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리베이트 실태는? [병원 유착 현주소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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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리베이트 실태는? [병원 유착 현주소③]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3.10.04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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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상 리베이트 금하고 있지만
예외 적용 동원한 편법 사례 횡횡
부처 간 협업 가이드라인 대책 마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시사오늘(그래픽=정세연 기자)
보건 당국의 병원과 해외 의료기기 제작사 간 유착 근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는 여전히 암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시사오늘(그래픽=정세연 기자)

대한민국은 의사와 병원, 의료기기 제작사 간 유착을 막기 위해 적법한 영업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의료법상 제작사가 의료인과 병원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다. 그런데도 편법을 동원한 유착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계 공룡 의료기기 제작사의 불법 리베이트로 인해 국내 의료기업계의 성장마저 방해받고 있는 가운데 <시사오늘>은 관련 실태 등 현주소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유흥업소 접대 사례 


가 업체 사례ⓒ시사오늘
가 업체는 병원 관계자를 룸살롱에서 접대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시사오늘

의료기기 리베이트 사례가 여전히 횡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9년 해외 의료기기 제작사 가 업체는 모 병원 관계자들을 유흥업소에서 접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었다.

의료법 제23조의5(부당한 경제적 이익등의 취득 금지)항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법적 제한을 두고 있다.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법인의 대표자, 이사, 그 밖에 이에 종사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와 의료기관 종사자는 ‘약사법’ 제47조 제2항에 따른 의약품 공급자로부터 의약품 채택·처방유도·거래유지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이하 “경제적 이익 등”이라 한다)을 받거나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받게 해서는 아니 된다.

-의료법 제23조의5-


하지만 현금성 지원 등 금품 향응은 물론 가 업체 사례처럼 룸살롱 접대 등이 몰래 이뤄지는 것이다. 

사건 당시 가 업체에 근무하던 익명의 관계자는 지난 2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당시 공정위 수사관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직원들이 사용하던 PC를 전부 회수해 갔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다음은 업계 관계자의 멘트로 상황을 재구성했다.

“그날 저는 여느 때처럼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에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더군요. 사무실을 점거한 수사관들이 직원들에게 컴퓨터를 건들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고는 PC를 모두 수거해갔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한 저는 동료들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영업 부서에 있는 동료가 말하길 ‘병원 관계자와 룸살롱(접대부가 나오는 유흥업소)을 갔는데, 접대비용을 회계 처리하는 과정에서 꼬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본래 법인카드의 식대로 접대비용을 처리합니다. 자세한 결제 품목을 가린 채 총액만 보고하거나 회식한 인원 부풀리기 등을 통해 말이죠. 회계규정 상 정해진 한도 안에서 눈속임이 발생한다고 보면 됩니다.”

결국, 이런 편법을 동원하다, 그만 처리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러 적발되기에 이르렀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업체 영업이사는 자진사퇴했으나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해임된 것이나 진배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는 법적인 처벌을 면했다. 이에 대해서는 “유흥업소 접대를 단순한 관계자와의 술자리로 바꾸는 꼼수를 썼다”는 씁쓸한 답을 받았다.

가 업체는 이외에도 부당한 학술대회 지원 등의 혐의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600만 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의료기기 제작사의 해외 학회 참가 지원 절차 개요ⓒ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의료기기 제작사의 해외 학회 참가 지원 절차 개요ⓒ공정거래위원회

물론 원칙상 학술대회 지원은 가능하다. 관련법에 따르면,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 할인, 시판 후 조사 등의 행위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 등인 경우”에는 불법 리베이트로 보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다. 

문제는 가 업체처럼 학회 참석 시 의사들을 대상으로 학회 참석 경비를 지원하고 관광을 접대하는 등 교묘하게 편법으로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저지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학술지원 편법 빈번


의료기기 업체 공정경쟁규약의 위반사례 예시ⓒ시사오늘
의료기기 업체 공정경쟁규약의 위반사례 예시ⓒ시사오늘

가 업체와 비슷한 사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외국계 의료기기 제작사 나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나 업체가 특정 의사들의 해외학회 참가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였다.

의료기기법에 따르면 의료기기 제작사는 국내·외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발표자·좌장·토론자가 학술대회 주최자로부터 지원받는 교통비, 식비, 숙박비, 등록비 용도의 실비를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업체가 학회에 참석하는 개인을 지정할 수 없다. 

나 업체는 2017년과 2018년을 거쳐 특정 학회에 참가할 의사들을 사전에 내부적으로 선정한 후 이들에게 참가 지원을 제의했고 그에 응한 의사들의 명단을 학회에 통보했다. 

또한, 학회의 한 세션에 참석할 의사들을 사전에 선정하고, 세션에서의 역할을 부여하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영업사원을 통해 참석하겠다고 밝힌 의사들의 명단을 취합, 총 21명의 의사 이름과 역할을 통보하고 주최 측에 초청장을 요청했다.

공정거래위는 이 같은 행위가 공정경쟁규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지만, 나 업체는 학회 중 진행된 세션은 학술대회가 아닌 제품설명회라고 주장했다. 세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발표자와 토론자를 선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공정경쟁규약상 절차에 따른 것으로 학회의 참가 지원한 것과는 별개의 행위라는 것. 

그러나 공정위는 해당 세션은 학회의 공식 일정 중 일부로서 별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령 세션이 학술대회 중 개최되는 제품설명회라고 하더라도 공정경쟁규약 제10조 제1항은 이를 학술대회의 일부로 간주해 동 규약 제9조를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적용했다. 

제9조는 국내·외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보건의료인의 지원에 관한 조항으로, 사업자가 학술대회 참가자 개인을 지정하거나 직접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결국 나 업체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영업사원 불법 수술도 


영업사원 불법수술 동원 사례ⓒ시사오늘
영업사원 불법수술 동원 사례ⓒ시사오늘

실로 부당한 고객유인행위 유형은 다양하다. 

