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를 보면 대한민국 정치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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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를 보면 대한민국 정치 미래가 보인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6.28 17:2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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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확장보다 지지층 결집에 힘쓰는 ‘정청래 모델’…중도 지향했던 한국 정치 문화 바꿀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한국 정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행보는 이색적이다. ⓒ시사오늘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한국 정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행보는 이질적이다. ⓒ시사오늘

‘중도층’은 모든 정치인들의 목표다. 적어도 양당제 국가에선 그렇다.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구조에서 유권자의 선택지는 세 가지밖에 없다. 오른쪽, 왼쪽, 오른쪽도 왼쪽도 아닌 그 어딘가. 양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비율에 큰 차이가 없다면 승패는 성향을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이들, 이른바 중도층의 손에 맡겨진다.

때문에 우리나라 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중도 확장’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사상이 지나치게 왼쪽에 있다’는 의심을 받아 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박태준 전 국무총리를 끌어들여 대권을 쟁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을 잡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보수 인사들을 끌어안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 스스로가 중도적 색채를 띤 인물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중도보수’ 상징성을 가진 안철수 의원과 힘을 합쳤다. 태생적 이유로 ‘극우’라는 의심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진보 어젠다(agenda)인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걸었다. 이런 기조는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각 정당의 선거 캠페인 제1목표는 ‘치우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한 정치인’ 정청래


이런 점에서 보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매우 독특한 정치인이다. 정 의원은 ‘전통적 정치인’과는 거리가 멀다. 중도 유권자들의 눈을 의식해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언제나 강성 지지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낸다. 거칠게 표현하면, 마치 중도 확장 따위엔 관심조차 없는 듯 행동한다.

2011년 12월 마지막 날,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청래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라며 ‘명박박명’이라는 글을 남겼다. 미인은 불행하거나 병약해 요절하는 일이 많다는 사자성어 미인박명(美人薄命)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빗댄 말이다. 현직 대통령에게 ‘빨리 죽으라’는 말을 한 셈. 지지층에겐 ‘속 시원한’ 말이었을지 몰라도 중도층에겐 환영받기 어려운 표현이었다.

2015년 2월에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자 “독일이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그 학살 현장이나 히틀러의 묘소에 가서 참배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해서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참배하고, 천황의 묘소에 가서 절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승만·박정희를 히틀러와 천황에 비유한 모양새였던 까닭이다.

지난해 9월에도 정 의원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뭘 모르는 것 같고 불안하다고 한다”며 “심지어 ‘이러다가 임기는 다 채우겠냐’ 이런 얘기도 많이 하셨다”고 했다. 이 발언으로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그는 “대통령실부터 후쿠시마표 오염생수를 주문해 마셔라”라는 말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팬덤정치와 관련해서도 “선거 때가 되면 부지깽이들도 다 필요하다고 그러는데 강력하게 지지하는 사람들과 척지고 어떻게 선거를 치르나”라며 “제일 멍청한 정치인은 지지자와 싸우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의원제 폐지와 당원 소환제 도입을 주장하는 등, 강성 지지층의 대표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중도는 허상’이라는 정청래


정 의원은 늘 당내 강성 지지층의 의견을 대변한다. ⓒ연합뉴스
정 의원은 늘 당내 강성 지지층의 의견을 대변한다. ⓒ연합뉴스

이 같은 행보가 흥미로운 건 정 의원의 지역구가 서울 마포구을이기 때문이다. 마포구을은 최근 세 차례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당선(제19대 정청래·제20대 손혜원·제21대 정청래)의 영예를 안겨준 곳이지만, 결코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아니다. 제14·15·16대 때는 보수정당 소속이었던 박주천 전 의원이 3선에 성공했으며, 제18대 때는 한나라당 강용석 후보가 금배지를 달았던 경험도 있다.

따라서 전통적 선거 공식대로라면, 지금 정 의원이 보여주고 있는 언행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마포구을은 보수정당에게도 진보정당에게도 표를 던질 준비가 돼 있는 지역이고, 이런 경합지역일수록 중도층의 표심이 승패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지층 결집에만 ‘올인’하는 정 의원의 전략은 너무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정 의원에 대해 “본인을 확실하게 지지하는 지지층만 가지고는 선거에 이기기 어렵다”며 “정 의원 역시 마포에서 다음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중도층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개딸이라고 불리는 극렬한 팬덤이 중도층의 합류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 의원이 강성 행보를 지속하는 건 ‘중도는 허상’이라는 믿음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1차 슈퍼위크’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각각 1위와 3위를 기록하자,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허울 좋은 중도지향, 신기루 같은 외연확장, 국회의원 숫자놀음, 여의도식 정치공학은 언제나 공허하다. 허상은 실제를 이기지 못한다.” 신기루 같은 중도 확장을 위해 자신의 색깔을 잃기보다는, 당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지층을 결집하는 쪽이 득표에 더 유리하다는 게 정 의원의 분석이다.

