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명아빠’-‘개딸’ 호칭에 친근감 표현하며 ‘팬덤 가속’
정치권 갈라치기가 낳은 끝나지 않은 젠더 갈등 ‘주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이재명 개딸’을 자처하는 2030여성들이 등장했다. ‘만들어진 것인가 vs 붐인가.’ 이들의 탄생을 두고 단순 팬덤 현상에 앞서 끝나지 않는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권의 갈라치기 폐단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명아빠’-‘개딸’ 호칭, 친근감 표현
2030여성 민주당 입당 러시 현상까지
대선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한 팬덤층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개설된 이 전 후보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은 28일 기준 회원수가 15만 7000명을 넘어서는 등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30여성들이 이 전 후보를 '재명 아빠', 스스로를 '개딸'이라고 부르며 결집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이 전 후보에게 ‘개딸님 고맙습니다' 등 답장을 받은 이들의 인증도 화제가 됐다.
2030여성 지지는 더불어민주당 입당 러시로도 이어졌다. 민주당 서울특별시당은 대선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온라인 입당자 1만 1000여명 중 80%가 여성이며 이중 2030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민주당 입당 독려 및 관련 절차 안내 글이 올라왔으며 입당 인증샷도 잇따랐다.
2030여성, 이재명 지지로 가속화, ‘왜’
갈라치기 정치권이 낳은 폐단에 ‘주목’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하며 27~28일에 걸쳐 정치권과 평론계, 2030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결과 정치권이 가세해 격화된 페미니즘-반페미니즘 갈등 구도가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사그라들지 않은 채 2030여성들의 이재명 지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했다.
정치권은 지난 대선에서 20대를 소위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로 부르며 성별을 갈라 표심얻기에 주력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그간 이대남 표심에 공들여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이대남이 환호하는 데 주력했다. 물론 여가부 폐지 및 개선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주로 이대남을 타깃으로 한 듯한 일련의 행보는 2030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 소외론’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여기에 여성들은 투표 안 한다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은 기름을 붓는 것과 다름없었다.
또 이를 더불어민주당이 역이용해 선거 막판 2030여성들의 표심잡기에 사활을 걸었고, 그 결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 동력 확산으로 발전했다는 분석이다.
김소연 변호사는 “갈라치기 피해는 국민들일 수밖에 없다”며 미러링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2030여성들의 ‘이재명 지지’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갈등구조를 이용해 이대남을 등에 업고 행보를 이어가면서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낸 것”에 의해 파생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전예현 평론가는 “분노의 투표”로 규정했다. 그는 “선거 초반 이 후보의 여성 지지율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대선 결과 높았다”며 “이는 선거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 등의 이른바 ‘성별 갈라치기 캠페인 논란’과 ‘여성 무시 발언 비판여론’ 등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이 후보에게 투표하게 만들었다”고 해석했다. 나아가 “이재명 후보가 선거 초반에는 오락가락했지만, 이후에는 확실하게 성평등 기조를 세우고 지속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도 내 관련 정책을 발표한 점도 뒤늦게 효과를 발휘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현(추적단 불꽃 출신 활동가) 비대위원장 영입에 맞물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낫다’는 여론이 2030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형성된 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였다.
결국 그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2030여성들의 지지는 ‘안티 윤석열’과 ‘이재명 팬덤’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즉, “윤석열 당선인은 ‘안티 문재인 정권’을 내세운 것이고, 이재명 전 대선후보는 상대적으로 ‘문재인 정권 계승+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강조한 것”이라는 진단이다.
26세 여성 A씨도 이점에 공감했다. 그는 “정치권이 젠더 갈라치기를 하고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을 선거 전략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별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2030여성이 이재명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은 ‘지지’의 표현이라기보다 윤석열 당선인의 당선을 막기 위한 ‘저지’의 표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사회에 태어나 스마트폰을 가까이 접하며 자란 청년층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정보를 공급받고 공유하며 정치적 견해를 교환할 수 있다.
직장인 여성 B씨(25)는 “갓 스물이 된 여동생과 그 친구들이 선거 막판 SNS에 ‘2번 찍는 사람 안 만나겠다’는 문구와 1번 후보의 사진을 함께 게재해 공유하는 것을 봤다. 이같은 투표 열정에 놀랐다”고 전했다.
‘극렬 팬덤정치’ 우려…‘공정·정의’ 정책 내놔야
과정이야 어떻든 2030여성들의 ‘이재명 지지’는 팬덤정치로 부상하며 실체가 돼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도 일부 여성 커뮤니티를 통해 이 전 후보의 과거 이력과 발언을 끌어와 미담 사례로 재조명하는 게시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28일 “이재명과 지지자들이 서로를 개딸·아버지로 부르는 현상은 팬덤정치의 전형”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본질적인 문제 해결은 말하지 않는 자기편을 위한 정치, 팬덤에 의지하는 정치는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것”이라며 이들의 지지 현상에 회의감을 표했다.
일각서는 정치를 망치는 병폐로 지목돼온 ‘극렬 팬덤’으로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다. 그간 정치인을 우상화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응원하면서 생겨난 ‘극렬 팬덤정치’는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며 여러 반작용을 일으켜왔다.
전예현 평론가는 팬덤정치의 순기능은 이어가되 역기능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점을 견지했다.
전 평론가는 “팬덤정치는 정치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참여도를 이끌어낸다는 장점이 있다”며 “당 후보 선출 경선에 적극 참여하거나 커뮤니티를 통해 정책 분석과 홍보까지 하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역기능으로 “집단적 감성정치, 증오정치를 자극할 위험성도 크다”며 “지지하는 정치인이 하는 말은 무조건 옳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조롱하거나 사이버테러까지 가하려는 문화가 확산되면 건강한 토론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현상의 근본 문제로 돌아가 대안 제시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귀담아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변호사는 “출산·육아를 담당하는 여성의 어려움, 국방의무를 지는 남성들 고충을 고용노동부·국방부·보건복지부 각 부처에서 살피고 지원해야 한다”며 “공정과 정의를 위한 정책을 현실에 내놓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전예현 평론가도 “성평등은 특정 성별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정책”이라며 “청년들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합리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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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또는 "딸" 에 집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