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우리사회에 화두는 '선거'다. 선거를 주제로 한 뮤지컬이 공연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로 한 소극장에 올려진 이 뮤지컬의 제목은 ‘뽕짝 뮤지컬 군수선거’다. 이를 연출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욱현 감독. 이 감독은 영화 음악 감독 출신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 13일 이욱현 감독과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는 현재 공연 중인 대학로 소극장 ‘군수선거’의 무대에서 진행됐다.
'지금처럼 대화하듯이 편안하게 답해주시면 된다'라는 말에 이 감독은 “연출자가 과연 무대가 편안할까?”라고 답했다. 연출자로서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지는 답이다.
"영화 음악 감독을 할 때부터 저는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이었어요. 무대가 편안할 리가 없죠. 관객보다도 뒤에서 무대를 지켜보는데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전화 통화할 때도 생각했지만, 목소리가 굉장히 좋으세요.
"하하, 근데 얼굴이 못생겼죠. 그래서 저는 목소리로만 승부를 걸어요. 그래서 라디오만 몇 번 했었죠. 그것도 하다가 몇 번 짤렸어요."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뮤지컬"
-그래서 공연 쪽으로 넘어오신 건가요? 어떻게 영화 음악 감독을 하시다가 현재 공연 중에 있는 ‘뽕짝 뮤지컬 군수선거’를 제작하게 되신 거예요?
"그건 아니고 무대는 원래 내 꿈이었어요.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꿈’이라고 표현하면 되려나? 누구나 다 꿈이 있잖아요. 무대가 제게는 그런 곳이었죠. 그런데 사람들은 제 뮤지컬에 대해 ‘정치적이다’, ‘대선을 앞두고 내 놓은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해요. 작품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데 말이에요. 처음에는 전라도, 경상도, 새터민 이야기까지 다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들어야할 이야기’만 남아있죠."
이 감독은 그러면서 "뮤지컬 내의 배경을 잘 들여다보면 연출 의도가 나온다"고 답했다.
"뮤지컬 내의 배경이 되는 ‘우리군 사랑리’를 보면 그 속에는 다문화가정이 있고,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고, 고령화, 저출산 문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다 들어가 있어요. 제가 보여주고자 했던 게 그거예요. 왜 우리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 ‘남편을 죽였다’, ‘여자가 도망갔다’, ‘매일 맞고 산다’ 이런 안 좋은 부분들만 보냐는 거죠.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결혼해서 20%가 이혼을 해요. 그런데 언어적․정치적으로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이혼율에 별반 차이가 없어요. 그들이 더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죠."
-아, 제가 여쭈려고 했던 걸 알고 계셨던 건가요? 뮤지컬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다문화 가정과 같은 사회적 문제의 이면을 보여주고 싶으셨단 얘기군요.
"네, 맞습니다. 그들은 또 세대차이, 문화적 차이까지 안고 살죠. 더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들도 많지만 20대와 40대라고 생각해 보세요. 20대가 결혼하면 당연히 친구들하고 놀러가고 싶지만, 40대는 안정을 찾고 싶은 나이예요. 그러면 트러블은 당연히 존재하겠죠. 대화라도 통하면 좋겠지만 언어적 문제까지 겹쳐요.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가정을 이루고 산다면 우리가 인정하고 케어(care)해 줘야 하는 부분이 많잖아요. 그렇게 접근하고 싶었어요."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안 좋게 박혀있는 우리 사회에, 이 작품을 통해 ‘왜 그들을 자꾸 손가락질 하느냐’, ‘그들에 대해 이해해보자’고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네, 다문화 가정을 예로 들었지만 작품 속에서는 다른 사회적 문제들도 이야기합니다.(웃음)"
-작곡 활동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그럼 현재 공연에 사용되는 음악도 모두 새롭게 만드신 건가요?
"네, 모두 직접 썼습니다."
"이제 송년회 때 가족뮤지컬을 즐길 수 있어야"
-홍보물을 보니까 ‘힐링’과 ‘문화 송년회’라는 단어가 인상적이던데요. 어떻게 탄생하게 된 단어들인가요?
"아, 그거요? 한국인들은 송년회라고 매일 술을 먹어요. 무지막지하게 술 먹지 않을 수 있는 문화가 없다는 게 그 이유일 수도 있겠죠.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말이에요. 가족뮤지컬이라고 하면 매일 어린이용이에요. 신입사원이 부장님하고 ‘사랑 이야기’ 공연 보러 가긴 좀 그렇잖아요. 우리 뮤지컬은 관객이 가족이 될 수 있어요. 신입사원부터 부장님까지 같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죠. 그래서 문화송년회라는 말이 탄생한 것 같아요."
그는 술로 채워지는 송년 문화를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바꿔보고 싶은 열정을 이번 뮤지컬에 담아냈는지 모른다.
