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선언’ 삭제는 지극히 당연한 일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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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선언’ 삭제는 지극히 당연한 일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6.11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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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안보주권도 中이 간여할 일 아냐”
“윤정부의 안보전략에 동의한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입 함께 축하”
“안보 문제만큼은 단일대오 갖춰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난 6월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발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난 6월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발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지난주에 안보 관련 최상위 전략 기획 지침인 ‘국가 안보전략’을 공개했다고 보도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은 이번 ‘안보전략’에 들어가지 않았고 중국이 반대했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해서는 우리의 안보주권 사안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매우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잘한 일이라기보다는 정상적인 국가로서 안보를 위해 당연히 해야 했을 일이다. 

종전 선언? 초등생에게 물어봐도 알 일 

정부는 국가가 지향할 목표로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 국가’를 제시했다. 지난 2018년 11월 문재인 정부의 안보전략 목표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였다. 평화와 번영 외에 ‘자유’와 ‘글로벌 중추 국가’가 추가됐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니 자유를 추가하는 건 당연하다. ‘글로벌’이 추가된 건 남북 관계를 단순히 남북 간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자유진영이 공동 대처할 문제로 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북한의 핵·WMD(대량 살상 무기)는 당면한 최우선적 안보 위협”이라는 전제 아래 우리의 독자적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보강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연대 강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전략서에선 북핵 위협에 대한 별다른 기술이 없었다. 당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북한의 행태에서 밝혀졌듯, 그건 ‘헛꿈’ 내지 정부의 국민 기만에 불과했다. 그래서 윤 정부는 이제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강화 등 국제적 공조를 통해 남북문제 해결책을 찾아 나가겠다는 것이다.

종전 선언? 학폭에 시달려 온 초등학생한테 물어봐도 이내 답이 나올 거다.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에게 폭행을 멈추라고 한다고 해서 가해 학생이 폭력행위를 멈출까? 열이면 열, 괴롭힘의 강도를 높일 게 뻔하다. 상대의 약세를 보았으니, 폭행의 강도와 횟수를 더욱 늘리며 돈을 뜯어내고 온갖 괴롭힘을 계속한다는 건 많은 학폭의 사례를 통해서도 이미 실증됐다. 

실제로 김정은 일당이 똑같은 행태를 보여줬다.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삶은 소대가리’라는 해괴한 신조어를 국제무대에 선보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핵 위협을 해대면서 미사일을 쏘아대는 등 위협 수준을 날로 높여왔다. 그러니 윤 정부는 힘을 키워 대응하면서, 한편으로는 국제 공조를 통해 북의 폭력에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단호하고도 현명한 윤 정부의 이 안보 전략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 전략은 노무현 정부 이후 새 정부 출범 때마다 5년 주기로 작성한다.

‘사드 안보 주권’ 선언의 의미 

쉽게 풀어보자. 중국과 미국은 근래 들어 매우 사이가 나빠졌다. 한국이 그런 미국과 눈에 띄게 친해지며 중국을 멀리하려는 눈치를 보이고 있으니, 중국이 우리를 고운 눈길로 볼 리가 없다. 

우리로서는 대중 관계에서 중국에 간 대통령이 ‘혼밥’을 하는 수모를 겪으며 다시 굴종 외교의 길로 들어가든지, 힘들더라도 당당한 자세로 대하든지 택일해야 할 엄중한 상황이 됐다. 이 칼럼란을 통해 몇 차례 강조했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이제 안보든, 경제든 어정쩡한 태도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다시 대중 관계에서 굽히며 들어갈 것인가, 무역적자를 감수하며 힘들더라도 당당하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선택은 그 둘 중 하나로 제한되며 윤 정부는 후자를 선택한 모양새다. 

마침 지난 8일 서울의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만남이 있었다. 싱하이밍 대사는 한국 정부에 들으란 듯 이 대표에게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과 함께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의 한국 무역적자는 한국의 탈중국화 추진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고,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한마디로 압축하면 한국도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대해 (한국이) 미국 측에 베팅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 측의 속 생각일 테고 중국 측으로서는 할 수도 있는 얘기라고 본다. 그러나 외교관인 주한 중국대사가 공개적으로 할 말은 못 된다. 그의 발언을 통해 한 세기 전의 대국(大國) 의식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중국의 오만함을 읽을 수 있다. 이른바 G2 국가 본모습의 일단(一端)을 보여준 예다. 

첨언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중국 대사의 오만함에 대해 한마디쯤 가볍게 이의를 제기해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안보 문제에 관한 한, 여야를 떠나 국가적 단일대오를 갖춰야 바람직하니까. 

대중국 자세에서 확실한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 형국에서 ‘사드 안보주권’이라고 선명하게 방향을 밝힌 윤 정부의 안보 전략에 동의한다. 그러나 당분간 대중 무역적자를 감수할 각오는 돼 있어야 할 것이고 또한 북·중·러 등 북방 정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윤 정부의 외교력에 기대를 함께 걸어본다. 

지구촌 정글에서 살아남기 

윤 대통령은 안보 전략 서문에서 “변화의 흐름을 미리 읽어내고 안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미래를 좌우할 열쇠”라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기만 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닌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자유와 번영이 보장된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100% 맞는 말이다. 물론 실천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21세기를 맞고도 지구촌은 여전히 ‘정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문제에서 대부분의 경우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며 강자 그룹에 합류할 수 있으려면 자체 역량을 늘리면서 함께 외교 역량도 키워나가야 한다. 지난주에 마침 우리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확정 지었다는 뉴스가 들어왔다. 총 유효투표 192표 중 180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방과의 엄혹한 시기를 맞고 있는 지금, 매우 자축할 일이다. 

윤정부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의 결기를 배우고 그와 함께 옛날 사람, 키신저의 외교 역량도 학습했으면 한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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