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친구들…반려식물 이야기 [일상스케치(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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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친구들…반려식물 이야기 [일상스케치(82)]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6.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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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시골 마당에서 아파트로
교감하고 함께 하는 가족 같은 존재
정서적 안정과 우울증에 효과 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그리워 그리워

'기다리다 지쳐서 울다 지쳐서….' 붉은 장미가 혼자 피었다 스러져 간다. 떠나온 시골집 옛 친구들이 눈에 밟혀 모처럼 달려가 목도한 광경. 아쉽게도 담장 위 장미 꽃잎이 한잎 두잎 떨어지고 있었다.

장미뿐이랴. 조팝나무와 미스 김 라일락은 꽃이 다 떨어지고 잎사귀만 남아서는 반갑다고 작은 손을 흔든다.

전원생활 때 동고동락한 화초와 꽃나무들 안부가 궁금했다. 아니 이산가족 상봉처럼 그리웠다. 가족과 진배없는데 매정하게도 다 남겨두고 떠나왔던 것이다.

6월의 꽃 금계국. ⓒ정명화 자유기고가
6월의 꽃 금계국. ⓒ정명화 자유기고가

자연의 신비

이어 마당 한편에 시선이 꽂혔다. 아니 이게 누군가. 유난히 아끼던 모란마저도 화려한 꽃은 사라지고 초라한 꽃받침만 남아 있었다. 한걸음 늦어 때를 놓쳤다. 오호 애재라 ... 재회를 위해 내년을 기약하는 수밖에.

다행히 '날 버리고 떠난 남아' 하는 원망도 없이 6월의 꽃 금계국이 열렬히 환호하며 반겼다. 두 해 전 들길에서 옮겨온 그녀들인데, 노랗게 활짝 피어 빈집을 지키고 있었다. 어찌나 탐스럽게 널리 퍼져 마당에서 놀고 있는지 기특하고 예뻤다.

환하게 피어 있는 마가렛꽃. 순수하고 맑아 유독 정이 많이 간다. ⓒ정명화 자유기고가
환하게 피어 있는 마가렛꽃. 순수하고 맑아 유독 정이 많이 간다. ⓒ정명화 자유기고가

또 마가렛꽃이 활짝 웃는다. 반가워라. 수줍은 듯 새하얀 마가렛은 청초함이 주는 순수함과 맑음으로 볼 때마다 마음이 정화된다. 그 옆 수국은 한창 물이 올랐다. 조만간 꽃 맺음이 일어나고 탐스러운 꽃을 피울 준비 중이라 기대가 크다.

그리고, 못 보는 사이 라일락과 꽃사과나무는 거구가 되었고 석류나무는 꽃을 맺은 채 무성하게 자라있다. 석류 열매가 달리려나. 단풍나무, 회화나무, 소나무는 이제 거대한 숲을 이룬다.

묘목 때부터 심어 키웠던 거라 애정이 각별한 생명체들, 이제 어엿한 성년이 되어 집을 지키는 호위무사가 됐다.

그렇다. 자연은 피고 또 지고 도돌이 노래처럼 철 따라 주인공이 바뀐다. 흥망성쇠의 인간사와 달리 골고루 기회가 주어지며 한시절을 누린다. 그만큼 평등하다. 이처럼 자연의 수레바퀴는 매우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굴러간다.

초여름을 알리는 수국의 탐스러운 자태. ⓒ연합뉴스
초여름을 알리는 수국의 탐스러운 자태. ⓒ연합뉴스

도시에는 없는 것들

도시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게 풍요롭다. 다만 한 가지 갈급한 요소는 자연의 세계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크고 작은 공원과 등산로가 완비된 동산들이 존재한다. 웬만큼은 현대인들 자연에의 목마름을 충족시켜준다.

그럼에도 야생에서 자연과 호흡하다 도시로 회기 한 나에겐 부족한게 있다. 맑은 공기 못지않게 노지에서 직접 키우던 식물들이다. 문득 시골집 화초들을 지척에 두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졌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작은 화분 몇 개로 자연을 느끼기엔 갈증이 심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합가

그렇다면, 시골 친구들과 지속적인 소통 및 만남은 불가능할까. 고심하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시키기로 맘먹었다.

노지에서 비바람과 햇볕,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향유하던 그들. 작고 열악한 유한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맘껏 자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적응하는데 어려우면 어떡하지 하는 우려는 있다. 그래도 정성으로 살리면 살리라 하는 믿음으로 순차적인 이사를 계획했다.

한꺼번에 다 옮기지는 못해 수국, 남천, 비카, 민트 허브, 루드베키아, 초롱꽃 등 몇 가지를 뽑아와서 새집 단장을 해줬다. 분갈이하느라 힘은 들었지만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찌나 흐뭇하고 든든한지. 부자가 된 기분이다. 하루 종일 보고 또 보고, 역시 나의 영원한 쉼터이자 절친이다.

산책로의 루드베키아 군락과 반려견. ⓒ연합뉴스
산책로의 루드베키아 군락과 반려견. ⓒ연합뉴스

반려 동식물 시대

반려동물, 대표적으로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는 게 대세다. 우리 아이들도 키워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다시 동물을 키우기는 버겁다. 예전 십수 년 키우던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새로이 맞을 엄두가 안난다.

지금부터는 수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 식물 친구들, 반려식물에 정성을 쏟기로 했다. 정을 쏟고 주고받는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반려(伴侶)의 사전적 의미는 '인생을 함께한다'이다. 깊은 교감과 함께라고 하는 의미가 더해지는 터라 식물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된다. 삭막한 현대화에 인간의 관계 맺기가 자연 친화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향이 진한 로즈마리 허브. 시골집 로즈마리도 제법 큰 나무로 자라있다. ⓒ연합뉴스
향이 진한 로즈마리 허브. 시골집 로즈마리도 제법 큰 나무로 자라있다. ⓒ연합뉴스

반려식물 인구도 반려동물 못지않게 증가추세다. 식물을 진정한 반려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정서적 안정감이다. 식물의 초록빛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만든다.

또 집안의 분위기를 바꿔 기분전환을 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한 불청객 황사나 미세먼지를 줄여준다. 식물은 실내 공기를 정화해 주는 특별한 효과가 있다.

그런데 반려식물과 교감하려면 성장 과정을 오래 관찰할수록 좋다. 적어도 3~4년 지속해서 관찰하고 기르는 게 좋다고 한다.

꾸준히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자아성찰의 시간이 된다. 따라서 우울감, 외로움 해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식물과의 교감이 우리 생활에 장점이 많은터라 요즘 반려식물 나눔 운동이 한창이다. 따라서 1인 가구, 고령가구를 비롯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반려식물의 나눔 운동을 장려한다면 건강한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크리라 본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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