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부양책 속 행동주의펀드 ‘KCGI자산운용’ 행보 주목…현대엘리베이·고려아연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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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부양책 속 행동주의펀드 ‘KCGI자산운용’ 행보 주목…현대엘리베이·고려아연 ‘힘겨루기’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4.03.05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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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 세워…주주환원율·ROE 미달 기업 경고
지난해 1·2차 기자간담회서 현대엘리베이에 문제 제기…주주환원 요구도
기업가치 현실화 투자 전략으로 채택한 편드도…행동주의 본격화 가능성↑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명재엽 KCGI 팀장이 지난해 12월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온라인 기자간담회 캡처
명재엽 KCGI 팀장이 지난해 12월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엘리베이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온라인 기자간담회 캡처

기업가치 제고 등을 통해 주가 상승을 꾀하는 행동주의펀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당국이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내놓은 주가 부양책과 궤를 같이하면서다. 이 가운데 행동주의펀드의 대표격인 KCGI자산운용(이하 KCGI운용)의 행보가 주목된다.

KCGI운용 측은 올해 주주총회부터 주주환원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 PBR(주가순자산비율) 등이 기준 미달인 기업의 안건에 적극적으로 반대 표를 던질 것이라 못박았다. 당국이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활용하려는 지수와 같다는 점에서 편승의 효과도 가미됐다는 평가다.

 

KCGI운용 vs. 현대엘리베이 힘겨루기…고려아연 제안엔 반대표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진행될 주총을 앞두고 KCGI운용의 직접적인 타깃이 된 곳은 현대엘리베이터(이하 현대엘리베이)와 고려아연이다. 이 외 DB하이텍 등은 KCGI와 힘겨루기 중이다.

지난해 7월 이른바 강성부펀드, 즉 KCGI 품에 안긴 KCGI운용(구 메리츠자산운용)은 한 달 뒤인 8월, 첫 번째 스튜어드십 활동으로 현대엘리베이에 주주서한을 보냈다. 해당 주주서한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이 사내이사직 사임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내용과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의 요구가 담겼다. 최근 3년간 현 회장의 이사회 참석률이 50%에 미치지 못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현 회장은 11월 17일 현대엘리베이 임시이사회에서 ‘지배구조 선진화 요구’를 언급하며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다. 현 회장 사임 이후에도 KCGI운용은 적극적인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같은 달 22일 KCGI운용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행동주의를 본격화했다.

당시 KCGI운용 측은 현대엘리베이가 자사주(2.97%)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한 것을 두고 대주주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유 중인 자사주(7.64%)를 전량 소각할 것을 주문했다. 또 구체적인 수익성 개선 방법이 없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경영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두 번째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는 현대엘리베이가 임시주주총회 일정을 개최 6주 전에 공시해 일반주주들의 주주제안을 원천 봉쇄했다고 규탄했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총 6주 전에 전달해야 한다.

명재엽 KCGI운용 팀장은 “(현대엘리베이 측은) 12월 13일 임시주총 안건으로 기존 2024년 3월 정기주총에서 선임이 예정돼 있던 분리 선출 사외이사의 선출 안건을 추가했다”며 “이는 일반주주의 감사위원 주주제안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 회장 사임으로 공석이 된 이사회 인사로 H&Q 파트너스를 추천한 점에 대해서도 지배주주와의 우호관계 추정의 이유로 우려를 표했다.

첫 번째 간담회 당시만 하더라도 현대엘리베이는 KCGI운용 측 요구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 진행된 두 번째 온라인 기자간담회부터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현대엘리베이 관계자는 지난 11월 16일 현대홀딩스와 H&Q 간 투자계약이 종결됨에 따라 신규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해야 했고, 이튿날인 17일 임시주총 소집을 공시한 것이기에 전혀 문제 없다는 입장을 직접 전해 왔다.

