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크라시’ 빠진 정치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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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크라시’ 빠진 정치 [현장에서]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8.24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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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역사상 가장 힘 없는 대통령…행정부 통제도 어려워”
“양당 피 흘리는 전쟁 중…개혁 고사하고 작은 결정도 못 해”
대선-총선 만나는 2032년 변화 기대…청년 어설픈 희생 없었으면”
민주주의 1.0 ‘직선제 개헌’ 이어 2.0 ‘다당제’-3.0 ‘내각제’ 제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신인규 페이스북 캡처본
새로운질서포럼 제5회 세미나가 2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 신인규 새로운질서포럼 공동대표 페이스북 캡처본

새로운질서포럼은 2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정치개혁 전문가와 미래의 대화’를 주제로 제5회 세미나를 열었다. 패널로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와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장윤선 정치전문기자가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정치개혁’과 관련해 한국 정치의 근본적 문제점, 초당적 정치 복원의 가능성 등이 논의됐다. 패널과 참석자 대부분이 현재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진단을 내놨다. 

장윤선 기자는 “김기현-이재명 대표 시대로 접어들며 완전히 대화가 실종됐다. 오죽하면 전직 국회의장이 나서서 만나자고 한다”며 “거대 양당 독점 체제가 지속되다 보니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기자는 “윤석열 정부 들어 공산주의, 공산 전체주의, 반국가세력 등 단어와 학교 다닐 때 들어보고 못 들어본 반공·멸공 프레임이 다시 나오는 걸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복원시켜야 할지 무거운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김준일 수석에디터는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정치 세대 교체가 거대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 눈으로 보면 느리지만 뒤돌아보면 파괴적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김 수석에디터는 정치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력을 쟁취하려는 욕심과 가치를 지키겠다는 초심 두 가지를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전자로 치우치면 정치 기술자가 되고, 그 반대는 사회운동가가 된다”며 “두 가지 사이 균형을 끝까지 지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배종찬 소장은 “이 자리가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정치에 대한 ‘실망’일 것”이라며 “(현재로선)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를 약 20년 전에 처음 봤는데, 그때 하던 말을 똑같이 한다. 분석이나 컨설팅 면에서 발전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가 바뀐 게 없어서다”라고 짚으며 양당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힘을 합쳐 MZ세대 중심 정치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대표는 30년간 관찰한 한국 정치에 대한 종합적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한국 정치가 위기라는 데에는 국회의원을 포함해 다 동의할 것”이라며 “원인과 해결책을 알면서도 못 고친다면 그건 기득권 저항 때문일 거다”라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박 대표는 직선제 개헌, 3당 합당을 거치며 줄곧 보수가 주류이자 상수였지만 2017년 이후 민주당 대 반민주당 시대로 정치 지형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나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등 과거 민주당이 필요로 한 단일화가 보수 정당에서 이뤄진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이는 보수와 진보 세력이 팽팽해졌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민주당과 보수의 격차가 현저히 좁아졌다. 

박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1987년에 이어 2017년 체제를 만들 다시 없을 기회를 맞았다. 근데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말을 거칠게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정책을 매우 거칠게 추진하는 정권이었다”고 평했다. “외교·안보, 사법개혁, 부동산정책부터 비정규직 전환 문제, 탈원전까지. 진보 진영 내에서 한 번씩 검토됐던 아이디어를 다 해본 정부가 문재인 정부다. 내 시각에선 철저히 실패했고 심판받았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리뷰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치의 역할을 두 가지라 본다. 하나는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다. 이 두 가지가 현재 완전 멈춰있다. 연금·노동·교육개혁은 고사하고 작은 결정 하나조차 할 수 없다. 전부 비토크라시(Vetocracy)에 빠져있다. 적어도 내 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상 가장 힘없는 대통령으로 보인다.

박정희와 전두환은 행정부는 물론 안기부·집권여당·국회·사법부·언론을 지배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은 국회·사법·언론은 통제 못 했다. 노무현은 당정분리를 선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집권당 통제도 어려워졌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부도 통제 어렵다. 국정농단 사건, 적폐청산 수사 때 직권남용으로 구속된 전례가 있다. 공무원이 안 움직인다. 내가 보기에 대통령에 고위층 인사권만 남았다.”

박 대표는 현재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인 비토크라시를 고쳐야 하지만, 총선 전에는 답이 안 나올 것 같다며 그 이후에 논의해 볼 수 있겠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는 전쟁 중이기 때문에 양쪽 모두 변화 없이 갈 것“이라며 “내년 총선은 산업화 대 민주화 세력, 보수 대 진보의 마지막 세키가하라 전쟁으로 이긴 쪽이든 진 쪽이든 새롭게 재구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민주당은 노무현, 정의당은 노회찬을 잃었고, 보수정당은 이명박·박근혜 구속을 겪었다. 모두가 감정의 흥분 상태”라며 “테러만 안 하지 준폭력적 상태로 내년 총선까지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호흡을 길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화가 이뤄질 해로 2032년을 들었다. 2032년에는 22대 대선과 24대 총선이 연이어 치러지는 해다. 

박 대표는 우선 미중 패권전쟁의 격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북한의 핵 위협, 공급망 재구축 등 국제 사회 변화의 흐름을 놓쳐선 안 된다고 짚으며,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1.0을 30년 가까이 했으니, 민주주의 2.0으로 다당제, 3.0은 내각제로 가는 길을 제안했다. 그는 정치를 꿈꾸는 청년들을 향해선 “지금은 피가 낭자하게 흐르는 전쟁통이다. 당대표가 구속되냐 마냐 기로에 놓이는데, 모두 눈에 보이는 게 없을 거다. 이 틈에서 점잖은 이야기가 될 리가 없다. 청년들이 들어가서 어설프게 희생당하지 않고 조금 기다렸으면 한다”면서도 “길게 갈 것이라면 본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는 게 옳다. 현실적 통로는 1번이나 2번에서 공천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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