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순자 자유기고가)
5월은 바쁘다.
행사가 많아서 바쁘고 돈 쓰기가 바빠서 바쁘다.
근로자의 날부터 최대 어린이 명절인 어린이날과 부모님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어버이날하며, 부부의 날, 그리고 지금은 빛바랜 다홍치마 같은 스승의 날까지 행사가 줄을 잇는 가정의 달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어린이날을 얘기해보자. 잘사는 집 어린이들이야 오죽 좋으련만 서민층의 어린이들은 어떡할까? 하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모두 다 돈이다. 돈이 있어야 어린이들의 마음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서민층 어린이들이나 그들의 부모들이나 슬프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놈의 돈이 원수지….
잘 버는 사람과 못 버는 사람의 수입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이것이 현실이고 21세기의 비극일 것이다. 즉 이런 것을 오늘날의 양극화라고 부른다.
다시 어버이날을 생각해보자. 부자 부모들은 자식들한테 해줄 것 다해주고, 밀어줄 것 다 밀어줬으니까 어버이날 자식들 대하기가 떳떳할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부모는 애써 힘들게 사는 자식들이 그래도 어버이날이라고 2만 원짜리 카네이션 화분 하나 사오는 것도 받기가 민망할 것이다.
가난 때문에 사교육도 제대로 못 시키고 미국 유학도 못 시켜서 변변치 못한 직장에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자식들을 볼 때마다 그런 부모들은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 집한 칸 마련 못하고 가진 것 없어 자식들 결혼도 못 시킨 부모들이 어버이날을 맞는 심정은 어떨까?
하루하루 뼈 빠지게 살아가는 자식들을 보면서 가난한 부모들은 해마다 찾아오는 어버이날이 마치 심판의 날같이 괴로운 심정이 되고 말 것이리라.
지금은 옛날과 다르다. 열심히만 하면 뜻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주던 시대가 아니다. 수저 두 개로 신혼살림을 꾸리거나 우는 아이 젖만 먹여도 벌써 반은 키워 놓은 것만 같은 시절도 아니다. 결혼부터 출산에 자녀교육까지 무엇이든 다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갓난아기 먹이는 분유도 천차만별이고 유치원부터 사교육까지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모두가 다 돈의 차이다. 이럼에도 군소리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오늘날 사회인들이 기특하다. 그래도 내 귀에는 들린다. 굽이굽이 애끓는 한숨 소리가….
오늘(8일) 어버이날 날씨는 왜 이리 화창하고 좋을까? 그런데 나는 웬 양극화 타령이지…?
※ 시민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이순자 씨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77세 할머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