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검, 여야 협상부터 해라
司正기관 정상화 출발점 돼야
‘6·1선거’ 옥석 가려야
2030 갈라치기 정치는 죄악
안보 협치 틈새 보이지 말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대통령이 문재인에서 윤석열로 교체된다고 정치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해야 정치가 바뀐다. 이번 정권교체는 시기나 과제로 볼 때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기에 달해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해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손실 보상은 윤석열 정부가 이어받아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마무리하면서 민생을 챙겨야 하는 일을 놓고 두 정부가 서로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두 정부가 해법에서 이견을 보여온 부동산 정책 역시 민감한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행착오 끝에 모처럼 보이는 집값 안정세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급변하는 신냉전 질서 속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북한이 4년 만에 핵·장거리미사일 실험 유예 약속을 깨고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쏠 태세다. 한반도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정권 이양기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 윤 당선인이 최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데 두 정부 간 협조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사정기능 전반적 재설계를
인수위 구성은 차기 정부가 이끌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특히 인수위원장은 대통령 취임식까지 대선 과정에서 쏟아진 공약의 옥석을 가려 국정 운영의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새 정부 국정과제 수립에 앞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겠지만 무조건 폐기가 답이 아니라 수정·보완하고 유지할 것들을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두 달여 동안 ‘안철수 인수위’ 발걸음이 새 정부 통합의 초석을 다지는 데 일조하길 당부한다.
대통령실(청와대)에 민정수석비서관을 두지 않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선 뒤 1968년 설치한 민정수석 제도는 반세기 이상 우여곡절을 거치며 존속해왔고, 정권의 사정(司正)기관 통제 수단으로도 악용됐다는 점에서, 그대로 실행된다면 한국 정치사에 남을 획기적 일이다. 정치사찰과 ‘제왕적 대통령’을 위한 장치의 해체, 나아가 국가 사정기관 정상화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 때 민정수석 직책을 없앴지만, 1년 남짓 지난 뒤 되살렸다. 따라서 민정수석 폐지는 많이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문 정권에서 폐해가 특히 심하다. 민정 라인의 특별감찰반이 민간인 첩보를 수집하고, 공직자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해 사생활 정보까지 캐는 등 권력을 남용해 왔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도 민정 라인을 통해 자료가 전달되면서 시작됐다. 국가 사정 역량을 왜곡하고 파괴하는 일과 다름없다.
따라서 민정수석 폐지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국가 사정 기능의 전반적 재설계를 통해 반(反)부패 역량을 높이는 결과로 연결되게 해야 한다.
특검법 협상부터 시작해야
대장동 비리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특검이 대선 이후 최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장동 특검을 바라보는 여야의 속내가 달라 양쪽 주장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여야 모두 대선 전 말로는 특검 도입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 구성 방법 등 세부 내용을 놓고 정치공방을 벌이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여야가 각기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은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검 선출방식은 물론 수사 대상이 모두 상이하기 때문에 협상 자체가 올스톱 상태다.
여야는 이견 차를 좁혀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기보다 대선 기간 내내 상대방을 대장동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네거티브 전략에만 몰두했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여야의 동상이몽은 변하지 않았다.
힘겨루기만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특검 수사로 이재명 전 후보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의힘에서는 이른바 ‘윗선’ 규명을 위한 특검이 자칫 정치 보복으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상기류마저 감지되고 있다. 여야 공히 국민적 의혹을 규명할 의지가 있다면 말로만 특검을 외칠 게 아니라 당장 특검법 협상부터 시작해야 한다.
과거 14차례 특검에서는 국회, 사법부, 변호사단체 등이 다양한 조합으로 특검 후보를 추천해왔다. 특검을 할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지 중립적 특검을 추천할 길이 있다. 결국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여야 합의를 통해 특검을 출범시키는 것 외에 진상 규명을 위한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지방 살리기 출발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나면서 ‘6·1지방선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6월 1일 치러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전국 각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에 이어 곧바로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사상 초유의 선거 일정과 맞닥뜨린 국민의 선택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지역의 일상 생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정책을 세우고 실행할 지방정부의 역할이 증가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의 면면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후보의 역량과 관계없이 유력 정당의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당락이 좌우되는 구태의 정치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 전략에 크게 실망했다. 따라서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구체적인 공약과 미래 발전 비전으로 승부를 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새로운 시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상호 보완적이고 미래 발전적인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는 것이 고사 직전인 지방 살리기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보복 악습 끊어야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반 의견도 엇갈린다. 여론조사로는 반대 의견이 60%가 넘는다. 진정한 사과나 반성도 안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하지만 비슷한 경우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석 달 전 이미 특사로 풀려 나왔다. 장기 구금 중인 전직 대통령 사면의 부담을 차기 정부에 넘기지 않고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현 정부가 결론 내는 게 맞다.
일회적 사면보다 국민 화합에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정치보복 없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보수층과 윤 당선인이 요구해 온 일이지만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사면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줄곧 60% 정도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반대보다 많았다.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100억 원 넘는 뇌물 수수와 300억 원대 비자금 횡령 등 직접 거액을 챙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상 용납이 어려운데 이에 대해 반성의 뜻을 밝힌 적도 없다. 사면이 용서와 화합의 계기가 되려면 이 전 대통령이 부끄러운 범죄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악화한 정치 양극화가 사면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치보복의 악습을 끊는 여야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이 이 전 대통령의 보복성 수사에서 비롯됐고 이 전 대통령 수사가 그 되갚기로 여겨지는 것이 한국 정치의 비극적 현실이다.
바른 인사 바른 정치
'바른 정치'는 '바른 인사'에서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논공행상 금지' '전문성과 실력 위주 인사' '법무부 장관에 정치인 출신 배제'는 좋은 신호탄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철저한 '내 편 챙기기'에서 비롯됐다. 정권 안전을 위해 임기 내내 자기편 챙기기에만 몰두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국민 갈라치기를 자행했다.
'바른 인사'를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느라 선거 과정에서 수고한 진영을 챙기지 않으면 정치적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해가 있더라도 장해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래서 자기 진영은 좋았고, 정권 안전도 보장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문 정권의 국정 운영은 국가 차원의 통치가 아니라 특정 진영의 '나와바리(なわばり·구역) 관리'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안보 태세 굳건히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임박한 듯하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길이 220m, 100m의 콘크리트 구조물 2개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5월 10일을 전후해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정세 판단과 대응을 놓고 신구 권력 간에 이견만 크게 부각될 경우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정권 교체기 ‘안보 틈새’는 북한이 노리는 것일 수도 있고,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금은 서로의 시각이 부딪칠 때가 아니다. 정권교체기인 만큼 이견을 뒤로하고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한다는 한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안보 태세를 굳건히 하는 게 신구 권력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