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이 돈이 된다…제약계, 600만 반려동물 가구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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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이 돈이 된다…제약계, 600만 반려동물 가구 ‘정조준’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1.23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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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녹십자·동아·대웅 등 국내 제약사, 600만 펫팸족 공략
규제 완화도 한몫…인체의약품 공장서 동물의약품 제조 가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코스메위크 도쿄 2024 대웅펫 부스. ⓒ대웅제약

제약업계에 ‘펫 시장 진출’ 열풍이 불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펫팸족’이 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 6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전체 가구의 26%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셈이다. 이들 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면서 갖는 최대 관심사는 ‘건강관리 관련(68.6%)’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2020년 3조4000억 원에서 오는 2027년엔 6조 원대 규모까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제약업계가 ‘펫 사업’에 눈을 뜬 이유다. 하나둘씩 국내 제약사들이 반려동물 의약품·헬스케어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은 이미 시작됐다.

펫 시장 진출 대열의 선두에는 유한양행이 섰다. 유한양행은 2020년 반려동물 관련 회사인 에스비바이오팜과 네오딘바이오벳에 각각 70억 원, 65억 원을 투자했다. 이듬해에는 국내 처음으로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치매) 치료제 ‘제다큐어’를 출시해 1년 반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의약품 개발 업체인 ‘플루토’와 협약을 맺고 반려동물 관절 주사제 ‘애니콘주’를 국내에 선보였다.

GC녹십자는 ‘그린벳’을 설립하고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NICE투자파트너스·농협은행·KT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투자사들로부터 14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반려동물 생애 주기에 따른 검진부터 의약품, 건강보조제 등 영역을 넓혀 갈 예정이다.

동아제약 펫 브랜드 ‘벳플’. ⓒ동아제약

최근에는 동아제약이 반려동물 브랜드 ‘벳플’을 론칭했다. 지난 15일 동아제약은 수의사가 제품 개발에 참여한 반려동물 영양제를 선보였다. 반려견을 위한 관절 케어, 눈 케어, 스트레스 케어 영양제 3종과 반려묘를 위한 헤어볼 케어, 요로 케어, 스트레스 케어 영양제 3종 등 신제품 총 6종을 내놨다.

대웅제약은 반려동물 관련 자회사 대웅펫을 통해 오는 2029년 생산을 목표로 반려동물 근감소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책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외에 동국제약은 반려견 전용 치주질환 치료제를 선보였고, 동화약품은 핏펫(Fitpet)과 손잡고 동물의약품 연구개발을 이어나간다. JW생활건강은 반려동물의 행복한 삶을 위한 ‘라보펫’ 연구소를 설립하고 △라보펫 포스트바이오틱스(장 영양제) △라보펫 MSM(관절 영양제) 등을 약국에 유통한다. 

제약업계에서는 반려동물 의약품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시장을 선점한 제약사가 없다”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도 블루오션이라는 점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반려동물용 건기식은 최대 1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펫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제약사 관계자 역시 “반려인구가 많아져서 수요가 많이 늘어 좋아 보인다”며 “아직 내부적으로 말이 나오지는 않지만 추후 그쪽 사업도 진행하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한양행 애니콘주의 제품 이미지. ⓒ유한양행
유한양행 반려동물 관절 주사제 애니콘주. ⓒ유한양행

이들이 펫 시장에 뛰어드는 데에는 정부의 규제 완화도 한몫하고 있다. 인체의약품 설비에서 반려동물의약품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초 국무조정실 규제 심판부는 인체의약품 제조회사가 기존 제조설비에서 반려동물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농림축산식품부에 권고한 바 있다. 본래 인체용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만들어 판매·수출하려면 기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더라도 농림축산식품부 허가를 새로 받아야 했다.

제약사들은 이번 규제 완화로 인체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반려동물의약품이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체의약품은 개발에서 생산까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려인구 규모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는 걸 정부가 인지한 것 같다”면서 “의약품 출시는 십수년이 걸리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반려동물의약품 판매가 쉬워져 자금 조달 등 여러 측면에서 효율적인 경영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편,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동물 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43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 성장했다. 

해외 시장의 잠재력은 더욱 크다. 협회는 2021년 기준 글로벌 동물용 의약품 시장 규모가 약 39조 원이며, 2031년까지 약 10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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