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민주화 동지로 기억” [상도동 인사가 본 손명순]
스크롤 이동 상태바
“孫, 민주화 동지로 기억” [상도동 인사가 본 손명순]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4.03.10 09:5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용한 내조’ 평가 달리 YS 민주화 투쟁 적극 도와
23일 단식서 외신기자 전화해 성명서 일일히 낭독
가택연금 YS 대신 12대 총선 신민당 후보 유세 도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부인 故 손명순 여사가 7일 별세했다. ⓒ 시사오늘(그래픽 = 정세연 기자)
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부인 故 손명순 여사가 7일 별세했다. ⓒ 시사오늘(그래픽 = 정세연 기자)

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부인 故 손명순 여사가 7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YS는 생전 인생에서 가장 잘한 두 가지로 “군사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룩한 것과 아내와 결혼한 것”을 꼽은 바 있다.  손 여사는 YS의 곁에서 조용한 내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빈소에서 만난 상도동계 핵심 인사들은 조용한 내조보다는 민주화 동지로서 역할에 충실했다고 기억했다. 행동해야 할 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민주화 투쟁에 나섰다는 것.

손 여사는 YS가 정권의 정치활동 제한으로 가택연금을 당하고, 23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했을 때 외신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실상을 알렸다. 12대 총선 당시 가택연금 중이던 김영삼을 대신해 신민당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상도동계 서청원(왼쪽부터), 김덕룡, 김무성 전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상도동계 서청원(왼쪽부터), 김덕룡, 김무성 전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덕룡 “손명순, 23일 단식 외신에 알린 주인공”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서 <시사오늘>과 만나 “손명순 여사가 조용한 내조를 한 대표적 영부인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YS가 민주화 운동을 하거나 당권을 두고 겨룰 때 과감한 행동으로 실천해 도왔다”고 말했다. 
 

“1974년·1979년 신민당 전당대회 때 손명순 여사가 직접 대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조용한 내조를 했다고들 하는데, 필요할 땐 뛰어들어 적극적 행동으로 보여준 분이었다. 

1983년 YS가 가택연금으로 외부와 소통이 어려웠다. YS가 단식 투쟁에 나섰는데 기자들이 기사를 못 썼다. 그때 손 여사가 외신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김 전 대통령이 발표한 ‘단식에 즈음하여’ 성명서를 전부 읽어줬다.”

-김덕룡 이사장, 2024년 3월 9일 빈소에서


YS가 단식으로 위급한 상황에 이르자 평소 온순하게만 보였던 손 여사가 병원에서 故최기선 등 측근들의 멱살까지 잡으며 ‘남편을 살리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손 여사는 12대 총선 과정에서 가택연금을 당한 YS를 대리해 상도동계 출마자 유세장에 참석했다. 종로의 이민우, 강동의 김동규, 대구 중·서구의 유성환 유세장이었다. 

다음은 당시 김영삼의 재정비서였던 홍인길의 회고다. 
 

“故유성환 씨 지역이 우려돼 손명순 여사가 유세장에 참석하기로 하고 연출을 했다. 손 여사가 사람들 속에 숨어있다가 연설 순서 시 사람들이 좌우로 갈라질 때 청중 앞에 나타나도록 했다.

그때 유 씨가  ‘나를 도와주기 위해 손명순 여사가 내려왔다’고 소개했다. 유 씨 연설 후 손 여사가 유세장을 나가는데 청중들이 그 뒤를 따라 거의 다 빠져나갔다.”

-홍인길 전 총무수석, 2018년 1월 民山되짚기 중

당시 손 여사와 동석한 백영기 전 한국방송영상 사장은 2011년 7월 20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연금돼 있는 YS 지시로 손명순 여사와 YS 막내딸 혜숙 양과 함께 유성환 씨 유세 지원을 갔다. 초등학교 운동장이 사람들로 꽉 찼는데 내가 ‘손 여사가 왔다’고 이야기하니까 청중들이 열광했다. 사람들이 손 여사와 악수하려고 너무 많이 나왔다. 그걸 말리다 내가 입고 있던 바바리코트 단추가 다 떨어져 나갔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를 보고 다음 연설 차례였던 국민당의 이만섭 후보가 손 여사를 향해 “사모님, 저 동아일보 출신입니다. 예전에 기자로 있을 때 YS를 뵈었는데 안부 좀 전해 주십시오”라고 외쳤다는 일화가 있다. 유성환은 당시 1위를 차지해 4선의 민정당 한병채와 국민당 이만섭을 이겼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빈소에서 차남 김현철(왼쪽)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아들인 제22대 총선 부산 서·동구 예비후보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 연합뉴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빈소에서 차남 김현철(왼쪽)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아들인 제22대 총선 부산 서·동구 예비후보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청원 “김인규 당선 못 보고 영면, 아쉬워”


손명순 여사는 영부인이었고, 거산의 평생 동반자인 동시에 민주화 동지였다. 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많은 이들이 민주화 운동과 여러 개혁을 이끈 김영삼 대통령 뒤에 손 여사가 있었다는 사실에 공감을 표했다. 손 여사와의 인연을 묻는 본지 질문에 작은 일도 꼼꼼히 챙기던 섬세한 성품, 상도동에서 시래깃국과 멸치조림으로 된 식사를 떠올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한 일화다.

 “한 번은 우리 집사람이 김영삼 대통령 퇴임한 뒤 상도동 댁을 찾아갔다. 그때 부인 몸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걸 본 손 여사가 그다음 날 바로 골다공증약을 보내줬다. 그만큼 섬세한 분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김영삼 대통령이 말하면 말없이 웃으시던 기억이 난다.”

-서청원 전 대표, 2024년 3월 9일 빈소에서

서 전 대표는 또한 “이번에 손자 김인규 씨가 부산 동·서구에 출마해서 경선을 치른다. 손 여사가 생전 손자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기 때문에 잘 되는 것을 다 보고 영면했다면 얼마나 기쁘셨을까 생각한다”며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로 슬픈 마음을 표현했다. 

김현철 김영삼재이사장은 8일 대화에서 “상도동에 국회의원부터 당직자, 기자, 국민 등 모든 사람이 찾아오는데 그들에게 일일히 상을 차려 내주셨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그렇게 실질적 내조를 했다”며 “아버님이 민주화 투쟁할 때는 민주계, 3당 합당 이후에는 민정계·공화계 의원과 그분 사모들에게 뒤에서 소리나지 않게, 엄청 많은 정성과 마음을 쓰셨다”고 전했다.

이어 “아버님(YS)이 정치 9단이라면 어머님은 내조 9단이라 할 정도로 내조를 하셨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24-03-10 14:11:12
박근혜의 개 노릇한 서청원이 여기 왜 있나?! 즉각 박근혜 정권 부역을 석고대죄하지는 못할망정 어디서 정치원로 행세냐!!