교체’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와 정치권의 혁신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이 후보는 역대 민주당 후보들에 비해 득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던 호남에서 85%가 넘는 득표율을 올렸고, 2030 여성들로부터 몰표를 받아내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창했던 ‘세대 포위론’을 무력화했다. 정치 교체론 역시 크게 불리했던 선거를 박빙으로 몰고 간 핵심 요인이었다는 평가다.
이 후보가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샤이 이재명’의 비율도 조금씩 상승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각종 사생활 의혹과 대장동 개발 특혜 문제, 부인 김혜경 씨의 ‘갑질’ 논란 등으로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밖으로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결국 본 선거에서는 이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국갤럽>이 대선 직전인 지난 7~8일 실시해 9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두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윤 당선인 52.0%, 이 후보 44.4%였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이 후보가 47.8%를 얻으면서 윤 당선인과 24만7077표 차 초접전을 벌였다. 약 3% 정도의 ‘샤이 이재명’ 존재가 확인된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1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가 48%가까이 표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확실히 선거를 어떻게 치르는지를 너무 잘 아는 후보”라며 “이런저런 논란 때문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았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기긴 했지만, 지방선거를 위해서도 여러모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았던 선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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