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Y노믹스…‘민생 살리기’ vs. ‘총선용 카드’ [尹 정책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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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Y노믹스…‘민생 살리기’ vs. ‘총선용 카드’ [尹 정책 진단]
  • 고수현 기자,박준우 기자,정승현 기자
  • 승인 2023.11.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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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금리에 之자 행보…총선 앞두곤 은행 때리기
부동산PF 리스크 확대…PF대주단 역할론 고심
안된다던 공매도 금지…尹과 엇박자 낸 김주현
단기적시각 정책과제에 매몰…근본적 해결책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박준우, 정승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1년 6개월이 흐른 가운데 다양한 경제정책이 쏟아져나왔다. 미국발(發) 고금리가 국내 금융·경제시장을 뒤흔든 상황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민생경제와 건설업 경기, 빙하기를 연상케하는 증시를 되살리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갈지(之)자를 연상케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총선을 앞두고 나온 선거용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사오늘>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나온 금융·경제정책들을 살펴보고 공과 과를 평가해봤다.

 

금융은 아마추어?…우려 키운 오락가락 행보


지난 20일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그동안의 금융당국 행보를 보는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을 향한 관치(官治)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하소연이다.

금융당국의 개입성 발언과 정책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세대교체로 본격화됐다. 실제로 윤 정부 들어 연임 도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모두 연임의 뜻을 접고 물러났다. 

은행 예대차 공시도 뒷말을 낳았다. 은행별 특징을 반영하지 않고 단순히 수치로만 따진 예대차 계산으로 인해 수신이나 여신에 특수성을 지닌 은행들은 공시 때마다 해명자료를 내놓기 바빴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은행의 이자수익을 ‘이자장사’로 보는 시선에서 기인한다. 이자장사를 통해 수익을 거둔 은행들이 서민 고통분담을 위해 상생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금융당국의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와 금융당국의 은행의 수신금리와 여신금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앞서 기존 시중은행들의 경우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속도에 한달여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서로 경쟁하듯 속도전을 펼쳤다. 실제로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한국은행 기준금리 발표 당일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익일 수신금리에 반영하기도 했다. 

당시 빠르게 높아진 수신금리에 일부 금융소비자들은 환영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은행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높아진 수신금리가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고 대출금리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비단 개인차주들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신금리를 제시해 고객들을 유치하는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그야말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무리한 고금리로 인해 저축은행업계 전반의 부실 가능성이 우려되자 금융당국이 개입해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인상 속도에 제동을 걸기까지 했다. 

저축은행발 시중은행 수신금리 인상 제동을 두고 시중은행권에서는 불만이 나온 바 있다. 타 업권의 위기를 이유로 은행권 금리에 개입을 한 전례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여신은 물론 수신마저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 금리인상에도 제동이 걸린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3.50%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금조달 상승 압박을 받은 은행권은 여신금리를 올려야하는 상황이지만, 당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와 관련해 ‘50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주범으로 낙인 찍힌 것도 은행권 내부에서 불만이 감지된다. 앞서 정부 주도로 초장기 주담대를 내놓으면서 은행권에서는 너도나도 유사한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자 금융당국에서는 해당 상품에 나이제한 등 안전장치를 제대로 구비했는지 살펴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올해 국감에서도 관련 질타성 발언이 쏟아지자 금융당국은 책임소재를 시중은행에게로 돌렸다. 정부에서 출시한 상품은 나이 제한, 무주택자 요건 등이 구비된 반면 일부 시중은행은 이러한 장치들이 없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당시 일부 은행들이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점은 마땅히 질타받을 이유이지만, 가계부채 증가 책임을 온전히 은행권에게 돌렸다는 점에서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련의 금융당국 행보를 두고 금융권 내부에서는 은행권 자체적인 경영적 판단보다 금융당국의 말한마디가 시중금리를 좌지우지 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권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시장금리 왜곡 가능성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대금리차에 대한 금융당국의 구두성 개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은행권 금리 결정에 금융당국이라는 변수가 추가되면서 (금리)의사결정 과정에서 왜곡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귀띔했다.

