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휴가비 지원? 소용없다”…여행 플랫폼 ‘가격 불만’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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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휴가비 지원? 소용없다”…여행 플랫폼 ‘가격 불만’ 속출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1.30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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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근로자 휴가비 지원 사업’ 시행…기업 및 정부서 총 20만 원 적립
참여 근로자들 “휴가샵 상품 비싸 실효성 없어…지원금만큼 올려 파는 듯”
야놀자·여기어때 측 “상품 가격·수수료 동일…결제액 차이는 자체 프로모션 때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한국관광공사 근로자휴가지원사업 홈페이지 캡처

“휴가비 20만 원을 지원한다고 해서 신청했더니, 예약 사이트 가격이 너무 비싸요. 플랫폼만 돈 버는 구조예요.”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참여자를 모집하는 ‘근로자 휴가비 지원 사업’을 두고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A 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A 씨는 작년 해당 지원 사업에 근로자로 참여했지만 지원금의 덕을 크게 못 봤다고 설명했다. 전용 여행 상품 예약 사이트인 ‘휴가샵’에 입점한 여행 플랫폼의 상품이 기존 가격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플랫폼 측은 상품 가격과 수수료 등은 동일하나 쿠폰 할인 등 마케팅비가 자체 플랫폼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라는 입장이다.

‘근로자 휴가 지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근로자들의 국내 여행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7년째 이어오고 있는 사업이다. 근로자가 20만 원을 적립하면 근로자 소속 기업과 정부가 각각 10만 원을 추가로 적립해 준다. 근로자는 총 적립된 40만 원을 ‘휴가샵’에서 여행경비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휴가샵에는 야놀자·여기어때 등 40여 개의 제휴사가 입점해 있다. 이곳에서 근로자는 숙박·교통·국내 여행 기획상품·관광지 입장권 등 국내 여행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사업에 참여했던 근로자들 사이에서 ‘지원금이 소용 없다’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 휴가샵의 전반적인 여행 관련 상품 가격이 기존 여행 플랫폼보다 높아 지원금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한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호텔을 에약하려고 했더니 피를 붙여 판매했다”, “언제나 그렇듯 지원금 나오는 만큼 더 올려 받는 느낌이다. 코로나 때도 정부 지원금 나오니까 가격 올라갔다”, “호텔 예약 가격 너무 비싸다”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휴가샵 여행 제휴업체인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기존 플랫폼과 가격이 다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야놀자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수수료율과 상품 가격은 동일하다”고 선을 그었다. 두 플랫폼이 독립적으로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야놀자 플랫폼을 원천지로 휴가샵에 연동되는 시스템이라는 것. 

다만 최종 결제액에서는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는 점을 인정했다. 야놀자 자체에서만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상품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모션이나 제휴카드 할인 등 혜택이 야놀자 인앱에서만 적용 가능해 최종 결제액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케팅 예산으로 쿠폰 등을 발급하고 있다”며 “휴가샵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여기어때 측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여기어때 관계자 역시 “상품 가격은 휴가샵과 여기어때 모두 동일하게 연동돼있다”며 “프로모션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허무하다는 입장이다. 근로자의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취지의 사업인데 최종 결제 금액이 크게 저렴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플랫폼의 마케팅 비용을 정부가 대신 내주는 격일 뿐 막상 소비자에게는 큰 혜택이 없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휴가샵 측도 자체 프로모션에 의한 가격 차이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휴가샵 고객센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가격은 동일하게 책정되므로 가끔 야놀자, 여기어때 플랫폼과 가격이 다르다는 문의가 오면 확인해 줄 수는 있다”면서도 “플랫폼 자체에서 진행하는 할인에 의한 가격 차이는 휴가샵 측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을 누군가에게 전가한 게 아니라면 플랫폼 잘못은 아닐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용자들이 속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내수 활성화와 근로자 여행 경비 지원을 취지로 매년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올해 7년 차를 맞아 15만 명의 지원자를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투입된 정부지원금 대비 약 8.8배의 관광 소비액을 창출해 냈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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