이 관계자는 “신규 이사 선임 절차가 필요해지게 됨에 따라 임시주총 소집을 공시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매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되는 분리 선출 사외이사가 12월 29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사의를 밝힌 데 대해서는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중도 사임한 것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함은 물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수했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달 진행될 주총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높다. 앞서 KCGI운용이 현대엘리베이 측에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에 활용하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할 것을 요구한 바 있어서다. 모든 상장사는 매년 3월 31일(12월 결산 법인 기준)까지 주총을 열어야 한다. 현재 현대엘리베이 측은 주총 소집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올 들어 KCGI운용이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KCGI운용은 이 기준을 주요 보유 종목인 고려아연의 주총부터 적용, 고려아연 측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 정관이 변경될 경우 일반주주 지분 가치의 희석이 우려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현재 고려아연(지분율 33.2%)은 2대주주인 영풍그룹(지분율 32%)과 주총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고려아연 측은 주당 배당금 5000원 지급과 ‘신주 발행을 외국 합작법인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정관 삭제를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반면, 영풍은 주당 1만 원의 배당금 지급을 제안했다.

KCGI운용 관계자는 “고려아연 전체 유통주식의 약 15%에 달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와 (우호세력으로의) 자사주 매각을 통해 일반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돼 왔다”며 “고려아연과 영풍 누구 한쪽의 편을 들어준다기보다 주주이익 원칙과 주식운용본부 내부 기준에 입각해 의결권 행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주활동 전략 가미된 펀드 운용 中…리노공업·키움증권 등 편입 종목 겹쳐


ⓒ보고서
KCGI코리아증권투자신탁1호 펀드 자산구성 현황. ⓒ 자산운용 보고서 캡처

업계에서는 행동주의펀드 특성상 현대엘리베이와 고려아연 외 펀드에 담겨 있는 타 종목들도 언제든 행동주의펀드의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기준 KCGI운용이 운용 중인 국내 공모·사모펀드는 총 11개로, 이 중 현대엘리베이 주식이 담긴 펀드는 KCGI코리아증권투자신탁1호와 KCGI코리아스몰캡증권투자신탁이다. 두 펀드에서 운용되는 현대엘리베이 주식은 각각 33만6171주(펀드 내 비중 5.13%), 14만1305주(5.71%)다. 여기서의 비중은 보유수량이 아닌 평가액을 뜻한다.

KCGI코리아증권투자신탁1호 펀드는 지난 1월 초 기준으로 삼성전자 우선주(펀드 내 비중 19.87%)와 현대엘리베이, 리노공업 주식 비중이 가장 높다. KCG코리아스몰캡증권투자신탁의 경우 리노공업(7.63%), 한솔케미칼(7.49%), 현대엘리베이 순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두 펀드가 동시에 담고 있으면서 자산총액의 5%를 초과하거나 발행주식 총수 대비 1%를 초과한 것은 현대엘리베이 포함 리노공업, 키움증권,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총 네 종목이다. 현대엘리베이 사례처럼 언제든 행동주의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며 “다만 주주제안을 위해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기업가치, 나아가 주가를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설 시 언제든 행동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법상 주주제안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하고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소유하거나 총 발행주식의 1% 이상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할 경우 가능하다. 또는 최근 고려아연 사례처럼 주주제안 자격이 갖춰진 주주 중 뜻을 함께하는, 이른바 ‘편승’ 전략도 존재한다.

이 가운데 ESG동반성장증권자투자신탁의 경우 적극적 주주활동을 통해 투자 중인 기업(20개 이하 종목)의 가치를 현실화시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내포됐다. 이른바 공모펀드가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로, 향후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기업가치 저평가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준비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KCGI운용은 해당 펀드를 ‘적극적 주주활동을 통해 투자기업의 가치를 현실화시켜 운용수익을 극대화하는 펀드’라고 설명하고 있다. 펀드 내 자산총액 5%, 발행주식 수 대비 1% 초과 종목으로는 삼성전자(9.22%), 비츠로셀(8.86%), 솔브레인(6.67%), 덕산네오룩스(6.05%), 현대엘리베이(5.81%) 등이 있다. 지난해 9월 첫 설정 이후 종류Ae 기준 벤치마크를 약 2%포인트 이상 상회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KCGI운용 측은 향후 펀드 운용과 관련해 “최근 정부 주도로 코리아디스카운트, 기업 거버넌스 개선 등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며 “당국의 스탠스와 개별기업들의 대응을 면밀히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 담당)
좌우명 : 닫힌 생각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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