학술 세미나 및 제품설명회 외에도 고문료 지원도 대표적 리베이트 사례로 꼽힌다. 의사들을 관리할 목적으로 고문위원을 선정하고 일정 금액을 선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시판후조사를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하는 사례도 있다. 시판후조사란 새로운 의약품을 판매한 후 안정성과 유효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제약회사가 이를 판촉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외에도 병원에 과다한 비품을 제공하거나 각종 용역을 제공하는 행위의 리베이트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계 의료기기 제작사 다 업체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총 8년간 거래관계에 있는 모 병원에 부당한 수술보조인력 지원과 학술대회 지원 등의 방법으로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에 적발된 사례에 따르면 다 업체는 자사 대리점에 소속된 영업사원이 수술실에서 병원 수술보조인력의 업무를 대신하는 등 병원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적으로 의료기기 제작사는 체내에 삽입되는 제품을 병원에 제공한다. 하지만 제품군이 최소 150가지에 달해 의료기기 제작사 직원들이 병원을 대신해 수술실에 해당 제품들을 구비할 수 있도록 법적 허용을 둔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수술에 필요한 제품 구비뿐 아니라 의료기기 제작사 직원에게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수술을 보조하는 지원행위를 자행했다. 나아가 수술보조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직원은 자사 직원이 아닌, 대리점을 통해 고용한 관계임을 이용해 이를 은폐했던 정황 또한 드러났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다 업체에 여러 병원에 대해 학술대회와 해외 교육 훈련을 지원한 행위 관련 고객유인행위로 보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3억 원을 명령했다. 

 

간납사 통한 리베이트?


간납사 리베이트 의심 정황 사례ⓒ시사오늘
간납사 리베이트 의심 정황 사례ⓒ시사오늘

구매대행업체인 간납사(간접납품회사)를 통해 의료기기사와 병원 간 유착이 의심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의료법인과 의료기기 제작사 간 거래에서 간납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의료기기 종류의 다양해져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며 △병원의 거래업무를 대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본 취지와는 다르게 병원 운영진이 혹은 측근들이 운영하는 간납사를 통해 의료법인 관계자들이 제작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 의료기기 제작사 라 업체 또한 간납사를 통해 A병원과의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병원은 B 간납사를 통해 의료기기를 제공받고 있는데, 이 간납사는 병원장이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C 간납업체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병원장과 배우자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라 업체는 A 병원에 인공관절을 공급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간납사의 공급 1건당 마진이 3~6%인 반면에 해당 업체의 마진은 35%에 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250억 원이며 그 중 영업이익은 60억 원이다. A병원 출신 인사가 이 업체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라 업체와 간납사 사이에는 중간업체가 존재한다. 이 업체는 간납사에 인공관절 납품과 영업 인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에 비해 영업이익이 낮다. 따라서 이 중간업체는 간납사와 병원을 통제할 수 있는 보조적인 개념으로 설립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즉 라 업체와의 인공관절기 거래가 병원장의 불법 사유화와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 않냐는 의심이다.

 

의료기기 국산화 방해 우려


ⓒ시사오늘
해외 의료기기 업체와 병원·의료인 리베이트 사례는 다양한 방법으로 발생한다.ⓒ시사오늘

해외 의료기기 제작사와 의료기관의 유착은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계 의료기기 제작사의 가장 큰 장점은 막강한 자본력이다. 자본력을 활용해 의료기관과의 유착관계를 형성한다. 

대한민국은 의료기기 상한제를 두고 있다. 의료기기 상한제는 병원의 의료행위에 활용되는 기기의 가격을 보전해 준다. 예를 들어 병원이 A사가 판매하는 100원짜리 주사기를 소비한다면,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에 기기값 100원을 지급함으로써 손실을 메꾸는 체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외국계 의료기기 업체와 의료기관의 유착이 발생하게 된다. 앞선 예에서 주사기의 가격은 100원이라는 값이 정해져 있기에 병원으로서는 실제 50원에 주사기를 구매해도 100원을 보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병원 측에서는 결국 자신들에게 이익을 주는 업체와 거래를 트고자 한다. 즉 얼마에 구매해도 병원은 100원을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으니, 의료기기 제작사는 대리점을 내세워 50원에 주사기를 판매하는 대신, 병원 측에 50원을 주는 리베이트가 횡횡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국내 의료기기 제작사의 대다수가 영세해 막대한 자본으로 밀고 들어오는 해외 업체들과의 영업전에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K 변호사는 “영세한 국내업체에 비해 해외 의료기기 제작사는 대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어느 업체든 상관없는 병원으로서는 영업 마진을 더 챙겨주는 해외 업체에 손을 내밀게 되는 것”이라며 “의료기기의 R&D는 규모의 경제다. 개발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지 생산비용은 적게 든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와 같은 리베이트는 국내 업체가 개발 의지를 상실하게 만들어 제품과 영업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된다”고 부연했다.

 

당국 대처는?


관계 당국의 대책이 요구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이와 같은 리베이트 사례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22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리베이트 사례를 적발·제재한 경우, 관계부처에 제재 사실을 통보하고 협조를 강화하는 지침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부처 간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본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 사건을 처리한 공정거래위원회 담당자는 해당 사건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 부처에 처분한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또한 통보 공문을 발송한 후 유관 부처에 사건의 주요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 통보받은 유관 부처가 후속 처분에 공정거래법의 범위 내에서 협조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대화에서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서 각 부처별로 법령에 따라 대응이 달라 유기적인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부처별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리베이트 사건으로 발생하는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 처벌은 정해진 관련 고시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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