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 커졌지만…건설업계 위기 차단 처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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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 커졌지만…건설업계 위기 차단 처방은?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4.01.0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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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과의 신뢰 회복-채권단간 이해관계 조정 필요
기 자구안 충실 이행 전제…윤 회장 일가 사재 출연도 '관건'
신평사, 건설사 모니터링 강화…"시장개선 통해 PF대주단 설득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서울 여의도에 있는 태영건설 본사 사옥.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태영건설 본사 사옥. ⓒ연합뉴스

태영건설이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요구대로 기존에 내놓은 자구안을 이행하면서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워크아웃 진행이 순탄하려면 채권단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채권단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특히 금융당국과 건설업계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관련업계의 자금난을 부추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신뢰 회복에 복잡한 이해관계 숙제


TY홀딩스는 8일 태영인더스트리 지분매각 대금 1549억원중 TY홀딩스로 들어갔던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했다. 또한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매각 △에코비트 지분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등 나머지 자구안 3가지를 이행하는 한편 추가 자구계획은 산업은행과 협의해 마련키로 했다.

이에따라 향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 앞서 채권단은 기존 자구책을 성실히 이행하고 윤 회장 일가의 지분을 활용해 추가로 사재를 출연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F4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같은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태영측의 실효성 있는 자구노력 의지가 확인되는 경우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채권단에 당부했다.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받으려면 태영건설은 정상화로 가기까지 실제 채권 규모 파악과 PF사업장별 실사 과정을 거쳐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 

이를위해 태영건설 사업장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된다. 사업장별로 실사가 진행되고 사업성, 재무여건 등을 검토한뒤 채무 기한을 연장하거나 일부 덜어주게 된다. 태영에서 도저히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된 사업장은 다른 사업자를 찾아 매각한다. 김도훈 태영건설 개발본부장은 지난 3일 “태영건설보다 우량인 건설사에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는 사업장이 한두곳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워크아웃이 원활히 진행될지 여부는 태영에 대한 채권단의 신뢰와 채권단 내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영은 당장 채권단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태영은 지난 3일 채권단 소집에서 추가 자구책을 내놓지 않은데다 기존 자구책에 따라 태영건설에 넣기로 한 자금을 지주사에 투입해 ‘꼬리 자르기’ 의심을 샀다. 현재 기존 약속대로 자구책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향후 추가 자구책에 대한 확실한 보증을 당국이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워크아웃은 회사를 살려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신규 자금이 들어가야 한다”며 “신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라고 설명했다.

법정관리와 다르게 채무를 비롯한 구조조정을 기업과 채권단간 협의에 의존해야 하는 점도 주요 변수다. 채권단은 선순위와 후순위로 구성되고 주요은행뿐아니라 저축은행과 증권사, 개인 등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된다.

특히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 이런 변수가 발생할 여지가 높다. 박 위원은 “건설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면 선순위건 후순위건 모든 채권자가 다같이 살기 쉽지만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채권자별 의견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권단은 규모가 줄더라도 채권을 회수할지 시간을 좀 더 주고 장기적으로 채무를 회수할지 비교한다”며 “법정관리는 법률적으로 권리관계가 이미 확정돼버리기 때문에 조정 여지가 없지만 워크아웃은 협상을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해 관계자별로 의견이 다를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너도나도 ‘유동성 확보’…태영發 위기 확산 고군분투


이같은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로 여파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은 유동성이 메마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롯데건설은 올 1분기가 만기인 미착공PF 3조2000억여원중 2조4000억원은 금융기관 펀드 조성으로 본PF 전환시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하고, 나머지 8000억원은 분기내 본PF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현금성 자산을 2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1조8000억원은 대부분 연장 협의가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동부건설도 지난해 4분기 해외현장의 공사대금과 준공현장 수금, 대여금 회수 등으로 유동성을 3000억원 가량 확보했다”며 “지난해 3분기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는 2000억원대(보증한도 기준)로 전체 PF시장 규모가 134조원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건설사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건설사 발행 회사채와 건설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PF 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보증 프로그램을 증액할 계획이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PF사업자 보증을 25조원 규모로 공급하고 비아파트 사업장에 6조원 규모의 건설공제조합 건설사 보증을 마련키로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문제가 다른 건설사로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작년 정부는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태영건설은 다른 건설사에 비해 PF에 의존을 많이 한 예외적인 케이스"라며 "다른 건설사나 전반으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태영을 계기로 건설업계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불안감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신용평가사들은 각 건설사의 재무상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명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유동성 대응과 재무 개선이 필요한 건설사의 경우 재무 개별 건설사 또는 계열 차원의 자율적 구조조정보다 워크아웃과 같은 정부 또는 금융권 주도의 구조조정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시장내에서 건설 및 부동산PF 관련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건설사들의 경우 당분간 신규 자금조달은 물론 기존 차입금 또는 PF 유동화증권 등의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이러한 위기를 완만하게 돌파하려면 PF대주단이 만기를 연장해줄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에서는 금융 대책이 한계에 이르러 건설업계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태영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금융권은 건설업계 전반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충격을 완화할 연착륙 방안으로 각 사업장의 PF대주단으로부터 채무 만기 연장을 이끌어내는 것이 남아있다”며 “만기 연장을 이끌어내려면 지방 미분양 물량에 대한 취득세 등 주택시장 관련 세제를 완화하고 올해 상반기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 국면을 활용해 건설시장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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