은행산업을 통해 거둬들이는 이자수익을 일부 환수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지만 여(與)당과 야(野)당, 금융당국, 금융권 간 이해관계와 해결방안이 제각각이라 또 한번 갈지자 정책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여야 모두 방법의 차이일뿐, 은행권을 ‘서민의 적’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어 총선을 앞두고 표심잡기용 은행권 때리기라는 우려도 낳는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기존에 해오던 ‘상생금융’을 보다 확대해 이자부담에 대한 국민적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와 반대로 야당에서는 이른바 횡재세 도입을 담은 법안 발의를 통해 법률로 규제하겠다는 으름장을, 여당과 정부는 법률화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초과수익(이자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당초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군소정당에서 나온 횡재세 도입 주장이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민주당(횡재세성격 상생금융 기여금 법안), 국민의힘(초과수익 은행 독과점 개선)까지 가세하며 유사 횡재세 도입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달리 정치권에서 은행권의 이자수익에 대한 기조가 한층 더 강경해지면서 그 배경에 내년 4월 총선이 있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마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부정적이라더니…공매도 금지 이어 개선 방향안 초고속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던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향(안)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5일 김 위원장이 정부부서울청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던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향(안)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5일 김 위원장이 정부부서울청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오는 2024년 7월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데 이어 최근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내놨다. 공매도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년 동안 쌓여온 불만이 무색해질 정도로 일사천리로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있던 날로부터 불과 2주일 만에 구체적인 안까지 나온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무차입 공매도 사전방지 △불법 공매도 엄벌 △공매도 공시 확대 등 총 4가지 개선사항을 골자로 하는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안)을 발표했다. 향후 금융당국은 국회 논의 및 의견수렴 등 공론화 절차를 거쳐 최종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지난 6일에는 기존에 코스닥 상위 200개, 코스닥 상위 150개 외 종목에만 적용되던 공매도 금지가 전 종목으로 확대됐다.

당초 김 위원장은 공매도 금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앞서 그는 지난 10월 11일 진행된 국정감사를 통해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국내 주식시장 특성상 공매도 관련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을 만들면 외국인 자본 이탈을 불러 올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공매도 제도 개선이) 나아가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처럼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는 사실은 김 위원장이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공매도 제도를 개선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개인투자자 민심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들이 무성하다. 

윤 대통령은 공매도가 금지된 날로부터 8일 뒤인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불법 공매도 문제를 더이상 방치하는 것은 공정한 가격 형성을 어렵게 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히고, 시장 신뢰 저하 및 투자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소리 높였다.

윤 대통령은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개인투자자 비중도 높아 장기적으로는 우리 증권시장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길이라 판단한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해결책을 준비 하라”고 강조했다.

불과 몇 년 사이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그 수만 현재 약 1400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널뛰듯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 시기 이전인 2019년 기준 약 600만 명이었던 주식투자자 수가 약 2배 넘게 늘어난 가운데 올 들어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의 관행적인 불법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면서 이들 개인투자자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실제로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청원은 불과 9일 만에 5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는 등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더욱이 공매도 제도 개선은 윤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경제 정책 중 하나다. 이는 후보자 시절 내세운 자본시장 공약에서 엿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공매도 관련해 △기관에 비해 높은 개인 투자자 담보비율 조정 △공매도 서킷브레이커(주가 폭락 시 공매도 금지)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자가 내세운 공매도 관련 공약보다 친 개인투자자적 입장이 좀 더 강한 공약이었다. 이와 관련 이 후보자는 지난 2021년 11월 페이스북을 통해 “공매도 폐지는 무책임한 주장으로 공매도를 폐지할 경우 한국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MSCI 선진국지수(DM)는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산출하는 지수로, 이른바 세계주가지수다. 선진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편입해 구성돼 전 세계 주요 지수 중 추종하는 자금 규모가 가장 크다. 한국은 현재 중국, 대만 등과 함께 MSCI 신흥국지수(EM)에 속해 있다. 한국이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으로 분류되는건 MSCI가 유일하다. 

금융투자업계가 MSCI DM 편입에 관심을 두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 입장에서 EM 주식시장은 안전하지 못한 시장이다. 이는 곧 증시, 나아가 주식 저평가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 EM에 편입된 이후 DM 편입을 위해 2008년부터 계획을 추진, 이 같은 노력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서 멀어지는 ‘공매도 금지’를 택하면서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은 ‘총선용 정책’일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공매도 정상화’를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공매도를 금지하게 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크게 엇나가게 됐다.

 

PF대주단 협의체 역할론 대두…부실 구조조정도 필요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는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부동산PF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만기가 다가오는데 사업 진척이 더뎌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기는커녕 만기 연장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PF대주단 협의체가 14년 만에 재가동되면서 해법을 모색할 길이 열렸다. 7개월여가 지난 지금 협의체를 통한 만기 연장으로 부동산 시장이 수렁에 빠지는 일은 막았다.

2009년 이후 잠자고 있던 PF대주단 협약이 올해 4월 되살아난 계기는 지난해 9월 이후 나타난 이른바 부동산PF ‘돈맥경화’ 현상이다. 한 지점에서 부동산PF의 상환이 막히면 연쇄 효과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여줬다.

당시 강원도청은 춘천 레고랜드 개발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빌린 자금 약 2000억 원을 더이상 보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고, 정부는 50조원 이상 규모의 유동성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사태를 수습했다.

