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서 ‘화수분’으로?…이건종 효성화학 대표, ‘베트남’ 결실 볼까 [CEO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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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서 ‘화수분’으로?…이건종 효성화학 대표, ‘베트남’ 결실 볼까 [CEO 오늘]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12.1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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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5000억 원 투자 효성화학 베트남 공장
실적 악화일로 걷다 3분기 첫 영업익 ‘결실’
효성화학, 전략 다변화로도 재무 개선 추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이건종 효성화학·효성첨단소 대표이사. ⓒ뉴시스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이사. ⓒ뉴시스

효성화학의 베트남 법인이 지난 3분기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이사의 꾸준한 베트남 투자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 비나케미칼(Hyosung Vina Chemicals)은 지주사인 효성의 베트남 생산거점 마련 주요 생산기지로 꼽히며 기대를 모았으나 정상가동이 번번이 지연, ‘밑 빠진 독’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다.

 

시작 순항이었지만 13개 분기 적자…‘진퇴양난’ 상황 부채 안아


효성화학이 효성 베트남 법인 비나케미칼을 설립한 것은 지난 2018년이다. 시작은 순탄했다.

베트남 법인은 2020년 2월 폴리프로필렌(이하 PP) 생산 베트남 1공장을 완공, 2021년까지 생산시설을 증설해 연산 PP 6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했다. 베트남 공장 설립에 투입된 자금은 1조5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건종 대표는 공장 건립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22년 1년간 효성첨단소재 대표이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야심찬 첫발과 달리, 가동 이후 성적은 기대를 벗어났다. 설비 결함으로 여러 차례 정기보수를 진행하면서 가동률이 2020년 87.50%에서 2022년 75.05%까지 하락한 것.

여기에 PP 시황 둔화, PP 원재료인 프로판 가격 급등 등의 악재가 겹쳤다. 베트남 법인은 지난 2분기까지 1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악화일로를 걸었다.

모기업인 효성화학 역시 업황 부진에 베트남 법인 실적 부진이 겹치며 올해 3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5월과 9월 그리고 11월 베트남 법인 대여금 출자전환, 유상증자 참여, 채무 보증 결정 등을 통해 수혈에 나서면서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8000% 수준까지 급등, 업계에서는 자회사의 부진이 모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이 대표 입장에선 부채 등을 감수하고서라도 베트남 투자에 나서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단 게 중론이다. 모기업인 효성의 전략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삼는다는 기획 아래, 베트남에 효성 화학군 등의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효성이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은 35억 달러(약 4조5000억 원)다.

조 회장은 지난 7월 임직원 대상 이메일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가 만연해 있다”며 효성화학을 겨냥해 쓴 소리를 하면서도 지주사 차원에서의 효성화학 유상증자 등으로 투자를 독려해 왔다.

효성은 지난 10월 제3자배정 유증을 통해 효성화학에 약 500억 원을 출자한 바 있다.

 

베트남 법인, 3분기 첫 영업익…효성화학 재무 개선 기대


그간의 부진을 뒤로하고, 최근 베트남 법인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베트남 공장의 가동률이 100%를 넘기고 실적도 개선되면서다.

올해 3분기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은 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144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34% 개선됐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이 같은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화학 베트남 공장의 △밸류체인 내재화 △저렴한 운영비(인건비, 전력비) △고부가 PP 제품 고객사 확보 등의 강점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베트남 법인은 최종 제품인 PP 생산 설비뿐 아니라, 프로판을 투입해 프로필렌을 제조하는 탈수소화(이하 PDH) 설비를 갖추고 있다. PDH 투입 원재료인 LPG 저장시설도 마련했다.

LPG 외부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도 있단 게 업계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LPG는) 올해 10월부터 선박판매가 시작됐으며 외판 물량은 내년 1분기부터 6만 톤으로 증가할 예정이다”라며 “동남아 최대 규모의 저장설비를 바탕으로 저가 물량을 조달해 원가 경쟁력 향상과 유통 마진 극대화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효성화학의 실적 개선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발 기초유분 공급과잉 등으로 악화한 시황이 아직 회복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이 대표 역시 전략을 다변화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최근 효성화학은 반도체 세척 등에 활용되는 NF3 등을 생산하는 특수가스 사업부의 분사 및 투자 유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흥국증권은 이와 관련 “동절기 가격이 높은 프로판의 계절성에 내년 1분기까지 제한적인 수익성을 기록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수가스 사업부의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면 재무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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