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기능 강화로 제도개선 필요
제도불신 해소 연구도 병행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공매도 폐지 주장이 다시 한 번 힘을 얻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이익을 얻는데, 일각에서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면서 개인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공매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대형 증권사에서 공매도 금지 기간 중 공매도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공매도 폐지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특히 감독당국이 과태료를 20% 감면해 8억 원을 부과한 것도 개인투자자, 일명 개미들의 분노를 샀다.
‘공매도 폐지론’이 개미들의 지지를 받는 건, 결국 금융당국와 일부 증권사들이 자초한 셈이다.
다만, 정말 공매도 폐지가 국내 주식시장에 정말 도움이 될 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그 전에 공매도 폐지와 공매도 금지를 구분지을 필요가 있다. 공매도 폐지는 제도를 아예 없애자는 것이고, 공매도 금지는 ‘한시적’이라는 전제가 붙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 종목 공매도 금지(한시적) 조치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가장 최근인 2020년에도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국내 증시시장이 침체됐을 때 공매도가 금지된 적이 있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상장주식 전 종목에 대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2008년 10월, 2011년 8월 이후 세 번째였다. 이는 코스피가 장중 1700선을 내주고 국내 증시 개장 이래 최초로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 가격안정화 장치가 모두 발동되는 등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이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즉, 국내 주식시장이 심각한 침체에 빠졌을 경우 전 종목에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가 앞으로도 단행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와 관련해 국내외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공매도 금지 주장이 다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공매도 폐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공매도의 순기능인 주식시장 유동성 제공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의미나 다름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공매도 논쟁과 향후 정챙방향(송민규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공매도 순기능은 △시장 유동성 공급 △가격발견 기능 강화 △투자자의 위험관리 편의성 제공 등이 있다. 반면 역기능으로는 △시장 교란 요인 작용 가능성 △증권 결제불이행 위험 증가 △개인투자자 소외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이처럼 공매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구분할 수 있다는 건, 제도 개선을 통해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은 없앨 수 있다는 말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가능한 상황에서 역기능 만을 지나치게 부각해 폐지를 주장하는 건, 결국 공매도 순기능을 외면하는 극단적 선택이다. 공매도 순기능을 인정하는 한편, 순기능은 강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장 부작용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인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국회도 폐지보다는 역기능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손보고 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지난 7월28일 발표한 제도 정비 방향이 검찰 수사를 통한 ‘고의적 불법 공매도’ 처벌에 집중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불법 공매도 엄중 처벌은 당연한 일이지만, ‘고의성’ 입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착오’나 ‘직원실수’라는 해명은 훌륭한 방패처럼 느껴진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대책을 비판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 대처를 내세울 때가 아니라 위법한 공매도 주문을 사전에 방지하는 게 개인투자자에게 보다 와닿는 대책이다.
예를 들어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증권사 전산시스템 구축이나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통한 투명성 제고 등이 대책이 될 수 있겠다.
특히, 공매도 제도와 관련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
이미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제도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공매도와 주가하락 연관성은 없다(떨어진다)’는 말 한마디로, 공매도 폐지론을 그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불만으로 치부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건 매한가지다.
공매도와 주가하락 연관성, 해외 공매도 제도 정비 사례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는, 개인투자자와의 소통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자 공매도 폐지 여부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차단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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