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신사업 박차’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포트폴리오 다변화 승부수 [CEO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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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신사업 박차’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포트폴리오 다변화 승부수 [CEO 오늘]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3.10.10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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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인프라’를 향한 발걸음을 3년째 재촉하고 있다. 폐기물 재활용,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로 신사업을 확장해 건설회사라는 이미지를 넘어서고 친환경 솔루션 기업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했다.

탈바꿈 움직임의 중심엔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가 있다. 2021년 9월 대표이사직을 맡은 박 대표는 SK에코플랜트의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기업 인수로 신사업에 필요한 기술·역량을 확보하고, 여기에 자사의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결합했다. 그 결과 국내외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해 시공을 진행하거나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 SK에코플랜트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 SK에코플랜트

 

친환경으로 ‘파이낸셜 스토리’ 추구…볼트온 전략 토대


박 대표는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020년 제안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친환경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의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목표,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통해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의 매력 요소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 지점을 친환경에서 찾았다. 올해 신년사에서 박 대표는 “지난해 SK에코플랜트는 대외에 선포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체적인 성과로 현실화함으로써, 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고 미래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친환경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는 전략 중 하나다. 단순히 용역을 제공한 대가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 기업’이 되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2022를 통해 “글로벌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모두의 지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환경·에너지·솔루션 분야에서의 청정기술 확보와 개발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고 썼다.

박 대표는 2021년 SK에코플랜트에 오기 전에 SK그룹에서 투자전략과 M&A를 담당한 전문가로 활약했다. 2021년 초 SK에코플랜트의 사업운영총괄로 부임하고 나서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구사했다. 볼트온 전략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목적으로 업종이 유사하거나 관련성 높은 기업을 계속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폐기물 처리사업 강화로 순환경제 구현


볼트온 전략이 가장 먼저 나타난 분야는 폐기물 처리를 통한 순환경제 구현이다. 순환경제는 투입 자원을 절감하고 재활용해 폐기물의 양을 줄이는 모델을 말한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인수한 종합환경플랫폼기업 환경시설관리(구 EMC홀딩스)를 이용해 환경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2021년 새한환경과 대원그린에너지, 도시환경 등 폐기물 처리 업체 9곳을 인수했다. 이들 기업을 사들이는 데 쓴 비용은 별도 기준 약 1조 원이다. 이외에도 국내 최초로 폐페트병으로 재생 원료를 생산한 DY폴리머, DY인더스를 인수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4월 싱가포르의 E-waste 기업 테스(TES)를 연결 기준 1조2000억 원 가량 주고 인수하며 E-waste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TES는 총 21개국에서 처리시설 43곳을 운영하며 E-waste 업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E-waste는 수명이 다한 전기제품을 가리키며,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배터리와 태양광 장치 등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외에도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어센드엘리먼츠(Ascend Elements)에 투자해 지분 약 13%를 얻었다. 어센드엘리먼츠는 폐배터리에서 희소 금속을 개별로 추출하는 기술과 불순물을 제거한 뒤 양극재용 전구체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재활용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

박 대표는 “환경사업은 국내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했다”며 “글로벌 E-waste 선도기업 테스, 말레이시아 최대 종합환경기업 센바이로(Cenviro),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혁신기업 어센드 엘리먼츠 등에 투자해 글로벌 시장 진출과 함께 리사이클링 중심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말레이시아 세렘반 지역에 위치한 센바이로 소각시설 전경. 이곳에 SK에코플랜트의 소각로 AI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다. ⓒ SK에코플랜트
말레이시아 세렘반 지역에 위치한 센바이로 소각시설 전경. 이곳에 SK에코플랜트의 소각로 AI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다. ⓒ SK에코플랜트

 

그린수소 가치 사슬에 전력…“확보한 자산 기반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SK에코플랜트가 신사업 진출로 노리는 것은 가치 사슬 확립이다. 가치 사슬은 산업별로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하기 때문에 어떻게 사슬을 구축하느냐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태양광·풍력발전, 그린수소 생산, 연료전지 등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는 재생에너지 가치 사슬을 SK에코플랜트는 그리고 있다. 박 대표는 “연간 169.5MW 규모의 국내 연료전지 수주 실적을 비롯해 삼강엠앤티, 탑선, 인코어드 등에 투자해 그린수소 융복합 사업 밸류체인을 확대·구축했다”고 했다.

해상풍력 사업 진출을 위해 필요한 기술도 인수합병으로 확보했다. SK오션플랜트(구 삼강엠앤티) 지분 31.8%를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고, 지난달 1일 5.8%를 추가 인수했다. 풍력발전기를 바다에 띄울 구조물을 만들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실제로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 인근에 해상풍력시설을 해상 운반하고 설치하는 사업을 따냈다. 

배터리 역량은 지분 투자로 확보하는 모양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미국 블룸에너지와 합작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기업 블룸SK퓨얼셀을 설립하고, 블룸에너지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총 5123억 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특히 지분 인수와 함께 블룸에너지의 제품을 한국에서 독점 공급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뽑아내는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 사슬의 성과는 캐나다 그린수소 상용화 프로젝트에서 잘 드러난다. SK에코플랜트는 캐나다 월드에너지GH₂와 함께 풍력발전 기반 그린수소 생산과 그린암모니아 운반 사업 ‘뉴지오호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육상풍력발전은 약 1GW, 고체산화물수전해기와 고분자전해질수전해기 등 수소생산설비 600MW 용량만큼 구축된다. SK에코플랜트는 1단계 사업의 20%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남 안마도 해상 인근에 발전용량 532MW, 연 1400GWh 전력 생산이 예상되는 국내 첫 유틸리티 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안마 해상풍력’ 개요. ⓒ SK에코플랜트
전남 안마도 해상 인근에 발전용량 532MW, 연 1400GWh 전력 생산이 예상되는 국내 첫 유틸리티 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안마 해상풍력’ 개요. ⓒ SK에코플랜트

 

상반기 매출 30% 신사업…에너지 분야 영업이익


친환경 신사업의 성과는 매출로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SK에코플랜트의 매출 3조9273억 원 가운데 환경·에너지사업 분야가 각각 14.6%, 17.6%를 차지했다. 두 지표는 SK에코플랜트의 신사업 지표로 2~3년 전부터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전체 매출의 32% 가량이 신사업 분야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환경·에너지 분야가 전체 매출의 29.76%를 견인했다. 이익률은 항상 높은 건 아니지만 투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환경 분야는 올해 상반기 –3.4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6.39%를 보였다. 에너지 분야도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친환경 기술과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 온 박경일 대표는 SK에코플랜트의 방향타를 플랫폼을 향해 움직였다. 박 대표는 “우리가 보유한 자산과 솔루션들을 서로 연결하고 융합할 때 보다 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T)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확보, 솔루션 및 서비스 고도화 등을 통해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의 플랫폼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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