"실제로 우리 공연을 본 한 관객분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셨어요. '공연장에서는 무조건 자는 사람이었는데, 이 공연은 잘 수 있는 공연이 아니었다. 그냥 웃기기만 하는 작품이 아니라 감동도 함께 있었다.' 그 말 들으니 기분이 좋죠. 저도 우리 공연 보면서 자는 사람 딱 한 명 봤어요. 그게 바로 저예요. "
"우리 뮤지컬은 전 연령층이 타깃"
-아, 그러면 대학로의 다른 뮤지컬이나 연극들과의 차이점이 거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하고 싶었던 질문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요?(미소)
"대학로의 공연은 90%가 20대를 위한 공연이에요. 우리 공연은 전 연령층이 타깃이죠. 다들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하지만, 보고 나가면서 ‘아~그러네!’하고 나가요. 실제로 공연을 뒤에서 지켜보면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요. '삼촌, 힘내!'이렇게요. 어제는 노인복지회관에서 단체 관람을 오셨는데, 처음에는 긴장하고 앉아계시더니 나중에는 배우들한테 과자를 주시더라고요. 몰입하셨다는 거죠. 공연이란 걸 잊고 ‘우리군 군민’이 된 거예요. 배우들이 막 대사하면서 귤 까먹고 질질 흘리고 그랬어요."
-가령 예를 들어 '이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철학 같은 게 있나요.
"저는 배우는 무대에서, 연출은 객석에서 관객을 맞이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나갈 때 사람들 표정을 보는 거죠. 우리 공연은 특이하게 나가면서 사람들이 악수를 해요. 내가 연출인지 어떻게 알고 할까요? 다른 사람이어도 악수를 한다는 얘기예요. 그게 재밌었다는 표현인거죠. 지금 우리 공연엔 벽이 없어요. 그러니까 나갈 때 인사를 하는 거고요. 배우들도 관객한테 얘기해요. '어여와~뭐햐~'이러면서. 또 배우가 객석에서 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편안하게 마주치게 되는 거죠. 이게 우리 공연의 장점이고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그 벽을 깨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블로그에서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오시니까 알아서 적응들을 해오세요."
-아, 그러면 현재 주요 관객층은 어떻게 되나요?
"20대부터 70대까지 와요. 그런데 아직은 20대가 많죠."
-이런 질문 해도 되겠죠? 객석은 얼마나 차나요? (웃음)
"가운데가 160석이 아직 안 차요. 전체는 350석이고요. 아직은 소문이 부족해서 그렇죠 뭐. 우리가 광고나 스타마케팅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냥 꾸준히 지켜보려고 해요."
-그럼 영화 음악은 이제 그만 하시는 건가요?
"아니에요, 일단 이 작품을 안정적으로 안착 시킨 다음에 할 거예요.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어시스턴트를 데뷔 시키고, 저는 총감독으로 할 예정입니다."
"내 연출의 중심은 세상사는 이야기"
-아, 그러시군요.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앞으로도 연출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까도 잠시 말했듯이, 마당놀이 뭐 이런 것 있잖아요.
-"앞으로도 ‘군수선거’는 계속 할 거예요. 한국인에게는 ‘시골’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요. 명절이 지나고 만나면 '너 전라도 갔다 왔어?'이렇게 안 묻잖아요. '너 시골 갔다왔어?' 이렇게 묻죠. 시골의 따뜻한 기억을 우리는 알고 있어요. 눈 쌓인 나무 끝에 홍시가 있는 느낌? 따뜻한 아랫목의 느낌? 이런 느낌을 담고 있는 게 우리 뮤지컬이라 쉽게 접을 생각은 없어요."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작품들을 늘어놨다.
"‘6인실 여자병동’이란 게 있어요. 남자는 군대를 가면 다 똑같아지고, 여자들은 병원에서 다 똑같아져요. 우리가 보지 못한 공간이 있죠. 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공통점을 찾아가요. 6인실 여자병동에는 VIP실이 리모델링해서 온 청담동 사모님, 임신해서 온 고등학생,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트랜스젠더 같은 각개각층의 사람이 모여 있어요. 그들은 대부분 우리가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죠. 왜 항상 우리는 그들에게 손가락질하는가?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끌어나가면서 생각해보는 작품입니다."
"반대로 ‘라면’이라는 편의점 이야기도 생각 중이에요. 돈이 많은 사람도 적은 사람도, 편의점에선 누가 와도 똑같이 700원을 내고 라면을 먹는다는 이야기예요."
-도대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신 건가요.
"제 이야기는 다 똑같아요. 세상 얘기 하는 거예요. 난 세상 얘기가 좋아요.(미소)"
세상이야기가 좋다는 따뜻한 남자, 이욱현. 그와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났다. 왠지 따뜻함이 느껴진다.
좌우명 : 생각은 냉철하게, 행동은 열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