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을 부르는 이름, 누구?…패션계, ‘불황 속 불안’ 마케팅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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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을 부르는 이름, 누구?…패션계, ‘불황 속 불안’ 마케팅 활활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1.24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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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시간·실패율 줄이는 ‘디토소비’ 유행…채널 다양화·불황 원인
LF 측 “이부진 효과…‘빠투 백’ 판매량 1000% 늘어”
뉴발란스 991, 차정원 착용해 발매가보다 비싸게 팔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해 11월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열린 관광 전략 간담회에서 빠투(PATOU)의 검정 숄더백 ‘르 빠투 백 블랙’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왼쪽), LF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를 추종해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디토소비’(동조소비) 유행이 뜨겁다. ‘나도’라는 뜻의 ‘ditto’에서 착안한 단어다.

LF·이랜드 등 의류 회사의 특정 제품이 유명인의 선택을 받으면서 인기를 끄는 가운데, 여기엔 소비자의 불안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배경으로는 '유통채널 다양화'와 '불황 장기화'가 꼽힌다. 소비 선택지가 다양해져 빠른 구매 결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갑 사정도 여의치 않게 되자 구매 실패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는 것. 이에 돈과 시간을 절약하고 실패율을 줄이는 방법으로 유명인을 따라하는 소비 패턴이 주목받는다는 평가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LF는 ‘디토소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LF가 수입·판매하는 브랜드 ‘빠투’(PATOU) 제품을 착용해서다.

앞서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한 행사에서 빠투 숄더백 ‘르 빠투 백 블랙’을 착용해 화제가 됐다. 해당 가방은 이 사장의 착용 사진이 공개된 후 판매량이 2주 동안 약 1000% 증가했다. 재질·사이즈 등 비슷한 상품도 판매량이 올랐는데 이를 포함하면 약 1600% 뛰었다.

LF 관계자는 “르 빠투 백 블랙은 지난해 12월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품절돼 예약 주문을 받았다”며 “올해 봄·여름 시즌 상품도 입고하자마자 동이 나 현재 리오더 진행 중”이라고 했다.

배우 차정원이 착용해 화제된 이랜드월드의 ‘뉴발란스 991시리즈’. ⓒ이랜드월드

이랜드월드의 뉴발란스 역시 디토소비 트렌드 수혜를 누렸다. 지난해 초 배우 차정원이 소셜미디어에서 뉴발란스 운동화 ‘991시리즈 샤이핑크 컬러’를 착용한 사진을 공개하자 해당 상품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았다.

특히,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발매가인 25만9000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한 커뮤니티에서 해당 상품을 구매한 누리꾼은 “당시 한국은 발매도 안 했고 비교적 인기가 많은 시리즈가 아닌데도 제값보다 더 비싸게 주고 샀다”며 “옷 잘 입기로 소문난 차정원이 신어서 주가가 확 오른 제품”이라고 했다.

이후 이랜드는 지난해 11월 리뉴얼된 뉴발란스 991시리즈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제품은 판매와 동시에 품절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발매하자마자 ‘오픈런’(영업 시작 전 대기)과 함께 빠르게 품절됐다”고 전했다.

이어 “991시리즈뿐 아니라 다른 상품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면서 “지난해 9월 가수 강민경이 신어 화제가 된 패딩 신발 ‘퍼플리’가 무신사 랭킹 1위를 달성하며 완판됐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불안 등 심리적 요인이 디토소비 유행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복잡해진 소비환경이 소비자들에게는 불안감을 준다”며 “소외되길 두려워하는 ‘포모’(FOMO),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인 ‘포보’(FOBO) 증후군과 관련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사람‧콘텐츠‧커머스를 추종하는 것이 만족할 만한 의사결정이 됐다”며 “디토소비의 확산은 유통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유통 전문가는 “유명인이 사용한 제품은 마치 ‘검증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서 “경기가 안좋은 만큼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디토소비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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