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건설사들…‘해상풍력’ 새 먹거리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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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건설사들…‘해상풍력’ 새 먹거리로 키운다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3.11.0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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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감축 과제 따라 풍력발전 목표치 올라
시공 역량 강화…구조물 개발에서 먹거리 발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건설사들이 풍력발전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풍력발전은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구조물 등 기반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전사업 자체보다 시공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감을 찾아 나선 것. 이에 건설사들은 풍력발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설계·조달·시공(EPC) 능력을 키우고 있는 바, 육상풍력에 이어 해상풍력으로 사업영역을 적극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다.

 

한화 건설부문, 풍력발전 EPC 중심 역량 쌓아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가운데 풍력발전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회사는 한화 건설부문이다. 2013년부터 풍력발전사업 조직을 풍력사업부로 확대 개편해 지금까지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노르웨이의 국영기업 에퀴노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해상풍력 공동개발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한화는 이미 육상 풍력발전 시설을 시공한 경험이 있다. 2020년 경북 영양군과 제주도 수망에 각각 76MW와 25MW 용량의 풍력발전 단지를 준공했다. 이어 2022년 12월, 강원도 양양군 수리 풍력발전단지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해상풍력으로 영역을 넓혔다. 전남 신안군 우이도 남동쪽 해역에 400M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짓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는 2013년 해상계측기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난달 공동개발사 SK디앤디와 설계사 도화엔지니어링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실시설계에 착수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금까지 풍력사업 EPC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개발과 운영, 투자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풍력사업 밸류체인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추진 사례가 드물고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을 선도적으로 수행해 해상풍력 선도기업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 건설부문이 지난 2020년 준공한 제주도 수망 풍력발전 단지. ⓒ 한화 건설부문
한화 건설부문이 지난 2020년 준공한 제주도 수망 풍력발전 단지. ⓒ 한화 건설부문

 

부유 구조물 제조·연구개발하는 SK에코플랜트


해상풍력 수요에 대응해 부유 구조물 시공에 집중하기도 한다.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제조하는 SK오션플랜트(구 삼강엠앤티)를 인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SK오션플랜트는 현재 해양풍력, 조선, 육상·해상플랜트, 강관사업 등을 맡고 있다.

후육강관은 SK오션플랜트의 해상 하부구조물 생산 능력을 가장 잘 드러낸다. 후육강관은 두꺼운 철판을 구부려 만든 최대 지름 10m, 최대 두께 145mm짜리 산업용 파이프다. SK오션플랜트는 2000년에 해상풍력 구조물 제작에 필수인 ‘후육강관’을 국산화했다. 후육강관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하부구조물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운 SK오션플랜트는 지난 8월 기준 대만에서 4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만은 2025년 풍력발전 설비용량 목표 약 6.9GW 가운데 5.7GW 가량을 해상풍력이 차지한다.

해상풍력을 설치하는 사업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9월 전남 영광군 안마도 인근에 지어지는 532MW 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운송·설치(T&I) 사업을 수주했다. 풍력 터빈과 블레이드를 지탱하는 구조물 ‘재킷’ 38기를 해상에 고정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SK에코플랜트는 국내 기업 최초로 500MW급 해상풍력 T&I 사업을 수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글로벌 해상풍력 전문기업 코리오 및 토탈에너지스와 울산과 전라남도 등지에서 2.6GW 규모의 부유식·고정식 해상풍력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에코플랜트는 부유식 해상풍력에 적용할 ‘K-부유체’를 개발 중이다. 향후에도 자회사를 통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과 해상풍력 부유체, 해상변전소 등 해상풍력 전반에 걸쳐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오션플랜트가 수출을 위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배로 옮기고 있다.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오션플랜트가 수출을 위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배로 옮기고 있다. ⓒSK에코플랜트

 

풍력발전 산업 확대 전망…시공 어려운 해상풍력 유망


풍력발전 산업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월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를 발표하며 신재생에너지 용량을 올해 32.8GW에서 2036년 108.3GW로 확대하고, 그 중 풍력발전의 목표치는 약 34.1GW로 잡았다. 이에 더해 세계적인 풍력발전 회사 베스타스는 1월 한국에 3억 달러를 투자했다.

해상풍력발전은 시공 난이도가 높은 대 그만큼 안정성 등의 이점이 부각된다. 해상은 바람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난류를 발생시키는 요소가 없기 때문에 풍력발전기를 안정적이고 대규모로 가동할 수 있다. 또 바다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인근 주민에게 소음공해를 일으킬 요인이 적다.

특히 말 그대로 바다 위에 풍력발전기를 띄우는 ‘부유식 풍력발전’은 먼 바다에 설치할 수 있어 하부에 기둥을 설치하는 고정식보다 에너지 생산 효율이 높다. 다만, 하중 부담이 크다. 조수간만에 의해 큰 흔들림이 일어나 피로 하중을 유발하고 전복·유실 우려가 커 이를 제어할 특수 구조물이 필요하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난도 높은 해상풍력 시공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8월 ‘울산 반딧불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와 협약을 체결, 운송설치와 건조 분야 협력을 위해 남성해운 및 HA-Energy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울산 반딧불이 사업은 750M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대우건설은 지난 30일 SK에코플랜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풍력사업TF팀을 토목사업본부 산하에 신설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협력을 위한 그림은 나오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해상 인프라 건설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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