이처럼 부동산PF 문제는 불거진 뒤 불똥이 어디로 얼마나 튈지 알 수 없어 빠른 대응을 요구한다. 위기가 어떻게 확산하느냐에 따라 경영 환경과 민생 경제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PF대주단 협약은 부동산PF의 채무 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해 시행사나 채권 보유 금융기관이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하면 협의회 검토를 거쳐 절차가 개시된다.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원금 감면, 출자전환 등 채권 재조정 또는 신규자금 지원이 정상화 방안으로 검토된다.

대주단 협약에 따라 협의가 진행되는 대표적인 사업은 서울시 청담동의 ‘르피에드 청담’이다. 이 사업의 브릿지론은 새마을금고가 최대 채권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11월로 예정된 채권 만기 시점을 미루는 안을 거부했다가 검토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원래는 (르피에드 청담의) 원금 상환 불가나 사업 진척도 등 상황을 고려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을 해서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했지만, 채권 상환 유예 이자 등 새마을금고 측이 제시한 조건에 맞춘 안을 내놨다고 알고 있다”며 “11월 동안 시행사가 마련한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12월 초 열릴 PF대주단 협의체에서 만기 연장 여부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논의가 진행되는 경우 만기 연장 여부 재검토에 부동산PF 대주단 협약이 어느 정도 긍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4월에 르피에르청담 사업장이 PF대주단 협약에 들어갔기 때문에 만기 연장을 위한 3분의 2 이상 대주주 동의를 받는 절차가 진행됐고, 만기 연장 불가 통보로 끝났을 사안을 추가 논의로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PF대주단 협약 정책을 두고는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PF사업장들이 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게 해 위기를 더 키우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F대주단 협약 같은 정책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PF사업장들이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업 완료 단계까지 다다르지 않는 이상 PF대주단 협의체는 단기적 해법으로 남을 우려가 크다. 내년 총선이 끝나고 정부가 PF대주단 협의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으면 결국 부채가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정책 시행 이후 8월말 기준으로 총 152곳이 PF대주단 협약을 적용했다고 밝혔는데, 사업 진행단계별로 보면 가장 약한 고리인 브릿지론이 전체 협약의 77%인 144개를 차지했다.

브릿지론은 시행사가 토지 매입 등 개발사업 초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자금을 가리킨다. 착공에 들어가기 전 인허가를 비롯한 절차가 완료돼야 본PF 대출로 넘어갈 수 있는데, 사업 추진이 중도에 멈추면 분양 또는 임대가 불가능해 브릿지론은 갚지 못하는 빚으로 남는다.

문제는 본PF로 전환하지 못한 브릿지론이 다수를 차지하다는 점이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증권사 자산건전성 점검 (I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동산PF 브릿지론으로 자금을 조달한 국내 사업장 가운데 80%가 기한을 연장했다.

기한 연장 자체는 PF 상환 리스크를 확대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브릿지론의 더딘 본PF 전환은 본공사에 착수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그만큼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은 환경을 보여준다.

브릿지론과 본PF가 나뉜 부동산PF 구조가 부실화의 고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주임교수는 “부동산PF를 토지PF(브릿지론)과 본PF로 나눈 곳은 한국 뿐”이라며 “한국 특수성을 감안할 수 있겠지만,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가 무리한 나머지 토지 매입비용까지 대출을 받기 때문에 PF사업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안고 간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의 부동산PF도 부실화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부동산PF 신규 대출은 억제되고 있지만,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10월 25일 발간한 ‘2024 금융산업 전망’에 따르면, 증권사와 여신전문사, 저축은행의 올해 6월 기준 부동산PF 연체율이 각각 17.3%, 3.9%, 4.6%로 지난해 말보다 6.9%포인트, 1.7%포인트, 2.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올해 3월 기준 2금융권의 부동산PF 물건 유형 가운데 비아파트의 대출 비중이 69%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만기연장은 구제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경기가 개선돼 사업이 재개되고 수익을 내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 또 부채를 일부 조정하는 방안도 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기본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위원은 “부채 일부 탕감 같은 방안은 자본시장 작동 원리에 반하며, (부채 악화의) 책임이 있는 주체가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상당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실 사업은 구조조정을 우선 진행하고, (대출해준 쪽이) 대손 충당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부실 사업을 만기 연장으로 이어가는 방안이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임 교수는 “사업성 검토를 충실히 하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를 일단 시작만 해놓으면 안 망한다’는 인식이 문제”라며 “사업성 나쁜 프로젝트를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부채가 더 눈덩이로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수익성이 나쁜 사업은 정리한 뒤 ‘망한 사람들이’ 빨리 회복하게 돕는 것이 좋은 자본주의”라고 했다.

부동산PF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임 교수는 “한국에서 부동산PF 구조는 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방식으로 이뤄져 담보대출 또는 신용대출과 다르지 않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 “PF는 사실상 현금의 흐름을 기반으로 한 신용대출이기 때문에 사업 진행에 따른 자금 계획을 철저히 검토하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위험 부담이 큰 구조로 가야 맞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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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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