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계 불법관행에 잠자는 국회 [취재 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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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업계 불법관행에 잠자는 국회 [취재 後]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11.03 00: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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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임기 7개월여 남아…‘간납사법’ 통과 요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간납사를 통한 리베이트 문제 등 의료기기업계 내 문제 되는 사안들이 많지만 국회에선 해결이 요원하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시사오늘>은 지난 9월부터 의료법인 사유화 문제, 리베이트 창구가 된 간납사, 업계 내 불공정 행위 등을 지적한 바 있다. 돌아보면 이렇다. 

# 의료기기업체A는 가병원으로부터 의료기기를 납품하려면 B업체를 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당제품은 치료재료 상한제에 의해 1만 원으로 책정된 제품이다. A업체는 B간납사에 8000원에 제품을 납품했다. 가병원은 B간납사에 1만 원을 지불하고 제품을 받았다. 이어 가병원은 건강보험공단에 1만 원을 청구하고 비용을 보전받는다. A업체는 후에 B업체 운영자가 가병원장의 친인척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 C씨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중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수사관들이 컴퓨터를 수거하는 것을 봤다. 알고 보니 업체는 특정 의사들의 해외학회 참가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C씨는 이런 일이 있고 난 이후 업무를 나간 병원에서 수술 보조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상은 본지가 지적해 온 간납사를 통한 리베이트, 대리수술 등에 대한 사례를 재구성해 요약해 본 것이다. 

종합하면 의료법상 의료인과 병원은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아서는 안 된다. 영리 추구를 해서는 안 되는 비영리 법인이어서다. 그런데도 편법을 동원한 유착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본지가 해당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함에도 정작 국회에서는 해결이 요원해서였다.

우선 ‘간납사’ 문제다.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해선 안 되는 의료기관 대신 간납사가 사실상의 리베이트 창구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국회 내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져 잠정 보류 상태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지난 2021년 1월 특수관계인 간 거래 근거를 마련하고 대금 지급의 부당한 지연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7일 국회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국회가 관련 문제를 검토한 결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과 특수관계인 간 거래 제한 규정은 필요한 입법 조치로 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보류된 것은 이해관계자들 간 입장이 엇갈려서다.

대학병원의 경우 학교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것을 특수관계인 거래제한 규정에 따라 50% 이하로 조정하게 되면 ‘교비회계로 귀속되던 수익이 크게 감소한다’며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학교법인의 수익 보장을 이유로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여선 안 될 노릇이다. 복지부도 의료기기 분야에서만 학교법인 운영 업체에 예외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있다고 봤다. 국회는 이해관계자들 입장을 조율해 다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당시 소위에 출석한 의사 출신의 한 의원은 “일부 간납업체의 모럴해저드일 뿐”이라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해당 의원이 재직했던 병원 또한 간납사를 통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보는 눈이 많은 일부 대형간납사의 경우 병원 행정비용 절감 등 긍정적 측면이 작동할 수도 있겠지만 중소간납사의 처지는 또 다르다. 관리 사각지대로, 저가 제품 위주로 거래되거나 수수료를 50%까지 떼어가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 왔다. 

현재로선 서 의원이 발의한 의료기기 구매 현황 및 불공정 거래 실태 조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만 소위에서 통과된 상태다. 하지만 불법인지 합법인지 판가름할 수 있는 간납사 관련 법 규정 자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태조사가 얼마나 실효성을 드러낼지 의문이다. 실태조사 시행도 공포 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었다. 불공정 거래 묵인에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다. 
 
지난해 국정감사부터 간납사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민주당 고영인 의원실 측은 간납사의 공식 정의와 법적지위, 범주를 비롯해 불공정 행위, 제한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명시한 법안 초안을 만들어 다듬고 있으며. 21대 국회 안에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전반적으로 올해 국정감사장에서는 의료기기 업계 내 불법관행에 대한 지적도 전보다 훨씬 드물었다.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이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의 불법 대리 시술, 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간납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언급해 잠시 도마 위에 올랐을 뿐이다. 

최영희 의원은 지난 10월 11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 대리수술을 교사·실시해 행정처분 내린 건수는 44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기 영업사원·판매사원,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수술에 가담하고 보조한 것으로, 일부 비윤리적인 의사들 외압을 이기지 못해 대리수술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질책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리수술이라고 하는 게 폐쇄된 공간에서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실태조사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수술실 내) CCTV 의무화도 되고 했으니 방법을 좀 더 고민해 대리수술이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0월 26일 국회 정무위 국감장에서 간납사를 통한 수수료 편취,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문제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수준의 반성으론 제도 마련은 더욱 까마득해 보인다. 국감, 예산 심의가 끝나면 여의도는 사실상 총선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지 10년이 넘었다. 특정 병원의 리베이트 수수 문제가 최근에도 불거졌다.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건강보험 재정이 의료기관 관계자 등 특정인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고질적 병폐를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시급하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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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랑 2023-11-03 16: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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