 

정청래 모델은 성공할까


그렇다면 지지층 결집에 ‘올인’하는 ‘정청래 모델’은 성공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2012년 미(美) 대선에서 밋 롬니(Mitt Romney)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에게 패한 직후, 공화당에서 패인을 분석한 리포트가 나왔다. 결론은 ‘다음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낙태, 동성결혼 등에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조언도 담겼다.

그러나 정반대 리포트도 있었다. 스티브 세일러(Steve Sailer)라는 보수 언론인이 쓴 리포트였다. 그는 중도로 이동하면 새로 얻는 표보다 이탈하는 표가 더 많다는 반론을 폈다. 오히려 보호무역, 반이민 등의 정책으로 공화당의 보수 색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세일러는 통계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했다.

2016년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는 세일러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그는 중도 확장을 포기한 채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을 공략했다. 그들을 위한 공약과 정책, 말과 행동으로 청량감을 선사했다. 그 결과,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들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정치인을 찍기 위해 투표장으로 몰려나왔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트럼프는 미국의 정치 문화를 바꿨다.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해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만약 ‘강성 지지층의 대변자’ 정 의원이 서울에서 4선에 성공할 수 있다면, 그 역시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도 “과거엔 레거시 미디어를 중심으로 사회 주류층이 생각하는 ‘도덕적 시각’을 전달했기 때문에 중도 지향이 선거에 유리했을지 몰라도, 누구나 영향력 있는 스피커가 될 수 있는 SNS 시대에는 오히려 특정 진영을 강력하게 대변하는 주장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이미 트럼프라는 성공 사례도 있는 만큼, 정 의원의 당락이 각 정당들의 선거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과연 정 의원은 ‘중도 확장론’을 구시대의 유물로 밀어 넣고 새 시대의 선봉에 설 수 있을까. 내년 총선, 정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지도 모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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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니 2023-06-29 13:54:59
미래가 없다는건가...암울하다는건가 ...
굳이 저런사람을 봐야하는건가 믿고 거르는 사람인데...
기자는 무슨말을 하고픈건지 ..

전과199범 이재명 2023-06-28 18:15:57
경애하는 우원식 이정미의원님.!
의지박약한 배신자 유재갑놈처럼 절대로 중도포기하지마십시오.
오염수배출이 저지될때까지 단식농성을 지지합니다.
쥐새끼처럼 몰래 숨어 뒤로 드시지 마시고,
그동안 게걸스럽게 쳐먹어 삐져 터져 나온 똥뱃살은 이번 기회에 꼭 빼십시오.
정청래의원처럼 스타렉스안에 몰래 숨어서
크림빵5개에 박카스6병에 치킨두마리까지 급하게 깡그리 다 쳐먹고
바지에 멀건 물똥 생똥을 대책없이 싸대어 똥구멍이 헐어버리면 뒷감당도 난처합니다.
그리고 이왕 시작한 보여주기 쇼인데도, 너무 재미가 없어 지지자들은 화끈한 분신쇼를 기대합니다!
분신쇼에 대한 댓가로서,
평소 의원님이 선호하시는 열사칭호. 518사기꾼무덤. 광화문영결식. 공무원연금. 약속드립니다.
허접한 인생 살만큼 살았고 단식의 고통도

전과100범 이재명 2023-06-28 18:08:20
전과18범을 지향하는 사이코패스 이재명입니다.
대형참사 선동질은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단연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솔직히 세월호참사 당시에는 재미가 아주 솔솔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의 선동 실적은 너무나도 참담합니다.
목이 터져라 외쳐댔지만 예상과 달리 국민들은 전혀 동요하지않았습니다.
이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목전에 도달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예전과 달리 국민들은 차분하기만합니다.
우리 전라도만이라도 끝까지 똘똘 뭉친 화이팅을 당부드립니다!!!
대박났던 광우병의 추억이 너무나도 간절합니다만,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이재명의 대체불가 시그니쳐인 "뽑고 쑤시고 찢어버림"으로 난관을 극복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