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vs 9조’ 우발채무부터 어긋…태영-산은, 다른 ‘잣대’ 금간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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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 vs 9조’ 우발채무부터 어긋…태영-산은, 다른 ‘잣대’ 금간 ‘신뢰’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4.01.0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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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차 뚜렷…위험채무규모-자구책 이행 동상이몽
자구안 채권단 동의여부 좌우…신뢰 회복 과제 대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 지난 3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채권자들이 모인 모습. ⓒKDB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 지난 3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채권자들이 모인 모습. ⓒKDB산업은행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난항에 빠졌다. 주채권자인 KDB산업은행과의 입장차가 큰데다 자구책 제안과 이행 과정에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서다.

채권단과 태영측은 부동산PF 우발채무 규모에서부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태영은 향후 채권단과 신뢰를 복원하는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채권단과 태영측은 부실채무 규모에 관해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PF 채무가 9조1816억원이라고 보는 반면, 태영은 이가운데 ‘실질적 우발채무’가 2조5259억원이라고 주장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말 태영건설의 PF우발채무가 3조6000억원이라고 관련 보고서에 명시했다.

금융전문가 등은 이같은 차이에 대해 태영 측이 낙관적으로 채무규모를 파악한 반면 채권단은 엄격하게 잣대를 대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측은 지난 3일 실제 부동산PF 우발채무 규모가 2조5259억원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도훈 태영건설 개발본부장은 “분양률 75%이상 사업장의 채무와 수분양자 중도금대출 연대보증은 위험한 채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 채무의 건설사 추가 보증은 경기에 따라 부실성이 결정되므로 태영만의 문제가 아니고 SOC보증은 문제가 생기면 공공기관이나 정부의 보증은 정부가 주관하므로 부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은행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산은이 지난 1일 채권단에 보낸 소집통보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은행, 증권사 등을 통해 빌린 직접 차입금(회사채, 담보대출, 기업어음, PF대출 등)은 1조3007억원(80곳), PF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9조1816억원(122곳)에 달한다.  

앞서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지난 3일 채권단 회의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산은이 파악하고 있는 태영의 채무는 직접 채무 1조3000억원과 이행보증 채무 5조5000억원, 연대보증 채무 9조5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대신 지금은 워크아웃 개시 결정전 채권단으로부터 채무 규모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밝혀 최종 금액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전제했다.   

전문가들은 워크아웃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 기업 채무의 위험 수준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김현 한국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워크아웃 신청 자체가 기업의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한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기업의 모든 채무가 ‘수술대’에 오른다”며 “PF채무의 장단기 여부는 의미가 없으며 사업성 등을 따진 채무의 질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면 전체 채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험성 높은 채무뿐만 아니라 모든 채무에 대해서 검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황 위원은 “실사를 거쳐 (위험성 여부를 부채에)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면서도 “태영은 방어적인 관점에서 최소한으로 위험 채무를 잡았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산업은행 견해(채권단 견해)가 훨씬 합리적”이라고 봤다.

 

태영-산은 신뢰회복 가능할까


현재 태영과 산은과의 신뢰 관계는 붕괴 직전이다. 

강 회장은 지난 3일 채권단 설명회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태영과 신뢰성이 상실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워크아웃 협의 과정에서 태영 측이 제시한 4가지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채권단의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이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겠다는 약속을 채권단에게 다시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신뢰 하락의 계기로 자구책으로 확보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에 쓰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400억원만 대형건설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한 계열사 블루원의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에 대해 “종전에는 태영건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현재 TY홀딩스의 채무 상환에 이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짚었다.

이와관련 태영 측은 4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중 잔액 259억원이 3일자로 태영건설에 지원됐다”고 해명했다.

TY홀딩스로 자구책 대금이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 티와이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이라며 “리테일 채권외 나머지 태영건설 연대보증채무가 티와이홀딩스에 지급청구될 경우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이를 상환하는데 일부 사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 대주주 사재출연에 대해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본인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대금에서 주식양도소득제를 공제한 416억원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에도 30억원을 별개로 투입했다고 밝혔다. 또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도 태영건설과 자회사 채권 매입에 38억원을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태영 측이 채권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신뢰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성사 여부는 11일 1차 채권단 협의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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