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은 왜 아동학대법 개정을 요구하나 [정진호의 친절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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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왜 아동학대법 개정을 요구하나 [정진호의 친절한뉴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9.08 10: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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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만으로 직위해제 당한 채 경찰·검찰 오가며 수사 받아야…법 개정보단 예외조항 둘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지난 9월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서울 서이초 교사의 추모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 9월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서울 서이초 교사의 추모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9월 4일 오후 4시 30분. 국회의사당 앞에는 5만여 명의 교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지난 7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였던 이날, 전국 교사들이 고인을 기리고 추락한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겁니다. 참가자들은 서이초 교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한편, 국회에 교권 보호를 위한 입법을 촉구했습니다.

추모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의 요구는 서이초 교사 사건 진상 규명과 교원보호 입법발의 공동안 의결,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조성 등이었습니다. 이에 국회도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아동학대 신고 시 수사 전 교육감의 의견 제출을 의무화한 ‘교원지위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들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교원지위법 개정안 등 이른바 ‘교권회복 4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2014년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과 그에 따라 일부 개정된 아동복지법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교사들이 ‘갑질’에 노출된 근원에는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이 있다는 겁니다.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 시·군·구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스스로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누구든지’, ‘의심’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게 한 거죠.

또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학대 행위로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등을 명시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학대행위’, ‘방임행위’ 등의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학부모가 자녀에 대한 훈육을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아동학대 피해 의심’을 이유로 수사기관에 신고하면, 교사는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서에 출석해 피의자로서 신문을 받아야 합니다.

더욱이 법원은 정서적 학대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어, 웬만한 사안은 검찰로 송치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교사는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신문을 받게 됩니다. 학부모가 ‘아동학대 피해 의심’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는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검찰을 오가며 수차례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만으로도 교사의 심적 고통은 큽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교육공무원법 제44조2는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따른 금지행위’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는 직위해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합니다.

명확히 따지면 ‘비위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울 때’ 직위해제를 해야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아동학대 신고 즉시 직위해제가 이뤄왔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즉,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간 것만으로도 교사는 직위해제를 당해 임금의 50%를 삭감당하는 상태에서 1~2년 이상 조사를 받으며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한다는 겁니다. 최근 학부모들의 ‘갑질’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들이 바로 이런 사례죠.

때문에 교사들은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 개정만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는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이라며 “정당한 교육활동 과정에 일어나는 것조차 신고당하고, 이로 인해 교사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법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개정돼야 한다. 이 악법개정을 위해서 제일 먼저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이 개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두 법의 제정 목적 자체가 ‘스스로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함인 만큼, 무작정 이를 개정하는 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선생님들의 불안은 이해하지만,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면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을 구제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생긴다”며 “아동학대처벌법 자체가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자기방어가 안 되니 성인의 피해를 감수하는 측면이 있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국회의 움직임 역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 위반의 예외로 하고, 아동학대 신고 시 수사 전 교육감의 의견 제출을 의무화하며, 아동학대 신고만으로 교사를 직위해제하던 관행을 바로잡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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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갓바치 2023-09-08 11:30:27
아동학대법 누가 만들었어?? 니들이 만들었잖어 니들...좌파가 정권 잡고 다수당 되면 나라 망조가 된다. 너무 쓰레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