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채권최고액, 한 번 쯤은 의심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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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채권최고액, 한 번 쯤은 의심해봐라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8.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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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이뤄진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보면 그 부분에 ‘채권최고액’이라는 것이 항상 기재돼 있다. 원금을 포함한 이자를 갚지 못해 쌓이더라도 그 채권최고액까지는 담보가 되는데, 통상 원금의 120%~140% 범위 내에서 설정하게 된다. 

그런데 때로는 돈을 빌려주지도 않았는데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가 있고, 채권최고액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빌려주고도 채권최고액을 많이 설정해 두는 경우도 있다. 이런 채권을 허위채권이라고 말한다. 

부동산의 소유자가 다중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경우 좋게 말해서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허위채권을 만들어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기도 한다. 이런 경우 위 근저당권자보다 선순위의 채권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후순위채권자나 같은 순위 채권자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허위의 채권인지를 한 번 정도는 의심해 봐야 한다.

2010년 5월 25일 최모씨는 강모씨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에 대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원인으로, 채무자를 김 씨로 하고 채권최고액을 3억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후 2010년 11월 30일 최 씨는 위 부동산에 관해 임의경매를 신청했다. 

한편, 강 씨의 부동산에 임대차계약을 했던 엄모씨는 위 경매절차에서 ‘강 씨로부터 부동산 중 2층 방 한 칸을 임대차보증금 1300만 원에 임차했다’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해 2011년 4월 10일 배당요구를 신청했다.

집행법원에서는 경매절차에서 전체 배당할 금액에서 소액임차인인 엄 씨에게 1300만 원, 최 씨에게 신청금액 3억 원 중 2억 1000만 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했다. 그러자 최 씨는 엄 씨를 상대로 배당이 잘못 이뤄진 것이라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이 배당이의의 소는 ‘엄 씨가 허위임차인이므로 엄 씨에게 배당된 1300만 원은 최 씨 자신에게 배당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송이다.

위 소송에서 엄 씨는 자신은 허위임차인이 아니라 진정한 임차인이라고 다투었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른 최 씨의 채권액이 배당받은 2억 1000만 원을 초과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법원에서는 부동산등기부등본 상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이뤄져 있고, 그에 의하면 채권최고액이 3억 원으로 설정돼 있으니 당연히 그 채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해 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채권최고액 3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져 있다고 하여 근저당권자의 피담보채권 금액이 최고액인 3억 원으로 추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법원에서는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른 피담보채권액은 채권자가 별도로 증명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최 씨로서는 엄 씨의 배당금이 자신에게 배당돼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른 최 씨의 채권액이 배당받은 2억 1000만 원을 초과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위 사건에서 최 씨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만 증거로 제출하였을 뿐 실제 자신이 돈을 빌려준 사실을 입증할만한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근저당권설정계약서만으로는 최 씨가 채무자인 김 씨에게 실제 돈을 빌려준 사실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를 빌려주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경매절차에서 배당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법원에서는 피담보채권이 존재한다고 보고 최 씨에게 2억 1000만 원을 그대로 배당할 수 있다. 따라서 동 순위나 후순위채권자는 최 씨가 허위채권자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게 된다. 이런 경우 때문에 배당이의의 소송이라는 것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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