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신세계면세점이 글로벌 항공사 캐세이퍼시픽과 손잡고 개별 관광객을 적극 공략한다. 내년부터는 해외여행 빗장이 더욱 완전히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행과 면세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성장 전략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캐세이와의 협력으로, 아시아 관광객을 우선 집중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은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캐세이(Cathay)와 ‘여행 라이프 스타일 생태계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날 업무협약식에는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를 비롯해 폴 스미튼 캐세이 아시아 마일즈 CEO 등 양사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이 자리에서 업무협약 추진 배경과 양 사의 제휴 마케팅 소개,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신세계면세점은 ‘개별 관광객 선점’을 주요 경영 전략 중 하나로 설정했다. 이번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국적을 가진 전 세계 수천만 캐세이 회원을 신세계면세점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것. 캐세이퍼시픽은 약 1000만 명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홍콩 최대 항공사이자 세계 10대 항공사다.

양 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선 신세계면세점은 내년 2월부터 캐세이퍼시픽을 이용하는 1000만 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마일즈 제휴 서비스 및 혜택을 제공한다. 캐세이 회원이 신세계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매할 경우 ‘아시아 마일즈’ 적립과 쇼핑 혜택이 제공된다. 아시아 마일즈는 캐세이의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서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사용하는 고유 화폐다.

구매 금액 1000원당 1 아시아 마일즈가 적립되며, 30만 원 이상 구매할 경우에는 250 아시아 마일즈가 추가 적립된다. 적립된 아시아 마일즈는 항공권뿐 아니라 전 세계 약 800개 파트너사의 9만여 개 사용처에서 쓸 수 있다.

캐세이 회원에게는 신세계면세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쇼핑 지원금과 각종 쿠폰이 포함된 E-바우처 등 약 34만 원의 특별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캐세이 온라인샵에서는 신세계면세점 선불카드를 항공 마일즈로 구매할 수도 있다. 또, 캐세이 회원이 아니더라도 캐세이 방한 항공편을 이용하는 탑승객 전원에게 신세계면세점 쇼핑 지원금이 포함된 별도의 E-바우처가 제공될 예정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협약이 연간 1600만 달러 이상의 매출 발생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면세점을 이용하는 개별 관광객 수도 올해 대비 내년에 30%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번 협약은 양 사가 변화하는 여행·면세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뤄졌다. 기존 면세업계는 해외 단체 관광객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왔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단체관광객이 뚝 끊겼고, 엔데믹 이후 재개된 관광에서는 새로운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개별 여행의 비중이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한 외국인 중 개별 여행객의 비중은 지난 2019년 77.1%에서 올해 3분기까지 85%로 증가한 반면, 단체여행은 2019년 15.1%에서 올해 9.2%로 낮아졌다. 

여행 목적에서도 변화를 보였다. 같은 조사에서 쇼핑은 소폭 하락했지만 식도락, 자연경관, 유적지 방문, 촬영지 방문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즉, 여행 행태가 쇼핑에서 체험과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손건일 신세계디에프 마케팅혁신담당 상무는 “코로나 이후 한국 관광시장이 예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 중이지만, 점차 다국적화·개별화되며 개별 관광객 중심의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여행·유통업은 개별 관광객의 니즈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캐세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다채롭고 풍부한 여행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다양한 호텔과 세계적인 서비스업종과의 협업 가능성을 열고, 고객 경험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아시아 고객을 확장하고 충분한 경쟁력이 확보된다면 이후 미주, 유럽 등으로 영토를 넓혀갈 방침이다.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신세계면세점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생태계·고객 접점 확장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고 오늘 캐세이와의 협업도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의의가 있다”며 “비즈니스의 기본 목표는 고객 경험 확대로, 캐세이와의 제휴는 그 출발선상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미주나 유럽 쪽 고객은 당장 확장하기엔 문화적, 거리적 차이로 한계가 있고, 동남아나 중국,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고객을 어떻게 먼저 확장하느냐가 단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며 “1차적으로 교두보는 아시아 지역인데, 이런 측면에서 아시아에서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캐세이와의 제휴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