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전쟁을 대하는 기만적인 시선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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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전쟁을 대하는 기만적인 시선에 대해
  • 편슬기 기자
  • 승인 2023.10.26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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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反戰)’을 외치는 일본인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 네이버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영화 내용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야쟈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했다. 수차례 은퇴를 번복하면서도 이것이 마지막 작품이라 말한 만큼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작품이다.

개봉하기도 전에 SNS를 통해 제목을 응용한 여러 가지 밈(MEME: 패러디)이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지금까지도 쏟아지고 있으니 아마 한동안은 해당 작품의 예매율이 높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기엔 다소 어려워 보인다.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이나 감동의 반응도 얻어내기 어려울 것이라 감히 짐작해 본다.

 

전쟁은 참혹하다,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적어도..


영화를 한 줄 요약하자면 전쟁이 흘린 피 위에 세운 부의 처마 밑에서 자란 부잣집 도련님의 반전(反戰) 이야기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그렇다면 이를 보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되묻는 것일 테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감독의 자전적 일화를 다룬 작품이다. 상징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데, 난해한 메타포(은유)의 연속들로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어떤 것을 보고 느꼈는지 설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곱씹으며 이해한 것들을 다루자면 우선 ‘한국인’의 머리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의 유년 시절과 그동안 만들어온 작품들이 이번 개봉작에 담겼는데 일단 영화의 시대적 배경부터가 불편하게 다가온다.

쇼와 시대, 중일 전쟁부터 제2차 세계 대전, 일제강점기가 진행되던 도중의 시대상을 담았다.

주인공인 마히토(이자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의 아버지는 군수 물품을 만들면서 부를 축적하는 공장을 운영한다.

그러다 투병 중이던 어머니의 죽음에 이어 전쟁의 화마가 본격적으로 일본을 덮치면서 고향인 도쿄를 뒤로하고 시골로 내려간다. 그 작은 마을에서 마히토는 새엄마 나츠코를 만난다. 그는 엄마의 친동생이며 이미 아이까지 임신한 상태. 여기서부터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 찬다.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선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이 당당하게 길거리를 활보한다. 가슴을 당당히 편 그 모습에서는 일종의 사명감까지 느껴진다. 일반 시민들은 길을 가다가도 하던 일을 멈추고 그들을 향한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도대체 이 장면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유년 시절 역시 큰아버지가 군수 물품 제조 공장을 운영했고, 아버지는 그곳에서 공장장으로 일했었다. 도쿄 출생이며 전쟁으로 인해 시골로 피신한 것도, 어머니가 긴 투병 생활을 보냈다는 점 역시 주인공과 매우 흡사하다.

시골에서 적응하지 못 하고 겉돌던 마히토는 말하는 왜가리를 만나 신비한 탑 속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최종적인 목적은 탑에 모습을 숨긴 새엄마 나츠코를 찾아 탑을 나가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을 만나고 여러 장소를 방문한다.

마히토의 탑 속 모험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반전을 말한다. 탑을 통해 펼쳐지는 이 세계에서는 바깥 세상은 추악하고 인간은 모든 것을 파괴할 뿐이라고 못박는다. 그럼 이 세계가 고통 없는 천국이냐 하면 또 그런 것도 아니다. 어느 세계든 저마다의 삶과 죽음의 방식이 존재한다.

후계자가 돼 달라는 탑의 주인의 요청에 마히토는 탑에 머물기를 거절하고 그런 바깥 세상이라도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들어 함께 걸어가는 것으로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부를 축적한 군수공장의 부잣집 도련님이기에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청자가 그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라면 더더욱.

안락한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솜 이불을 덮고 하인들이 차려주는 삼시 세끼 따뜻한 식사를 즐기며 “전쟁은 참혹해, 빨리 끝나야만 하는 것이야”라고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기만이 아닐까?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반전을 외치는 일본인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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